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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가상의 패션 세계

‘메타버스(Meta+Universe ;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 세계가 등장한 이후로 패션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패션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피지컬 패션쇼를 대체할 패션쇼 영상 정도를 의미했다면 이제는 모델이나 의상조차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것!

On June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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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패션 위크에 참가한 호간.

메타버스 패션 위크에 참가한 호간.

지난 2월, 뉴욕 패션 위크에서 디자이너 조너선 심카이는 실제 패션쇼를 열기 하루 전날 디지털 패션쇼를 열었다. 실제 모델 대신 아바타가 등장했고 총 11벌의 3D 디지털 의상은 실제로 판매됐다. 디지털 의상은 누가 살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미 디지털 의상을 구매하고 있다. 구매 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패션 테크 기업 드레스-X(Dress-X)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디지털 의상을 구매하고 자신의 사진을 같이 제공하면 1~2일 안에 해당 의상을 입은 ‘착샷’을 이메일로 보내준다. 가격은 10~50달러 정도며 이미지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에 올리기 최적화된 다양한 버전의 고화질로 제공된다. 드레스-X가 저렴한 가격으로 일종의 기성복을 판매한다면 네덜란드의 패션 스타트업 패브리컨트(Fabricant)는 3D 형태의 맞춤형 디지털 패션을 경매 방식으로 판매한다. 패브리컨트가 선보인 이리데선스(Iridescence)라는 이름의 은색 드레스는 2020년 6월에 9,500달러(약 1,200만원)에 판매돼 전 세계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구매자는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드레스를 샀고 장기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제는 가상화폐로 했다.

돌체앤가바나가 제1회 메타버스 패션 위크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컬렉션.

돌체앤가바나가 제1회 메타버스 패션 위크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컬렉션.

돌체앤가바나가 제1회 메타버스 패션 위크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컬렉션.

나이키와 아티팩트(RTFKT)의 디지털 스니커즈

나이키와 아티팩트(RTFKT)의 디지털 스니커즈

나이키와 아티팩트(RTFKT)의 디지털 스니커즈

아디다스가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협업해 발매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원숭이 캐릭터 NFT.

아디다스가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협업해 발매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원숭이 캐릭터 NFT.

아디다스가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협업해 발매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원숭이 캐릭터 NFT.

패브리컨트가 선보인 이리데선스 디지털 드레스 NFT.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패브리컨트가 선보인 이리데선스 디지털 드레스 NFT.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패브리컨트가 선보인 이리데선스 디지털 드레스 NFT.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디지털 패션이 자산 가치까지?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에게 입힐 디지털 패션 구매도 활발하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는 구찌, 디올, 랄프 로렌, 나이키, 자라 등의 브랜드가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전 세계 3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디지털 패션을 구매하고 있다. 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랄프 로렌은 제페토 매장을 오픈하고 단 몇 주 만에 10만 개 이상의 디지털 의류를 판매하기도! 3억 명의 제페토 이용자 중 80% 이상이 10대인데 이들은 제페토 매장에서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을 자신의 아바타에게 피팅해보며 브랜드를 경험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디지털 패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패션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기록하는 기술로,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리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에 샤넬 백을 가지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것처럼 투자 가치가 있는 패션 NFT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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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가 암호 화폐 지갑 제작업체인 렛저(LEDGER)와 협업해 선보인 디지털 지갑 ‘렛저 나노 X’. 6월부터 홈페이지 판매 예정이다.

2020년 1월에 설립한 스타트업 아티팩트(RTFKT)는 가상의 스니커즈와 패션 아이템을 NFT로 발행해 판매하는데 무려 360만~1200만원 가격대의 NFT 운동화가 출시 7분 만에 600켤레가 판매돼 36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아티팩트는 2021년 12월 나이키에 인수됐다. 지난 4월, 아티팩트는 나이키와의 첫 작품인 ‘RTFKT×나이키 덩크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나이키가 1980년대 농구화로 처음 선보인 ‘나이키 덩크 로우’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RTFKT×나이키 덩크 제네시스는 메타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스니커즈로서 가격은 4월 26일 오후 기준으로 800만~980만원 선에 거래됐다. 아디다스가 2021년 말에 NFT 프로젝트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협업해 발매한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원숭이 캐릭터 NFT가 발매 한 달 만에 개당 91만원에서 170만원으로 가격이 뛴 것을 보면 나이키 NFT 역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밖에도 구찌, 돌체앤가바나, 버버리, 루이 비통, 발망, 프라다, 지방시, 펜디 등 수많은 명품 브랜드에서 패션 NFT를 발매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패션 위크도 열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는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의 4대 도시 패션위크가 마무리된 직후인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총 4일간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패션 위크(Metaverse Fashion Week, MVFW)를 열었다. 여기에는 에트로, 돌체앤가바나, 파코라반, 호간, 휴고보스, DKNY, 타미힐피거 등의 브랜드는 물론 패브리컨트 같은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과 포에버21, 셀프리지 백화점 등 유통 브랜드까지 70여 브랜드가 참여했다. 디센트럴랜드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각 브랜드의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시간에 맞춰 각 브랜드관에 입장하는 형식으로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패션쇼는 15분 내외 길이로 진행됐고 어떤 아바타가 어떤 옷을 입고 패션쇼에 왔는지 한눈에 모두 볼 수 있었다. 메타버스 컬렉션을 위해 특별 제작한 옷을 선보이기도 했고, 컬렉션에 나온 아이템을 직접 구입해 아바타를 화려하게 커스터마이징하거나 실물 상품으로 교환할 수도 있었다. 실제 패션 위크처럼 쇼룸, 애프터 파티, 특별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볼거리를 더했다. 메타버스 패션 위크는 첫 시도인 만큼 보완할 점도 많았지만 패션 위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기회의 땅

굳이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디센트럴랜드에 소속된 여러 크리에이터는 디지털 패션을 창조하고 판매하는 활동을 통해 2021년 한 해 동안 5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VR 스토어와 3D 쇼룸 등 인터랙티브(interactive ; 쌍방향) 콘텐츠를 통해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스타일테크(3D·VR·AR) 기반의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패스커(Fassker)를 운영하고 있는 에프앤에스홀딩스는 2021년 7월 4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2022년 4월 또다시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됐다. 일반적 온라인 매장의 구매 전환율이 3% 수준인 것에 비해 패스커 내 VR 스토어의 평균 구매 전환율은 20% 수준으로 무려 7배나 높기 때문에 많은 패션 브랜드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디올, 펜디, 발렌시아가, 에스티 로더, 토즈,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LF 등 다수의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패션산업의 전망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디지털 패션산업이 2030년까지 500억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는 언제든 새로운 변이를 일으켜 현실 세계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에 현실과 가상 세계를 동기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생활할 날이 올 것이다.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처럼 아바타로서 하루 종일 가상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메타버스 내 스타벅스 카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떠는 날 입을 예쁜 옷이 곧 필요하게 되지 않을까?

CREDIT INFO
에디터
문하경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각 브랜드 제공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에디터
문하경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