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탓에 플렉스에서 짠테크로
지금은 고물가 시대.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원자재 공급 부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촌 곳곳의 자연재해 등 여러 악재로 전 세계의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는 탓에 우리도 고물가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비 상승률이 8.8%로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 나라의 경제지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 가격 또한 인상 폭이 크다. 우리나라 맥도날드는 8월 25일부터 메뉴 가격을 평균 4.8% 인상했다. 지난 2월 평균 2.8% 올린 데 이어 6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을 올린 것.
서민들의 대표 먹을거리인 라면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 농심은 9월 15일 라면 26개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게다가 더 우려되는 것은 각종 공공요금이 꿈틀대고 있는 것. 올해 들어 4월과 7월에 두 차례 인상됐던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이 10월에 또다시 동반 인상된다는 소식에 서민들은 올겨울 추위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대중교통 요금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서울시가 결국 3년 만에 택시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시, 대전시 등 각 도시도 택시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건강보험료율까지 올해보다 1.49% 오른다고 하니 서민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소비를 과시하며 남의 시선을 즐기는 ‘플렉스(Flex)’와 삶의 질을 중시하며 소비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소비를 줄이고 잔돈을 모으는 ‘짠테크(짜다+재테크)’, ‘무지출 챌린지(하루에 한 푼도 안 쓰고 버티기)’, ‘냉파(냉장고 파먹기)’, ‘탕파(탕비실 파먹기)’ 등의 생활 형태가 유행이다. 고물가와 주가 하락, 부동산 가격 하락,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를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물가의 터널을 용감하게 헤쳐나가는 주부들의 알뜰 쇼핑 노하우를 들어봤다.
오늘의 대담자
알뜰 유기농맘 정 주부(43세, 결혼 16년 차)
통 큰 미쿡맘 최 주부(43세, 결혼 17년 차)
자칭 MZ맘 한 주부(37세, 결혼 5년 차)
대형마트 할인 상품, 유통기한 임박 상품, PB상품 인기
정 주부(이하 ‘정’) 추석이 지나고 나니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푸른 하늘에 적당한 온도, 짧아서 더 소중하고 좋은 시기인데 사실 마음은 별로 편하지 않아요.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나요? 물건 하나 살 때마다 “또 올랐어?”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니까요.
최 주부(이하 ‘최’) 맞아요. 장 보러 가기가 겁날 정도죠. 예전에는 코로나19로 물건을 사러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니까 우울했는데, 요즘엔 장을 보거나 쇼핑하면서 더 우울증이 생길 정도예요.
한 주부(이하 ‘한’) 다들 고물가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SNS를 봐도 예전에는 비싸고 분위기 좋은 곳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 명품 사진 등 플렉스를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요. 싸게 득템, 중고 거래 성공담, 하루 동안 돈 안 쓰고 버티기, 일주일 식비 5만원으로 살기 등이 유행이에요.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무소비·무지출 운동이 유행이라는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그렇게 무조건 극단적으로 안 쓸 수는 없지만 저도 최대한 긴축재정 중이에요.
최 결혼하고 1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이제 3년 됐는데, 우리나라 물가가 미국보다 더 비싸다는 걸 점점 더 실감해요. 특히 외식비가 많이 비싼 거 같아요. 고1 쌍둥이 아들을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식비가 가장 많이 들어요. 냉장고를 채우고 뒤돌아서면 다시 텅텅 비는 느낌이라니까요. 우리는 수입의 90%를 먹는 데 쓰는 것 같다고 애 아빠와 농담할 정도예요.
한 식재료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어요. 대신 식재료 쇼핑할 때 신경을 좀 쓰면 아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아요. 저는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가기 전 홈페이지에 있는 할인 정보를 꼼꼼히 살펴봐요. 보통 주말을 앞둔 목요일에 할인 행사를 가장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대형마트는 2주에 한 번씩 휴무일이 있죠. 휴무일 전날이나 다음 날 가면 할인하는 상품이 많아요. 잘만 고르면 신선식품도 꽤 괜찮은 것들을 40~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요. 또 제휴 카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어 그걸 이용하면 좋아요.
최 저는 유통기한 임박한 밀키트나 할인하는 상품, 1+1을 많이 이용해요. 유통기한이 임박한 건 30% 이상 싸게 파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제품을 먹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익혀서 먹고 끓여서 먹는 건 상관없죠. 채소 등 신선식품도 바로 먹으면 괜찮아요. 애들이 많이 먹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한 번에 대용량으로 장을 보던 습관이 있어 코스트○에 가서 대용량으로 많이 사는 편이에요. 특히 육류와 해산물이 질도 좋고 저렴해요. 매번 할인하는 제품 위주로 사죠. 한꺼번에 사서 소분해두면 요리할 때도 편리해요. 특히 여기 PB상품은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질이 좋기로 유명하죠.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PB상품도 가격은 20~30%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자주 이용해요. 생수나 우유, 과자를 자주 사요.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우유는 젖소가 생산해내는 거니까 품질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 같아 안심하고 PB상품을 먹는 편이에요.
