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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의 꿈

훈훈한 두 남자를 TV에서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On May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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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창욱의 첫 OTT 진출작 <안나라수마나라>가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지리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 분)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웹툰 연출의 마술사’라 불리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원작으로, 김성윤 감독은 10여 년 전 웹툰 연재 직후 <안나라수마나라>의 영상화를 하일권 작가에게 제안했고, 오랜 시간을 거쳐 5월 6일 마침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선과 악의 기준이 무의미한 리을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지창욱은 촬영 3개월 전부터 마술과 노래를 익히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는 후문이다. 첫 OTT 진출을 성공적으로 한 지창욱에게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3 / 10

 

마술은 ‘어렸을 때 꿨던 꿈’ 같은 것

<안나라수마나라>가 전 세계 넷플릭스 랭킹 4위에 올랐다.
실감이 안 난다. 공개한 지 며칠 안 돼 주변에서 피드백이 아직 많지 않다. 글로벌 OTT를 통해 송출되는 건 처음이라 과거 드라마나 영화, 공연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과 설렘이 있다. 재미있고 신기하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도 궁금하다.
사실 안 봤다.(웃음) 내가 나오는 작품을 잘 못 본다. 내 손을 떠나 시청자들이 잘 판단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평가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쉬운 것들을 되짚어보겠다.


웹툰이 원작이다.

사실 원작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원작을 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정도로만 참고했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뭔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가난, 돈, 성적, 동심, 꿈, 타인의 시선…. 그런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따뜻하게 다가올 것이다.

웹툰이 호평을 받은 작품인데. 캐릭터를 만들 때 부담은 없었나?
만화를 실사화한 시리즈물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어려운 작품이었고, 큰 부담이 있었다. 더구나 웹툰이 워낙 명작이고 많은 사람에게 호평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심지어 내가 맡은 리을은 굉장히 멋있는 캐릭터다. 내가 이 멋짐을 구현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만화 속 캐릭터를 좇기보다는 나에게 맞게 재창조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외적인 부분도 웹툰을 따르지 않았다. 원작을 따라가기보다는 원작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시리즈를 만들자 싶었다. 100%의 만족은 없다. 웹툰을 본 분들은 이 시리즈를 보고 실망하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리을의 직업은 마술사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노래 연습과 마술 연습을 오래 하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마술과 노래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마술은 이은결 씨에게 3~4개월 정도 배웠다. 작품 안에서 은결 씨가 마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도와줘 멋지게 나올 수 있었다. 마술 장면을 찍을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장면 안에서 진짜 마술사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원작이 웹툰이기도 하지만 리을이라는 캐릭터는 특히 만화스럽다. 연기 밸런스는 어떻게 잡았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내가 마술을 믿었었나? 내가 어렸을 때 믿었던 건 뭐지? 꿈꿔왔던 건 뭐지?’ 리을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판타지스럽지만 또 복합적인 인물이라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다 표현한 캐릭터였다.

극 중에 마술을 믿느냐는 질문이 있다. 개인적으로 마술을 믿나?
마술을 믿는다는 건 마술의 행위를 믿는다기보다 마술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마음인 것 같다. 나는 반반이다. ‘내가 언제 속은 거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더라.(웃음) 촬영하면서 마술이 무엇일까도 생각해봤다. 동심을 표현해주는 매개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꿨던 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도 받았다.
동화 같은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본을 본 순간부터 내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돈, 성적, 꿈….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다 하는 고민들이 있지 않나. ‘나는 누구인가’, ‘내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고민을 이 작품을 하면서 또다시 할 수 있었다.

음악과 안무가 좋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혹시 뮤지컬로 제작된다면 출연 의향이 있는가?
초반부에 그런 얘기가 많았다. 감독님이 언젠가 “뮤지컬로 옮겨지면 할 생각 있어?” 물어보시기에 없다고 했다. 마술적인 화려한 장치가 무대 위에 오르면 비주얼적으로 보는 분들이 즐거울 것 같기는 하다. 사실 뮤지컬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왕 할 거면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만들었던 캐릭터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리을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순간은 살아가는 데 늘 존재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거기서 오는 상실감이 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절을 생각하면 뭔가 우울감이 든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지 못해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순간도 있었고,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학창 시절에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다. 그래서 리을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

극 중에는 다양한 군상의 어른이 등장한다. 멋진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 것 같나?
글쎄, 어른이라고 하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친구들을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막연하게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기보다는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tvN·넷플릭스 제공
2022년 06월호
2022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tvN·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