“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스토킹 범죄의 특성이 궁금합니다.
가해자들은 보통 피해자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깁니다. 상대방을 대등한 인간으로 여겼다면 “내가 너를 만나고 싶은데, 왜 만나주지 않느냐”며 위협을 가할 수 없겠죠. 범죄 피해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사회 기저에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거죠. 국가 제도가 개입됨으로써 범죄율을 줄일 수는 있지만,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범죄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울 거예요.
현행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요.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지능적인 범죄이기 때문에 스토커의 유형과 행위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잔혹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부적인 조항이 필요해요.
범행 초기에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나요?
초기에 피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반복적인 행위로 인해 불안과 공포심을 느낀다면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거예요. 일상을 영위할 권리를 침해받는 것 또한 스토킹 피해 유형이에요.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믿는 게 중요해요.
상대방의 행위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조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해야 돼요.
따라다니는 것 외에 어떤 종류의 괴롭힘이 있나요?
피해자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 일어난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의 가해자도 불법 촬영물로 피해자를 협박했어요. 가해자에게 약점이 노출되면 피해자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요. 혹여나 가해자가 자신의 지인이나 직장에 약점을 퍼뜨리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죠. 상당수가 관계를 맺던 상대방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 스토킹이 시작돼요. 연인이나 부부 관계일 때 나눴던 긴밀한 것들이 헤어지는 상황에서 약점이 되는 사례가 많아요.
피해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례마다 다르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지속되다 보면 일상에 악영향을 미쳐요. 언제든 가해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에 외출조차 편하게 못 해요. 결국 자신의 활동 영역을 제한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요.
곁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을 꼽으면요?
스토킹 범죄를 대하는 사회의 미온적인 태도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요.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직장에 다니던 동료였어요. 그런데 피해자가 살인을 당할 때까지 스토킹 피해를 입은 줄 몰랐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설령 피해자가 회사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이유는 분명해요. 회사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겠죠. 스토킹 행위가 지속되고, 점점 위협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사회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단체 차원에서 피해자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피해 상담 인력이 배치돼 있어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피해가 중단되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안전 계획을 수립하고, 신고 과정에도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수사기관에 방문할 때 동행하기도 합니다.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 경우엔 무료로 지원하고 있어요. 지속된 스토킹으로 인해 심리 상담이 필요한 경우엔 병원 진료비도 지원합니다. 가해자에게 주거지가 노출돼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비공개로 운영되는 쉼터로 안내해드려요. 스토킹 피해를 입고 있다면 언제든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홀로 감당하지 않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