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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서 카페 사장님까지, 김정화의 선택과 집중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랬다. 배우 김정화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On October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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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페 사장님 됐어요

2000년대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정화(38세). 2000년 가수 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그녀는 화려하고도 시원한 이목구비로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MBC 시트콤 <논스톱>에선 청춘의 생기를, KBS2 드라마 <백설공주>와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선 안정적인 연기를, tvN 드라마 <마인>에선 절절한 여인의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최근에는 ENA 드라마 <굿잡>을 통해 작품 활동에 복귀했다. 극 중 정일우의 어머니 역할로, 그의 유년 시절을 함께한 다정한 엄마로 출연한다. 10대 때부터 30대 후반의 나이까지, 김정화는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개인으로서 성장을 보여줬다. 10대의 풋풋함을 간직하던 그녀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현재 카페 ‘알리스타 케냐커피’의 사장으로 변신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치열했던 연기 활동이 그랬듯 지금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8월 카페 개업 2주년을 맞았어요.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연예인이 이름만 내걸고 운영하는 카페’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시기와 개업이 맞물리면서 걱정이 컸어요. 카페 내에서 취식이 제한됐을 때는 막막했어요. 카페 위치가 좋은 편이 아니라 어렵게 방문해 커피를 포장해 갈까 싶었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카페를 찾아주셨어요. 카페를 방문하는 모든 손님의 귀한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해요.”

김정화가 운영하는 알리스타 케냐커피는 여느 카페와 다르다. 공정무역을 통해 유통되는 케냐 바링고 지역의 원두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커피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오랜 시간 봉사를 이어온 김정화가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사회의 좋은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현재 경기 시흥 본점 개업 이후 전국 6개 지역에 가맹점을 추가로 오픈해 사업 영역을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피값의 일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한다. 이 같은 사업 방침에 착한 소비를 꿈꾸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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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시스템, 베이지 앵클부츠 레이첼 콕스, 베이지 니트 크롭 톱·베이지 와이드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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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니트 톱·브라운 와이드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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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브라운 셔츠 쉐르, 브라운 팬츠 앤아더스토리즈.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거예요. 당초 사업을 구상할 때 300t의 원두를 소진해야 해당 지역의 커피 농장이 자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제가 악착같이 살아남아 커피를 판매해야 하더라고요.(웃음) 감사하게도 단골손님들은 저와 같은 마음으로 커피를 구매해요. 궂은 날씨에도 우리 가게까지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카페에 상주하며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김정화. 연기자로서 대중을 만날 때와 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꾸린 공간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가벼운 안부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저는 사업 체질이 아니에요. 다만 일단 도전해보고 생각하자는 마인드라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카페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왕 맡은 바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가짐이 큰 힘이 됐어요. 물론 연기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카페까지 운영하다 보니 버거웠어요.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카페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크거든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손님들이 건네주는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경직되고 지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했어요. 결국 카페 사업이라는 건 저 혼자 이끄는 게 아니라 손님과 같이 이어나가는 것이더라고요.”

아들에게 제 고충을 솔직히 말해요

김정화는 2013년 CCM 가수 유은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교제 3개월 만에 결정한 결혼이었다. 29살, 여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때 선택한 결혼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으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0대 때부터 쉼 없이 이어간 작품 활동으로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던 시기에 만난 남편은 김정화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또 암과 투병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를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남편이었다.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남편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시부모님도 따뜻하신 분들이라 마음이 움직였어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50%, 시부모님의 며느리 사랑 50%로 결혼을 결심한 셈이죠.(웃음) 남편은 안정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제게 알려준 사람이에요. 하지만 주변의 만류가 있었어요.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죠. 하지만 <논스톱>에 출연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소속사 대표님이 저의 선택을 응원했어요. 배우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여자로서의 삶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감사해요.”

김정화는 남편을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고 표현했다.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20대의 삶에 안정감을 선사해준 사람이 남편이다. 올해 결혼 10년 차인 김정화의 삶에서 가장 든든한 조력자 또한 남편이다. 그녀의 SNS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신혼 생활을 즐기는 것만 같은 두 사람이다. 김정화는 부부 관계의 비결을 묻자 망설임 없이 ‘존중’을 꼽았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관계가 부부라고 하지만, 존중이 결여돼선 안 된다는 게 그녀의 굳은 생각이다.

“신혼일 때 남편과 결혼 10주년을 맞이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했던 게 생각나요. 리마인드 웨딩 촬영과 신혼여행지로 다시 여행을 하기로 했죠. 어제 나눈 대화 같은데 세월이 금방 흘렀어요.(웃음) 모든 부부가 그렇듯이 늘 좋을 수만은 없지만 큰 다툼 없이 지내고 있어요. 서로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사실 저는 가끔 욱할 때가 있는데 남편은 항상 차분해요. 제 이야기를 먼저 듣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남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늘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김정화는 2014년 6월 첫째 아들 유화와 2016년 둘째 아들 유별을 출산하면서 두 아들의 엄마가 됐다. 올해 9살, 7살인 두 아들은 엄마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따라서 엄마 김정화의 가장 큰 고민은 육아다. 엄마가 처음인 그녀에게 육아는 풀어도 끝이 없는 숙제다. 김정화의 육아 일상을 들었다.

