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주식도 어렵고. 그렇다고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월급이 오르진 않죠. 요즘 사람들이 정말 허리띠를 졸라맸구나 하는 걸 실감한 적이 있는데, 마트에 가면 빈용기 무인회수기계가 있잖아요. 예전에는 그 앞에 사람들이 있는 걸 잘 못 봤는데 언제부턴가 줄 서서 기계를 이용해요. 큰 바구니에 소주병을 가득 담아 와서요. 소주병 하나에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집에 주당들이 있다면 꽤 쏠쏠한 금액인 거죠. 또 지역마다 지역화폐가 있잖아요. 5~10% 저렴하게 충전해 사용할 수 있어 절약되더라고요.
한 주부들 사이에서도 무지출 챌린지 따라 하기가 유행이에요. 그래서 저도 주말에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자투리 식재료로 요리하는 냉장고 파먹기를 해요. 보통 감자, 달걀, 채소, 고기 등이 남잖아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카레, 짜장, 잡탕찌개 같은 음식을 꼭 먹게 되죠.
정 쇼핑할 때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 자체가 좀 심플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특별한 취미 생활이 없어 쉴 때는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책을 너무 많이 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소장하고 싶은 책만 사고 그 외에는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서너 개씩 이용하던 OTT 서비스도 하나로 줄였어요. CD와 LP 사는 것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음원 사이트로 음악을 듣고 있어요.
최 우리 가족은 외식비만 줄여도 생활비 절약 효과가 크거든요. 한 예로 저와 우리 애들이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정말 좋아하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잠봉뵈르 맛집에 가곤 했어요. 다른 메뉴도 먹고, 나간 김에 커피도 마시고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면 하루 외식비로 20만~30만원은 그냥 나가죠. 근데 잠봉뵈르에 들어가는 수제 햄을 인터넷에서 팔더라고요.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외식을 줄이니까 확실히 절약돼요. 애들도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좋아해 다행이죠.
정 MZ세대 직원들은 확실히 편의점을 많이 이용해요. 나도 후배들이 알려줘서 ‘라스트◯◯’라는 앱을 깔았는데 편의점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삼각김밥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요. 삼각김밥과 컵라면은 가끔 혼자 저녁으로 먹기도 하고 아이가 학원에서 늦게 끝나면 같이 야식으로 먹기도 하죠. 또 편의점에는 음료수, 과자, 컵라면 등 1+1, 2+1 상품이 다양해 동네 마트보다 저렴한 경우도 많아요. 편의점에서만 파는 신상도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요. 휴대전화 통신사 할인도 꼭 챙겨야 해요.
한 기성세대의 우려와 달리 MZ세대는 사실 최근의 현명하고 알뜰한 소비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들 때문에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죠. 아마 대한민국에 당근◯◯ 이용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겠지만,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게 또 매력이 있거든요. 중고 거래는 이제 알뜰 쇼핑을 넘어 하나의 문화죠.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적절한 때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나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을 팔아 용돈벌이도 할 수 있어요.
최 저는 당근◯◯을 정말 유용하게 이용해요. 미국에서 사용하다 가져온 식기 중에 한식을 담기에는 불편해 잘 안 쓰는 것, 비슷한 용도인데 여러 개 갖고 있는 것들을 팔아 꽤 수입을 올렸어요. 작아졌는데 몇 번 안 입은 애들 옷도 잘 팔고요.
정 중고 거래는 무엇보다 만족감이 큰 거 같아요. 저는 알라◯ 중고 서점을 많이 이용하는데 처음에는 책을 팔기만 했어요. 집에 책이 워낙 많고 보관 상태가 다 A급이라 1년에 한두 번씩 책장 정리하면 10만~20만원은 생겼어요. 그러다 요즘은 책 구입도 알라◯에서 중고로 많이 해요. 알라◯은 그때그때 재고 현황에 따라 팔 수 있는 책이 조금씩 달라져요. 지금 당장은 안 팔려도 좀 더 갖고 있다가 다시 내놓으면 팔리는 경우도 많아요.
최 요즘은 동네마다 맘카페, 학부모 모임 밴드, 아파트 커뮤니티 등이 많잖아요.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카페도 많고. 저도 빈티지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들 카페와 반려 식물 키우는 사람들 카페에 가입했는데 여기서 공동 구매를 진행해요.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노하우도 주고받고, 관련 물건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아요. 지인 중에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분이 있는데,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직접 현지 농장이나 과수원과 연결해 친환경 농산물 공동 구매를 자주 하더라고요.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김장 재료, 김치, 과일, 채소 등을 살 수 있어 좋고, 현지인들은 좋은 가격에 판로가 생기니까 윈윈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동네마다 이런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 그래도 가장 좋은 절약 쇼핑법은 역시 안 사는 것. 예전에는 이것저것 생각 없이 물건을 많이 구입했는데 요즘은 사기 전에 이 물건을 사면 집 안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만약 옷이라면 언제 입을 건지, 과연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물건인지를 먼저 고민해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게 결국 절약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사기 위해 시간과 발품을 파는 건 당연한 거고요.
정 이제 곧 날씨가 싸늘해질 텐데 전기료, 도시가스 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니 걱정이네요. 아무튼 다들 알뜰하게 절약하며 생활하되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을 잃으면 더 큰 지출이 생기고, 몸이 아프면 다 소용없잖아요. 건강하고 현명하게 이번 경제 위기를 이겨내고 나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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