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갑자기 언급되는 것일까?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물류 차질, 개발도상국 등의 연쇄적인 디폴트(국가 부도) 가능성 등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겹쳐진 데 따른 상황이다. 현재 주요국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실물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보면 4월에 27억 달러(약 3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무역 적자를 냈다. 2020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수출 증가 기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에너지 가격 강세로 수입액 또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던 탓이다. 하반기에는 개선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설령 국내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기가 좋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지출의 증가세가 꺾였다는 일부 신호들로 미국의 실물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국면이다. 그간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을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5%였고 유로존은 7.5%, 영국은 7.0%를 기록했다. 이렇게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치닫자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미국은 5월 4일 0.5%p 인상을 단행해 0.25~0.5%였던 기준금리를 0.75~1%로 끌어올렸다. 통상적으로 0.25%p씩 조정해왔기에 0.5%p 인상을 두고 크게 움직였다는 뜻으로 빅스텝이라고 한다. 0.75%p(자이언트스텝)씩 급격하게 인상시킬 것이란 일각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릴 것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4%까지 오르지 않겠냐는 주장마저 나온다.
할 수 있는 만큼 대출 정리, 여유 있다면 예·적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 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존에 필요한 것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나 상품을 더 비싸게 사는 셈이 된다. 이는 해외의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기에 우리나라도 하반기엔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정리하자. 투자를 포함해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해나가려면 매번 타인에게 묻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에 대한 핵심 이슈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핵심 또는 주요 이슈들이 여러 상황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관찰하는 가운데 판단력이 키워진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시기이기에 한동안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 필요하다. 투자에 무리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조심하면서 힘을 비축해나가야 할 때다. 금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고 나면 변수가 없는 한 다시금 저금리로 언제 회귀할지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최대한 대출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대출자들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 상환 수수료 감면 등을 해주고 있다. 일시 상환 형태가 아닌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금을 갚듯이 100만원, 10만원씩 상환해나갈 수도 있다.
수중에 여윳돈이 생겼을 때는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쉽다.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라면 예·적금 같은 금융 상품에 돈을 일정 기간 묶어두는 것이 여윳돈을 지키는 방법이며 이는 나중에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된다. 금리 상승기에는 실세금리가 고정 주기를 단위로 반영되는 회전식 정기예금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금리가 일반 정기예금보다 낮은 편이지만 주기적으로 변동된 금리가 반영되므로 지금과 같은 시기엔 유용하다. 빠르면 3분기가 끝나갈 무렵 전후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그 너머에서 다가올 시기를 대비해 금리와 채권, 환율과 해외 채권 수익률 간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투자 지식과 지략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 부실해진 개발도상국 중 일부가 1990년대 벌어졌던 동아시아의 외환위기 때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지 누가 알겠는가. 방향성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한동안은 이익 기대치를 낮추고 해외 채권 투자 등의 분산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 역시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보이는 법이다.
조혜경 칼럼니스트
부동산 컨설팅 회사 ‘RE멤버스’ 연구홍보팀장으로 일했으며, 다수의 매체에서 재테크 패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출퇴근 30분 재테크> <경제 홈스쿨링> <요즘 애들을 위한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