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 선입견 속에서 육아를 이어가는 10대 부모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프로다.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해 부모의 역할을 해내려 하고, 여느 부부가 그렇듯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고딩엄빠>는 이들의 일상을 비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력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 부모를 위한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부터 학업 단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는다. 같은 선상에서 10대의 임신을 이야기하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있다. 극에서는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 커플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고뇌에 빠졌다가 부모가 되기로 한다. 자신의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밝힌 뒤 마주하는 암담한 현실을 세세하게 다룬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동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했던 10대 부모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자칫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딩엄빠>의 주역인 남성현 PD와 주기쁨 작가를 만나 10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딩엄빠> 시즌 1이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주기쁨 작가(이하 ‘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10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인 30~50대의 정서가 다르다는 데서 프로그램 방향성을 착안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 시기에 부모가 되면 무조건 불행할 거라고만 생각한다. 물론 육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불행과 직결된다고 해석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이들의 삶을 보여주기로 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남성현 PD(이하 ‘남’)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10대 부모라고 해서 유별날 게 없다. 부부관계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어린 나이에 겪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인가?
남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청소년기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이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동안 비쳐지지 않았던 그들의 일상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주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10대 부모가 존재한다. 그들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인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또 가정과 아이를 책임지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회적인 선입견을 거둬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10대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궁금하다.
주 교육이 단절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보통 여학생들은 임신한 뒤에 학교를 그만둔다.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다. 제도권 안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한 성인 여성도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데, 이 아이들의 현실은 더 암담하다. 소위 ‘학습 단절녀’가 되는 거다. 추후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육아에만 집중해야 하는 여건인 아이들은 이마저도 힘들다. 법적으로 임신하면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사실 같은 반 친구가 임신했다고 ‘나도 따라서 임신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임신으로 인해 교육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
남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모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생활이 크게 달라지더라. 부모가 출산을 선택한 자녀를 인정해주고 심리적인 부분에서 안정감을 주면 힘들어도 잘 사는 반면,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출연진도 있는데, 프로그램 차원에서 마련한 지원책이 있는가?
주 변호사, 심리상담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언제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사전에 섭외했다. 또 직업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 면접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연결해주곤 한다.
남 우리가 준비한 모든 지원책은 아이들이 원할 때 기능한다. 간혹 도움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출연진을 향한 악성 댓글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남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간혹 아이들이 악성댓글을 보고 본인이 잘못한 것인지 헷갈려할 때가 있는데,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향한 비방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주 “(산후)우울증 핑계를 대지 말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우울증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질병인데,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매 순간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건 당사자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상처 주는 말보다 아이들을 위한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내용을 제시해주시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 반응을 꼽으면?
남 10대 때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분이 방송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다. 본인이 선택한 일을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TV에 출연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본인의 삶을 공개한 게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제작진으로서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주 출연진이 방송 후 부모님과 화해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다. 방송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속상했던 마음이 풀린 거다. 작게나마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시즌 1이 끝나고 6월 7일 <고딩엄빠> 시즌 2가 첫 방송된다.
남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청소년 신분으로 부모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물론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속상함을 내비친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본인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봐주시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시즌 2에서는 더 다양한 10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담을 전망이다. 시즌 1 방영 전과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사회에서 10대 부모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주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는 게 많지 않길 바란다. 방송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을 꼽자면, 아이들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리고 비난은 제작진에게만 해줬으면 좋겠다.
SURVEY 10대의 출산, 어떻게 생각하나요?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90명이 답했습니다.
1. 10대 출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앞으로의 삶이 걱정된다 (77%)
개인의 선택이다 (15%)
있을 수 없는 일이다 (8%)
2. 만일 미성년자 자녀가 임신 후 출산 결심을 밝힌다면?
만류할 것이다 (52.9%)
상대 부모와 협의하겠다 (31%)
선택을 존중하겠다 (13.8%)
기타 (2.3%)
3. <고딩엄빠> <우리들의 블루스> 등 10대 출산을 다루는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적이다 (63.2%)
긍정적이다 (36.8%)
4. 그 이유는?
<'긍정적이다'>
· 10대들에게 피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부모가 되기 위해선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 결혼 생활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 10대 부부를 돕는 사회적 제도가 부재한 현실을 보여준다
<'부정적이다'>
· 동경하고 따라 할까 봐 걱정된다
· 임신과 출산을 가볍게 생각하게끔 조장한다
·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
· 10대의 출산이 정상적으로 비쳐질 거 같아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