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럽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해결해볼게.” 나한일(67세)이 이혼 후 7년 만에 마주한 아내 유혜영(66세)에게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재결합 제안이었다. 유혜영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듭되는 나한일의 노력에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 2>(이하 <우이혼2>)에 출연하고 있는 두 사람은 두 번의 이혼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서로를 통해 치유하고 있다. 결혼 생활 당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한다. 가장으로서 가정에 헌신하지 못했던 시간을 후회하는 남편 나한일. 깨달음 끝에 변화한 남편을 보고 공고했던 마음의 벽을 허문 유혜영. 이혼 부부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다시금 진짜 부부가 된 ‘유일(유혜영+나한일)커플’을 만났다.
먼저 재결합을 축하합니다.(웃음)
유혜영(이하 혜영) <우이혼2> 촬영을 하면서 마음 깊이 묵혀뒀던 미움이 사라졌어요. 남편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거든요. 처음에는 재결합에 대한 자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나한일(이하 한일) 이번에 재결합을 결정하면서 하나의 룰을 만들었어요. 세 식구가 같이 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화상 채팅방에서 딸과 아내를 만나기로 했죠. 채팅방에 모여 안부를 주고받으며 각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대화를 나눠요. 왜 예전에는 가족 간의 대화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후회해요. 대화만 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게 가족인데 말이죠.
<우이혼2>를 통해 7년 만에 재회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일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했어요. 또 동반 출연으로 관계가 더 악화되진 않을까 무섭기도 했고요. 제 입장에선 아내와 그동안 풀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내는 저와 이혼을 원했기 때문에 어떤 감정 상태인지 파악하기 어렵더라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채로 출연에 임하게 됐어요.
혜영 남편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했어요. 남편이 딸과 왕래하고 있지만 저와는 두 번째 이혼을 끝으로 만난 적이 없었어요. 재회 장소가 욕지도라서 비행기와 택시, 배까지 타야 했는데 굳이 먼 곳으로 저를 부른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한일다운 약속 장소 선택이지 않았나 싶어요. 긴 시간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끔 의도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아내와 저만 있다고 느끼는 장소여야만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 같았죠.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바람도 있었어요.
방송 초반부터 나한일의 재결합 의지가 돋보였어요.
한일 이혼한 후에 깊이 반성했어요. 아내와 딸이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 휩싸이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죠. 두 번의 이혼 모두 저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행복하기만 해도 부족한 결혼 생활을 마음고생으로 이어갔던 아내예요. 아빠로서 딸에게 미안한 마음도 커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으니까요. 홀로 생활하면서 엄청난 죄책감을 갖고 살았어요. 그리고 염치없지만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면 다시 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싶었죠. 그래서 가정에만 몰두하겠다는 다짐을 거듭했고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재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재결합 제안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혜영 시간이 흐르면서 미움의 감정이 전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이혼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제 잘못도 있어요. 아내,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했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거든요. 그리고 남편에게 모질게 행동했던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후회가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 생활 당시 상황 때문에 이혼을 결정한 것이지, 남편을 미워해서 이별을 고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남편의 재결합 제안을 받아들인 거예요.
방송을 본 딸의 반응은 어떤가요?
혜영 방송 초반에는 엄마와 아빠가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여느 시청자들처럼 우리의 이야기에 울고 웃더라고요. 딸은 가장 든든한 방송 모니터링 요원이에요. 매주 방송 후에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을 찾아보고 저에게 읽어줘요. 우리 부부의 방송 분량이 적을 때 “나한일 내놓아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알려줘서 같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이혼2>는 이혼한 부부의 관계성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연자로서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나요?
혜영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다른 관계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에서 표현이 굉장히 중요해요. 말하지 않으면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으니까요. 이번에 남편과 재회하면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았어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앙금이 대화 몇 마디로 해결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한일 당장은 힘들어도 다시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부부는 이혼하고 뒤늦게 깨달은 바가 많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혼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다시금 관계를 개선하고 잘 사는 부부가 많아요. 부부가 함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끝내 극복해내는 사례죠. 이혼은 부부의 선택이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져요. 물론 아이를 위해 모든 갈등을 참아내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 하지만 가정의 파괴가 큰일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죠.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으니까 두 배로 잘 지내야겠죠?
