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원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액션 장르다.
극 중 주원이 맡은 ‘카터’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인물이다.
눈을 떠보니 머릿속에 정체 모를 장치가 박혀 있고, 입 안에는 살상용 폭탄이 장착돼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귓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만 의지해 움직이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원은 그동안 드라마 <각시탈> <굿 닥터> <용팔이> <앨리스>, 영화 <그놈이다> 등 작품마다 변신을 꾀해왔다. “단 하루라도 액션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주원의 말처럼 ‘인간 병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3~4개월의 혹독한 사전 트레이닝을 받았다. 7kg가량 벌크업은 기본이고, 아슬아슬한 맨몸 액션부터 카체이싱, 오토바이 등 고난도 훈련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파격적인 노출도 불사한다. <카터>는 영화 <악녀>(2017)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 감독은 “주원은 지금까지 본 남자 배우 중 가장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며 극찬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많다. ‘신선한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
파격적인 작품이다. 대본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이게 가능해?’, ‘우리나라 대본이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일이 남달랐고, 액션을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원테이크 스타일로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더욱 놀라웠다. 그 작업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오픈 이후 줄곧 넷플릭스 상위권에 있다.
해외 팬들에게도 반응이 와서 큰 힘이 된다. 좋은 리뷰만 기억하고 싶다.(웃음) “지금까지 없었던 액션 영화”, “저 배우는 특수부대 출신이냐”, “10년 후에나 나올 액션 영화다”라는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
<용팔이> <앨리스> 등에서도 액션 연기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카터>가 남성미가 가장 거칠고 강렬하다.
기초 체력을 키우고 몸을 만들었다. 30초짜리 장면의 합을 수없이 반복했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무리 없이 액션을 할 수 있게 석 달 넘게 고강도의 훈련을 반복했고 합을 맞췄다. 그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 촬영을 위해 오토바이 자격증도 땄다. 카터는 남성스럽고 어떤 일이 닥쳐도 이겨낼 것만 같은 캐릭터다. 그래서 목소리 톤에도 변화를 줬다.
체중을 7kg 늘린 이유는 뭔가?
원테이크 영화는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이는 모습이 카터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근육으로만 체중을 불리는 건 힘들다. 최대한 운동 강도를 올렸고, 먹는 것에도 신경 썼다. 지방과 근육량을 함께 늘렸다. 그 상태에서 문신 분장이 들어가니 카터의 느낌에 가까워졌다.
파격적인 노출도 있다(영화 초반에 끈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목욕탕에서 야쿠자 100여 명과 액션을 벌인다).
카터의 모습이나 나체 설정은 애초부터 대본에 있었다. 사실 노출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카터에게 나체 설정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아마 남자라면 군대에서 경험한 느낌을 알 것이다. 몇백 명이 쭉 서서 샤워를 하지 않나. 그때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군대에 왔구나,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 뭐 그런.(웃음) 군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에 복종하게 된다. 카터도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기억을 잃었기에 내가 누구고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주변엔 나체인 사람들만 가득하다. 귀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터를 몰아넣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주원이 독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타이틀 롤이고, 카메라 역시 카터를 따라가는 시점이다.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금도 다시 가고픈 현장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이다. 과감한 변신의 이유가 궁금하다.
배우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변신을 해왔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많다. 입시에서도 면접관이 왜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학생 대부분이 다양한 삶을 살아서 좋다는 답변을 한다. 팬들도 도전하는 모습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콘텐츠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누군가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한다. <카터>가 그 새로움에 한몫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카터>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뭔가?
액션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나는 원테이크 스타일의 확실한 컬러를 가진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그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 것을 우리가 시도했고,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관객에게 신선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주원의 다음 도전도 궁금하다.
명확하진 않지만 ‘신선한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탐나는 역할이 있다면 그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 배운 것이 있다면?
이 작품을 경험한 것 자체가 얻고 배운 것이다. 주변의 많은 영화 관계자가 <카터>를 보고 “어떻게 찍었어?”라고 많이 물어본다. 오랜 시간 이 업계에서 일한 분들인데도 궁금해한다. 동료들에게 “획기적이다”,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게 행복하다. 그게 얻은 것이다. 감독님, 스태프와의 인연도 소중하다.
<카터>를 통해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다양한 얼굴의 배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한국의 톰 크루즈.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좋을 것 같다.
어느덧 데뷔 16년이 됐다. 꾸준히 작품을 해왔고 천천히 밟아나가고 있다.
스스로는 만족스럽다. 반짝스타가 아닌 길게 대중과 호흡하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마음은 데뷔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아, 불안감은 없어졌다.(웃음) 나는 늘 도전하는 배우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