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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부터 속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순간. 1년에 한 번 우리는 ‘건강검진’이라는 이름의 의식에서 다양한 단상을 마주한다.

On October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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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형편없는 생활을 이어왔는지 돌아본다. 건강검진 시즌이다.

1년 중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은 날이 얼마나 될까?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었다. 언제 찍은 줄도 모를 고주망태 상태의 사진이 줄을 이었다. 안주 사진을 찍는 데는 왜 이렇게 집착했는지 모를 일이다. 세어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1년에 딱 한 번, 건강검진 날이 다가올 때면 라이프 사이클을 점검한다. 힘껏 긍정 회로를 돌려보지만, 결국 후회와 반성으로 끝맺음을 한다.

건강검진에 앞서 작성하는 문진표를 펼쳐놓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일주일에 몇 번 음주를 하는지 체크할 때는 양심과 체면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양심을 선택하는 게 백번 맞지만, 문진표와 내 얼굴을 번갈아보던 몇 년 전 의료진의 눈빛이 아른거렸다. 그 눈빛의 방향은 한심함이었다. 이해한다. “날씨야, 추워봐라. 내가 옷을 사 입나. 술 사 마시지”라는 무식한 구호가 훈장이었다.

그래도 젊음은 강했다. 몸을 아끼지 않은 것치곤 늘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으니 말이다. 검진을 다 마친 뒤에는 어김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술을 들이켰다. 젊음을 무기로 알코올과 끈끈한 의리를 확인했다. 젊음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탓이었을까? 아니면 믿을 만한 구석이 안 됐던 것일까? 천년만년 건강할 것 같았던 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지난해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바삐 돌아가는 건강검진 공장 속에서 직원의 지시에 따라 장소를 옮겨 가며 필요한 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검진을 마치고 스스로 건강을 진단한 뒤 술자리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집으로 날아든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다소 무거운 단어들이 열거돼 있었다. 위·장·소변 검사에서 재검사를 요구했고, 부모님이 한평생 고생하고 있는 만성질환까지 의심된다고 했다. 그때 알았다. 젊음은 무기로 내세울 게 아니라 소중하게 지켰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재검사 결과는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다만 식단 관리와 라이프 사이클을 전면 보수해야 한다는 처방이 내려졌다. 그때부터였을까. 한평생 고민해본 적 없던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밸런스를 생각한 뒤 음식을 섭취하고,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영양제를 체크한 뒤 입에 털어 넣는다. 취미 운동도 생겼다. 아쉽게도 술은 끊지 못했다. 아니, 아직은 그럴 의지가 없다. 다만 기억이 통으로 사라지거나 몸을 학대하는 수준의 과음과는 멀어졌다. 적절한 날에 적당량의 술을 마신다.

또 한 번의 건강검진을 앞두고 돌아본 지난 1년은 나쁘지 않았다.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이라곤 “비타민은 식후에 섭취해야 한다”는 게 전부이지만, 컨디션을 체크해봤을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잔병치레 또한 다른 해보다 적었다. 문진표 앞에서 거짓을 고할 일도 없다.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는 중이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건강이라는 숙제를 성실하게 이행했는지는 검진에서 확인해볼 일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