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시청률 10%대를 오가며 힐링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연기 갑’ 이병헌이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병헌을 비롯해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가 뭉친 명실상부 ‘대종상 레드 카펫’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다. 삶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작품으로, 다양한 인물의 각양각색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한다. 제주 오일장과 마을을 배경으로 친구, 이웃, 가족 관계로 얽힌 14명의 배우가 각자의 인생 무대에서 에피소드별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극 중 이병헌은 제주 토박이 트럭 만물상 ‘이동석’, 신민아는 상처를 품고 제주로 돌아온 ‘민선아’, 한지민은 아기 해녀 1년 차 ‘이영옥’, 김우빈은 극 중 천성이 맑고 따뜻한 순정파 선장 ‘박정준’으로 분했다. 김우빈의 경우 6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이 배우들이 뭉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라이브(Live)> <디어 마이 프렌즈>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그들이 사는 세상> 등 많은 이에게 인생작이 될 웰메이드 드라마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이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노희경 작가님과 꼭 한번 호흡을 맞추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병헌은 <미스터 션샤인> 이후 약 4년 만의 안방극장 컴백이다. 그가 맡은 이동석은 제주를 돌아다니며 트럭 장사를 하는 인물로 민선아를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고 있다. 결혼을 했다던 민선아가 홀로 제주에 내려온 이후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각 배우가 보여줄 이야기도 관전 포인트다. 이병헌을 필두로 한 14명의 배우가 각자 에피소드 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이에 노희경 작가는 “옴니버스 형태의 작품은 사실 10여 년 전부터 하고 싶었다. 남녀 주인공만의 이야기는 지겹고 불편하더라. 우리 삶은 여러 사람이 다 주인공인데 왜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나 싶었다”고 옴니버스 드라마를 구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배경으로 제주를, 제목으로 ‘블루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주는 우리나라 정서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앞집·옆집·뒷집 사람들이 친인척이나 아는 사이로 서로의 삶에 관여하는 문화가 우리나라를 표현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첫 방송 직전 주연배우 이병헌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어떤 회는 내가 주인공이고, 어떤 회는 내가 지나가는 사람처럼 잠깐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그 부분이 재미있더라. 진짜 그곳에 함께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는 그냥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살아가는 건 상처를 이겨내는 일상의 반복”
4년 만의 안방극장 컴백이다.
노희경 작가님과 <HERE(히어)>라는 작품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한데 코로나19 때문에 그 작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작가님께 장난처럼 “다른 거 써놓은 거 없느냐”고 물었다. 장난처럼 말한 건데 작가님이 고민을 하셨더라. 사실 언젠가는 작가님과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 또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모이기 힘든 게 사실이지 않나. 이후 작가님이 새 이야기를 쓰셨고 대본을 받았다. 그 작품이 <우리들의 블루스>다. 처음 읽을 때부터 대만족이었다. 감동, 위로,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노희경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작가님이 세 권, 두 권, 한 권 이런 식으로 대본을 조금씩 주셨다. 나올 때마다 그걸 읽는데 애초에 나는 내 캐릭터의 이름을 몰랐다. 처음엔 ‘한수’(차승원 분)의 스토리가 많이 나와 ‘내 캐릭터가 한수구나’ 했다. 2권까지 몇 시간에 걸쳐 읽었다. 2권 끝나갈 때쯤 한수가 농구를 엄청 잘하고 키가 커서 덩크슛도 한다고 적혀 있더라. 그래서 ‘나구나’ 재차 확신했다.(웃음) 알고 보니까 내 캐릭터가 아니더라. 이후 ‘인권’(박지환 분)이라는 캐릭터, ‘정준’(김우빈 분)이라는 캐릭터도 있었다. ‘싸움을 좀 하는 거 보니까 진짜 나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5~6권 읽었을 때 작가님께 내 캐릭터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동석이라더라. 그래서 머릿속을 비우고 동석이 위주로 읽었다.(웃음)
옴니버스 형태의 드라마 촬영은 어땠나?
어떤 회는 내가 주인공이고, 어떤 회는 내가 지나가는 사람처럼 잠깐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그 부분이 재미있더라. 드라마의 레이어가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진짜 그곳에 함께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는 그냥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신민아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기억으로는 신민아 씨의 데뷔작인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내 동생으로 출연했을 거다. 이후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내가 짝사랑하는 인물로 나왔다. 연인으로 호흡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적에 너무 풋풋하고 귀여웠던 신민아 씨의 모습만 생각하다가 이렇게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니 굉장히 새로웠다. 깊이 있는 연기를 해서 내심 놀랐고, 덕분에 호흡도 좋았다. 상대가 잘 받아주니 신나고 든든한 느낌이었다.
신민아는 이병헌과 재회한 느낌이 어떨까?
그는 “다 다른 인물을 만났던 것 같은 느낌”이라며 “내 데뷔작을 함께 했고, 또 <달콤한 인생>에서는 일반적인 상대역은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다시 만났는데, 약간의 편안함이 있어 동석과 선아의 관계에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달라진 점은 더 멋있어지셨다”고 말했다. 이에 이병헌은 “그 비결을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많은 배우가 출연하고, 또 배경이 제주도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김혜자 선생님, 고두심 선생님이랑 촬영을 여러 번 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고두심 선생님이 식당을 소개해주셔서 선생님들과 식사를 몇 번 했는데, 그럴 때마다 두 분이 <전원일기> 등 예전에 촬영했던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재밌고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선배님들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그 기억이 많이 난다.
대본을 읽고 연기를 하면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것이, 우리 모두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이고, 또 ‘살아간다’는 게 그 상처를 잊어버리고 이겨내려는 것의 반복과 연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어떤 인물을 통해서든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