정 저는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맘이라 오프라인 마트보다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편이에요. 온라인으로 장을 볼 때 일단 필요한 걸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바로 결제하지 않고 하루 정도 그냥 둬요. 다음 날 다시 장바구니를 열어보면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 충동구매로 담아둔 물건이 꼭 몇 개씩 눈에 띄더라고요. 이것 역시 절약 쇼핑의 한 방법이에요. 딸아이 하나인데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대량 구입은 자제해요.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면 꼭 버리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때그때 소량 구입하는 편이에요. 저도 남편도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 맞아요. 먹는 사람이 많지 않거나 먹는 양이 적으면 오히려 사 먹거나 다 만들어져 있는 식품, 아니면 밀키트나 반조리 식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할 때가 있어요. 음식 하나 만드는 데도 주재료, 부재료, 양념 등 다 필요하잖아요. 하물며 우리나라 음식은 청양고추 하나 빠져도 맛에 차이가 나니까요. 저도 5살 아이랑 둘이 먹거나 혼자 먹을 때는 그냥 사 먹는 편이에요. 대신 요즘은 배달 플랫폼은 거의 이용하지 않아요. 배달비가 너무 부담이라 포장해 오곤 해요. 갈비탕이나 설렁탕을 식당에 가서 2인분 정도 포장하면 양이 꽤 많아 우리 식구의 경우 두 끼는 해결할 수 있어요.
정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서 환경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임신하면서부터 생협에 가입했죠. 가능하면 아이에게 친환경·유기농 음식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때는 생협 매장도 거의 없어 온라인 장보기만 가능했고, 지역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정해진 시간에 물품을 받는 날이 정해져 있었어요. 좀 불편하기는 해도 오히려 계획적인 소비를 하니까 버려지는 식품이 거의 없어 좋았어요. 먹을 만큼 구입하고 식재료가 없으면 또 물품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냥 있는 걸로 버티게 돼서 식비가 저절로 절약되죠. 유기농이 비쌀 거 같지만 조합원 제도이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농수산물 가격이 올라도 오히려 생협은 그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 결과적으로는 비싸지 않아요. 또 제가 제일 싫어하는 집안일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인데, 생협을 이용하면 유기농이니까 가능하면 껍질째 먹어 음식물 쓰레기가 현저하게 줄어요. 무엇보다 계획을 세워 장보기가 신혼 초부터 습관이 된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아무래도 마트에 가면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최 맞아요. 충동구매가 알뜰 쇼핑의 가장 큰 적이에요. 이번 추석 연휴 전에 각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마다 명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사를 많이 했어요. 삼겹살과 한우, 갈비 등은 40% 정도 저렴하게 팔고, 굴비랑 전복 등 수산물도 할인을 많이 했어요. 이때가 기회다 생각해 좀 넉넉하게 사뒀죠. 채소나 과일은 오래 두고 먹기 어렵지만 이런 건 잘 손질해 냉동실에 쟁여둘 수 있으니까요. TV에서 보면 박세리 선수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서 창고에 두잖아요. 미국에서는 그렇게 많이 해서 박세리 선수를 보면 제가 괜히 안심이 돼요.(웃음) 대량 구매를 줄이려고 하는데 저는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량으로 사되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죠. 또 냉장고 옆에 영수증을 붙여 언제 샀는지, 냉장고와 냉동고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한눈에 보이도록 해놨어요. 가능하면 식재료마다 유통기한도 적어놓고요. 그러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어요.
당신의 쇼핑 노하우는?
(주부 50명을 대상으로 9월 7일부터 15일까지 진행)
1 최근 물가가 어느 정도 올랐다고 체감하나?
30% 이상 (41.7%)
20% (33.3% )
10% (25% )
2 물가상승 대비 가계 수입과 재산(금융재산, 부동산, 실물자산 등)은 늘었나?
줄었다 (54.2%)
비슷하다 (41.6%)
늘었다 (4.2%)
3 식자재를 주로 구매하는 곳은?
대형마트 (40.1% )
온라인 플랫폼 (35%)
동네 마트 (17.7% )
백화점 식품관 (3.2% )
재래시장 (4%)
4 명품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
백화점 (29.3% )
아웃렛 쇼핑몰 (25%)
온라인 플랫폼 (20.8%)
해외 직구 (8.3%)
면세점 (8.3%)
중고 마켓 (8.3%)
5 쇼핑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온라인 쇼핑몰 (75%)
오프라인 매장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