세 식구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많지 않아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재결합
나한일과 유혜영은 지난 1989년 불꽃 튀는 사랑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KBS2 드라마 <무풍지대>(1989)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삽시간에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교제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당대 각각 톱 배우와 톱 모델이었던 나한일과 유혜영의 결혼 소식은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슬하에 딸 나혜진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이어가던 두 사람의 이혼 소식은 결혼 9년 만인 1998년에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2년 뒤인 2000년 재결합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부부 간 갈등이 봉합된 줄만 알았다. 하지만 2010년 나한일이 불법 대출 등 논란으로 법정구속이 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의 중심에 서면서 가정에 악재가 이어졌다. 그리고 2015년 두 번째 이혼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나한일은 수감 생활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나한일과 유혜영은 두 번의 이혼이 상처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인생을 통틀어 봤을 때 큰 가르침이었다고도 했다.
교제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일 아내를 처음 본 건 한 패션쇼에서였어요. 당시 저는 무명이었던 반면, 아내는 톱스타였죠. 제가 배우로서 인지도를 쌓았을 때는 아내가 미국에 있었어요. 이후 제가 드라마 <무풍지대>의 주연으로 출연하게 됐는데, 감독님이 여성 주연에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했어요. 불현듯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모델로서는 정점에 올랐지만, 배우로 대중을 만난 적은 없는 사람이라서 좋은 기회일 거라 예상했죠. 감독님과 상의 후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출연 제안을 했는데 거절하더라고요. 기나긴 설득과 노력 끝에 아내가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아내에게 계속 눈길이 가서 잘해줬는데 쉽사리 마음을 내주지 않더라고요.(웃음) 어느 날 아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말라”며 마음을 열었고, 그 길로 금반지와 목걸이를 들고 아내의 집에 찾아가 청혼했어요.
혜영 드라마 출연을 고사했는데, 남편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더라고요. 드라마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뒤 남편과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요. 반전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편과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굉장히 편했어요. 막연하게 ‘이런 사람과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게 됐어요.
당시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불릴 만큼 두 사람의 결혼은 큰 화제였죠. 그래서인지 이혼 소식에 놀라는 반응이 컸어요.
혜영 남편의 거듭되는 사업 욕심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사업을 벌이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가족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남편은 사람을 잘 믿어요.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선 사람을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제 얘기를 잘 듣지 않더라고요.(웃음) 남편의 성향 자체가 워낙 사람을 잘 믿고 의리가 중요하다 보니 옆에서 만류한다고 해도 고쳐지지 않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게 됐어요.
한일 모든 게 제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에요. 그래서 아내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붙잡을 수 없었죠. 지금도 과거를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해요. 저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으니까요.
이혼 후 재결합을 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혜영 오롯이 아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어요. 딸이 어릴 때만 해도 아빠가 없는 아이로 키워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혼한 상황에서도 아이와 남편의 왕래가 이어지다 보니 같이 사는 편이 더 나을 거 같았죠. 하지만 부부 사이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살림을 합쳐서인지 갈등의 골이 깊어지더라고요. 남편이 사업으로 인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고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수감 생활까지 하면서 버티기 힘들어졌어요. 결국 아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고 다시 한번 이별하게 됐어요.
두 번의 이혼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상처받았던 적은 없었나요?
혜영 매사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특히 부부의 일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누군가는 우리 부부의 선택을 두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지만 두 번의 이혼 모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한일 저는 사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해동검도 단체장으로서 모범이 돼야 하는데, 이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타인이 저를 부정적으로 바라볼까 봐 신경이 곤두섰죠. 하지만 아내가 말한 것처럼 우리 부부가 내린 결정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됐어요. 모든 부부가 그렇듯 이혼을 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어렵게 결정한 재결합인 만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긴장감이 있을 거 같아요.
혜영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으니까 두 배로 잘 지내야겠죠? 지금까지 세 식구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많지 않아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한일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기로 약속했어요. 우선 저는 <우이혼2> 촬영이 끝나면 대형 면허를 딸 계획이에요. 캠핑카를 사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데 제 주특기가 맛집 탐방이거든요.(웃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아내가 좋아할 만한 음식점에 가면 좋을 거 같아요.
두 사람이 생각하는 부부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한일 모든 게 하나로 통하는 유일한 관계죠. 제 생각이나 감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을 넘어서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어요.
혜영 나이대마다 의미가 다른 거 같아요. 저와 남편이 젊었을 때는 풋풋하게 사랑하고 불같이 다투면서 부부 생활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부분이 커요.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관계로 거듭났죠.
끝으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한일 단 한순간도 아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내에게 잘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만회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을 뿐이죠. 남은 인생은 마당쇠로 살 겁니다.(웃음) 아내와 딸만 생각하고 헌신하는 남편이자 부모가 될 거예요.
혜영 남편과 두 번의 헤어짐이 있었지만 정말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부부로 한번 연을 맺으면 절대 끊을 수 없다는 말이 맞더라고요. 결국 먼 세월을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게 된 지금의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순리인 거 같아요. 남편의 말처럼 앞으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보려고 해요. 행복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