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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참혹한 여름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벌써부터 숨이 차오른다.

On June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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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준비하는 자세라…. 사실 40대가 되면서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다. 한 해 한 해 나이 먹는 것도 별 느낌이 없다. 연초에 떡국을 먹을 때 밀려오는 서러움도 일주일 뒤엔 기억도 가물하다. 나이 듦은 그런 것이다. ‘숫자’에 더뎌지고, 계절엔 더더욱 무뎌진다. 눈 깜빡하면 여름이고, 겨울이다. 준비 따위는 없다. 그저 맞이할 뿐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여름은 다이어트의 계절이다. 노출의 계절? 노출이라…. 이 나이에 노출은 민폐다. 그저 덥기 때문에 벗는 것이지 보여주기 위해 벗지 않는다(누가 봐주기나 하나. 보는 건 더 짜증 난다). 여하튼 결론은, 내게 여름은 다이어트와는 별개라는 것. 세상에 날씬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까지 날씬해질 필요가 있나. 허허(이렇게 위안해보련다).


내게 여름은 그냥 푹푹 찌는 더운 계절이다.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까? 태양을 어떻게 피해 다니지? 나이가 들면 신체에 자극을 주는 외부 환경에 민감해진다. 외출을 최대한 삼간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얼마나 마셔댈까, 요가할 땐 얼마나 더울까? 지난여름에 꽉 끼는 레깅스가 당최 감당이 안 돼, 그 유명한 ‘제이브로스’의 서머 시그너처 아이템인 ‘냉동고 바지’를 하나 구입해 마르고 닳도록 입었더랬다. 세상의 모든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랄까. 아, 여름은 내게 냉동고 바지의 계절이던가.
한강의 여름은 참혹하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언젠가 오전 10시 무렵 한강에 갔다가 기세등등한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그 이후 ‘한여름 대낮의 한강’은 내 인생에서 없다. 걷고 싶을 땐 무조건 새벽이다. 아, 여름은 내게 ‘새벽의 계절’이던가.


필사적으로 걷기를 즐기는 한강의 워킹파들은 선크림은 두 겹 세 겹 덧바르고 태양을 가릴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얇은 외투에 토시까지 끼고 한강을 누비지만 내 눈엔 그저 ‘고생길’이다. 선크림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 고약한 더위여, 나는 더위와 맞서 이길 자신이 없다. 지는 싸움은 왜 하나. 더위는 천하무적 강적이다.


덕분에 여름이 되면 나는 새벽형 인간이 된다. 부자들에게 부자의 비법을 물으면 새벽형 인간과 부지런함을 꼭 들먹이는데, 그런 이유로 새벽에 일어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이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아침을 챙겨 먹으면 확실히 하루가 다르다. 여유 있게 아침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부자스럽지’ 않나?(영자 신문도 읽어야 하나).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은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하루가 길다 보니 오히려 시간도 체계적으로 사용한다. 문득 하루가 이렇게나 길었나 싶다. 밤이 되면 피곤해 의미 없는 술자리에 가는 일도 줄어든다. 더위 덕분에 생활 루틴이 바뀐다. 그토록 더위는 내게 대단한 존재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