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30대 주부의 사연
저와 남편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취미가 같은지라 소소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게임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와 달리 남편은 더욱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밤새도록 게임을 해 회사에 결근하거나 지각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의 통장을 보게 됐는데 저 모르게 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느라 카드 빚까지 지게 됐다는 겁니다. 이런 남편과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A. 단순한 게임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지만…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가 게임 중독에 빠져 지나치게 많은 돈을 게임하는 데 사용해 결혼 생활과 가정경제가 파탄 났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결국 이혼을 원하는 것인데, 과연 게임 중독이 이혼 사유가 될까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자체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한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게임 중독으로 인해 부부 갈등이 심해지고 막말과 상습적인 거짓말을 하거나 폭언이나 폭행에 이르는 정도가 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게임은 무료로 즐기기도 하지만 돈을 지불해야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있습니다. 또 게임 아이템 구매에 상당한 돈을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심지어 게임에 빠져 배우자 몰래 자기 명의의 집을 팔거나 대출받아 게임을 하며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돈을 탕진하고 가정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 쇼핑 중독, 섹스 중독, 알코올 중독 등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 지나친 중독은 본인은 물론 결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명심하세요. 이는 인간사 모든 면에서 적용됩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은 쉽게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중독자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데, 그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며 더욱 강렬한 자극을 갈망한다고 합니다.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위해 더 상습적으로, 더 강렬한 것을 찾게 되고 그러는 동안 몸과 마음이 병들고 정신이 피폐해집니다. 배우자가 중독에 빠지면 결국 상당수의 부부가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파탄이 납니다.
중독에서 빠져나오려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잘못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정의 행복은 남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바뀌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강한 의지와 전문가의 도움, 가족의 응원이 있다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중독은 늘 위험합니다. 적당한 것이 미덕입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다. 2017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혼, 가사법 전문 ‘우수변호사’로 선정됐다. 동시에 유튜브에서 <이인철TV>를 운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