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가해자의 심리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정 망상’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적 관계가 없는데 돈독한 사이라고 믿는 망상에서 비롯되는 범죄죠. 일면식 없는 연예인과 자신이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스토킹 범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의 지배 복종 욕구가 바탕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행동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범행이 시작됩니다.
가해자가 주장하는 ‘호감’이 살인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 궁금합니다.
자신의 요구가 거부되는 상황을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심리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해요. 자신의 의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죠. 그런 면에서 젠더 범죄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남성 우월적인 사고로 인해 압박과 협박을 반복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이죠.
스토킹 범죄 가해자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가부장적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어떤 지시를 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행위 모두 가부장적인 사고와 연관이 있어요. 본인이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이메일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초기에 범죄 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동반경까지 관여하게 됩니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행동반경을 제한하려고 하죠. 그리고 자신의 의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공격 행위를 이어갑니다.
스토킹 범죄를 정신 질환으로 규정할 수 있나요?
정신 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라고 판단하기엔 매우 치밀합니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가해자 전주환도 오랜 기간 살인 계획을 세우고 피해자의 근무 위치를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어요. 정신 이상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개인의 성격과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가해자의 지나친 공격 성향, 독점 욕구와 스토킹 행위를 구애 방식 중 하나라고 인지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범죄자의 행위가 용납돼왔습니다.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범행 초기에 가해자에게 엄격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해요. 현행법상 잠정조치 4호(스토킹 혐의 피의자를 최대 한 달간 경찰서 또는 구치소에 입감하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여성에 대한 그릇된 사고와 복종 심리를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해자 스스로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