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의 딸’, ‘영도 똑순이’로 유명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46세). 부산 영도 토박이로, 대학교 4학년이던 1999년에 당시 김형오 의원실 9급 비서로 근무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2004년 구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만 27세로 전국 최연소 구의원에 당선됐고, 그 후 15년 동안 3선 구의원과 재선 시의원을 거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 선거 당시 ‘여성, 청년, 시의원 출신, 40대, 원외’라는 5가지 스펙으로 선택받은 그는 여성 인권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여성의 처우 개선, 성범죄, 젠더 문제 등 여성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64년 만에 민법에서 자녀 체벌권을 삭제한 법을 통과시켰고, 지금도 정치인이기 전에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워킹맘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양성평등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04년 첫 구의원에 당선된 이후 첫째를 출산했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했어요. 두 아이가 어릴 때는 친정 부모님과 여동생이 육아를 도와줬는데, 아이가 불안 증세를 보여 고민이 많았죠. 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굉장히 곤란하더라고요. 어린이집이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도 아이가 아프면 부모에게 연락을 하니까요. 그때 부모가 원하는 병원에 바로 데려다주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했어요. 모든 워킹맘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들이 겪는 큰 어려움은 단연 경력 단절이죠.
요즘은 근로기준법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어요. 과거처럼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시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워킹맘에게 육아와 직장은 양립이 아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지고 있어요. 결국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이 짊어지는 현실이죠. 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결국 기업의 노력,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필요해요. 스웨덴의 경우 전업주부가 2%밖에 되지 않는데 출산율은 1.88명이나 될 정도로 일과 육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업주부가 54.6%(2020년 통계청 기준)인데도 출산율은 0.83명으로 스웨덴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스웨덴은 고용이 안정적인 파트타임 직종이 다양하고, 육아 돌봄 공공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여성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구직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죠.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는데, 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까요?
기존 관행과 충돌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거나 효과를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좀 나은 편이지만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대체 인력을 뽑지 못하거나 기업 운영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정책 시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자꾸 예외 규정이 생기다 보니 정책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동력이 줄어들고, 일하는 여성 모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죠.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거나 없애야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영세사업장 등에 정부의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요.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예전처럼 일터로 나가기 위해선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요?
우선 직장 복귀를 위한 워밍업 제도가 필요해요. 재택 업무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을 통해 최신 현장 업무를 미리 익힐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죠. 그리고 기업과 근로자 사이를 효과적으로 매칭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연령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파트타임이나 풀타임 근무가 가능한 경우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통해 여성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여기에 신뢰할 만한 육아 돌봄 서비스까지 이뤄진다면 여성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출산과 육아는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동 책임으로 접근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요.
아이들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엄마들의 고충이 커졌어요. 교육과 육아의 공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늘었죠.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시행한 직장이 많았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근무를 해도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별문제가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어요. 이를 바탕으로 여성들의 일자리에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황보승희가 준비하고 있는 여성정책이 궁금합니다.
육아하는 여성들의 근로시간을 지금보다 더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어요. 현재 워킹맘을 위한 제도로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있지만 두 제도 모두 1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에요. 기존 주 15~35시간(하루 3~7시간) 근무시간을 15~25시간(하루 3~5시간)으로 줄여 1년의 단축근무 기간만이라도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해요.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요?
제가 만든 정책으로 지역사회가 변하고, 작은 민원이지만 원만하게 해결돼 공동체에 도움이 됐을 때 정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인은 국민들이 느끼는 고충과 민생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사회의 부당함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해요. 지금까지 크고 작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는데, 대의적으로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싸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솔루션을 찾는 정치를 하는 게 꿈입니다.
황보승희 의원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제21대 국회의원(부산시 중구·영도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 정보통신위원회 위원,
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전 청년국민의힘 대표,
부산시의원(재선),
영도구의원(3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