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나를 사랑할 것
대한항공에서 객실 승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고, 현재는 신구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과 삶의 만족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며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존감, 행복을 부탁해>를 출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비행기 승무원으로 11년 넘게 근무한 뒤 퇴사했어요. 그 과정에서 ‘마음 숨김’이라는 부분에 대해 관심이 생겨 박사과정까지 하게 됐죠. 승무원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일의 갭이 굉장히 큰 직업이에요. 감정 노동의 수준이 높은 직업 순위에서 늘 1, 2위를 다투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하는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주위 동료들을 살펴보게 됐어요. 똑같은 환경에서도 한 승무원은 너무 즐겁게 일하고, 다른 한 승무원은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기도 하죠.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면증, 우울감 등을 토로하는 동료가 너무 많았어요. 이 두 집단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내 마음을 잘 챙기고, 나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서 시작한 공부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로 이어졌어요.
두 집단의 차이는 회복 탄력성의 유무였나요?
그렇죠. 회복 탄력성은 외부의 어떤 환경이나 요인으로부터 고통을 당했을 때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역량을 말해요.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빨리 회복해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돌아가죠. 회복 탄력성이 높은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이걸 검증해보고 싶어 승무원 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어요. 회복 탄력성이 높은 승무원들이 자기 직무에 대해 만족하고, 회사도 사랑하면서 오래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책 앞부분에 실린 자존감 점수를 알 수 있는 진단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회성 강연을 하다 보면 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어떻게 보면 회복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그럴 수 있겠죠? 학생들은 매주 학교에서 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존감 점수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지만 일회성 강의로 만난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럴 때는 메일 주소를 알려주면서 자존감 진단을 해보고 본인 점수가 너무 낮은데 회복할 의지가 있다면 따로 연락을 달라고 말해요. 그러면 강의 끝나고 집에 돌아와 메일함을 확인하면 메일이 쏟아져요. 그래서 책 앞부분에 스스로 자존감 점수를 체크할 수 있도록 진단지를 넣었어요. 몇 점인지, 어떤 부분이 약한지 스스로 확인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거죠. 몇 개월 후 다시 점수를 확인해보면 달라진 자신을 느낄 수도 있어요.
자존감은 왜 높여야 할까요?
사실 직장 생활, 인간관계는 자존감이 낮아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행복이에요. 우선 내 마음 상태를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유튜브가 좋아서 보는 건지, 습관적으로 보는 건지, 그냥 틀어놓는 건지…. 의식 없이 하는 행동이 참 많아요. 객관적으로 내 마음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나’라는 자아를 꺼내놓고 봐야 해요. 나에게 어떤 힘든 시기가 있었다면 그걸 나에게 대입하지 말고,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는 거죠. ‘아, 이 친구는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눈치를 보게 됐구나’ 하는 것들이 보여요. 내가 누군가를 신경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요. 그래야 털어낼 수 있어요.
자존감 향상 연습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환경 탓을 하는 건 참 무서운 일이에요. 나를 객관화하고, 기억을 그 자리에 둬야 하는데 내가 기억을 자꾸 끌고 오죠. 매일매일 곱씹어 생각해요. 뇌는 빈번하게 접촉하는 것에 익숙해져요. 부정적인 것에 자꾸 노출되면 부정적인 것에 익숙해지죠. 무서운 영화를 보고 자면 잔상이 남아 악몽을 꾸는 것과 비슷해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해요. 질문하고 답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와 점점 친해질 수 있으니까요.
<자존감, 행복을 부탁해>(나비의활주로)
자존감 향상을 위한 ‘마음 챙김’ 방법과 술술 풀리는 인간관계를 위한 해법을 다뤘다. 자존감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개념 정리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