“육아 지침서가 있지만 실전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달라요.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속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으니까요. 요즘 첫째의 반항이 시작됐어요. ‘왜?’라는 질문이 하루에 수십 번씩 쏟아져요. 아이도, 저도 모든 상황이 처음이다 보니 우여곡절이 빈번해요. 그래서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육아하고 있어요. 완벽한 엄마이고 싶다는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았어요. 모든 것이 그랬듯 경험을 통해 배우는 바가 있더라고요. 이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엄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김정화의 육아 팁은 솔직함이다. 두 아들에게 엄마의 고충을 숨기려고만 하지 않는다. ‘엄마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일러줬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감정을 귀담아듣는 것은 물론 타인의 컨디션을 헤아리는 연습을 해나가는 중이다. 더불어 남편과 육아 밸런스를 맞춰 각각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부부가 그렇듯이 늘 좋을 수만은 없지만 큰 다툼 없이 지내고 있어요.
저는 가끔 욱할 때가 있는데 남편은 차분해요. 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남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늘 조심스럽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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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컷 포인트 뉴트럴 톤 니트 톱 다이애그널, 아이보리 팬츠 메종마레.

“과거엔 엄마가 전적으로 희생해야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육아하면서 엄마의 정서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더라고요. 이제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엄마가 어떤 이유로 힘들어서 잠시 쉬어야겠다고 양해를 구해요. 어린아이들에게 제 감정이 제대로 전달될까 싶었는데, 의사소통이 되더라고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해요.”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김정화가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육아 철학이 있다. 바로 경험이다. 조기교육, 사교육의 유혹 속에서 두 아이를 자연 친화적인 유치원에 보낸 것도 그 일환이다. 도심에서는 쉽게 만끽할 수 없는 나무, 갖가지의 풀, 흙 등을 직접 만지고 자연의 냄새를 맡게 하고자 한다. 덕분에 두 아이는 길가에 핀 꽃을 함부로 꺾지 않고 바라볼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다.

“어릴 땐 필요한 정도의 교육만 소화하면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두 아들 모두 ‘숲유치원’에 보냈어요. 땅이나 앞만 보고 걷는 아이들이 아니라 주변의 나무와 길가에 핀 꽃을 보는 아이들로 자라길 바라요. 물론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교육 면에서 아이들이 뒤처지진 않을지 걱정되죠. 그땐 남편이 마음을 바로잡아줘요. 앞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해야 할 날이 많은데, 지금부터 굳이 무리하게 학습을 진행하지 말자고 얘기해요. 학원도 아이들이 원할 때, 배우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을 때 보내고 있어요.”

유튜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김정화의 삶이 에너제틱하게 흘러갈 수 있게 된 데는 명확한 계기가 있다. 2009년 봉사 활동차 떠난 우간다에서 만나 양딸을 삼은 아그네스와의 인연이 그렇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김정화는 배우로서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그녀의 배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던 때이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부산스러웠다. 연기자의 삶을 이어가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점점 커졌다. 김정화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봉사 활동을 위해 우간다로 떠났다. 거기에서 아그네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살면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김정화는 당시 6살이었던 아그네스와의 소통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의 삶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괴롭히던 무기력함을 극복하게 만들었다. 아그네스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에이즈를 앓던 어린이였던 아그네스는 어느덧 성인이 됐고, 올해 2월 결혼 소식을 전했다.

“남편이 제 인생에 안정을 가져다준 사람이라면, 아그네스는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은 존재예요. 인생이 아그네스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데도 그 아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삶의 아름다움과 나눔의 기쁨을 알려줬으니까요. 카페 사업의 큰 목표는 프랜차이즈 300호점을 내는 거예요. 사업을 확장하면서 저와 각 지점의 점주들이 도울 수 있는 아이들이 점점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후원하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케냐로 떠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 같아요. 목표를 이루기 전까진 지쳐도 지칠 수 없어요.(웃음)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김정화의 멘탈 관리 비법은 소탈하다. 유튜브와 영화 같은 스낵 컬처를 소비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다. 가끔 혼자가 되고 싶을 땐 남편에게 SOS를 보내기도 한다. 육아와 사업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산책하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인간적이어서 공감되는 그녀의 평범한 휴식 방법을 들여다봤다.

“요즘 유튜브 채널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을 즐겨 보고 있어요.(웃음) 생각 회로를 잠시 멈춰두고 마음껏 웃는 시간이에요. 때로는 혼자 영화를 관람해요. 한창 육아하는 엄마들은 휴식 시간을 갖기가 어려워요. 하물며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보니 혼자서 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감사한 건 곁에 있는 남편이 친구이자 육아 동지 역할을 잘해내요. 남편은 제가 힘들어 보이면 잠시 바람을 쐬고 오라고 말한 뒤, 본인이 아이들을 케어해요.”

연기 활동에 대한 욕심 또한 여전하다. 연기자로 활동했던 지난 20년의 세월을 묻자, 김정화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솔직하고도 호탕한 답변을 내놨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모든 질문에서 빠르고 명확하게 대답하던 김정화가 길게 고민을 이어갔다.

“글쎄요…. 활동을 이어오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좋은 배우란 무엇이며, 내가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요. 제 연기를 보는 분들이 편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기 전에 연기 수업을 받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들통이 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품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제가 캐릭터에 대해 해석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완성해나가고 있어요. 항상 경계하고 좋은 연기란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도 편안한 연기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할 거예요. 연기자라면 그래야죠.”


엄마는 전적으로 희생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힘들면 힘들다고 제 감정을 표현해요.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이수진(studi5)
스타일링
이경남
헤어
하나(A BY BOM)
메이크업
고미영(A BY BOM)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서지아(패션), 김연주(인터뷰)
사진
이수진(studi5)
스타일링
이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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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A BY BOM)
메이크업
고미영(A BY 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