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김진석’(이무생 분)과 ‘정찬영’(전미도 분)은 한때 연인이었지만 김진석이 유학을 가며 이별했습니다. 그사이 김진석은 하룻밤 일탈로 아이를 갖게 된 ‘강선주’(송민지 분)와 결혼했지만 여전히 정찬영과 애매한 관계로 지내고 있는데요. 두 사람은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함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는 등 데이트를 했지만, 정찬영은 “진석이 결혼한 후에 관계를 갖지 않았다”며 불륜 관계는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모호한 관계일지라도 육체적 관계를 갖지 않으면 불륜 관계가 성립하지 않을까요?
A.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꼭 성관계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성관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합니다. 성관계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다른 이성과 데이트 혹은 신체 접촉을 하거나 “사랑해”, “보고 싶어” 등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미죠. 부정한 행위 여부는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오피스 와이프나 오피스 허즈번드의 경우도 위 사례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순히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이혼 사유로 인정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애정 표현을 하거나 스킨십을 한 경우엔 다릅니다. 이런 경우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송 제기가 가능합니다.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고, 내연 상대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 이혼소송을 하려면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이혼 재판은 유책주의와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억울해도 승소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끔 배우자 몰래 자동차에 녹음기를 두거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불법입니다. 또 흥신소(사설 조사업체)에 의뢰해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거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것, 주거지에 침입하는 것 모두 증거로 효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간혹 흥신소에서 의뢰인의 배우자에게 찾아가 “너의 편을 들어줄 테니 돈을 달라”며 이중 스파이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합법적인 증거는 문서화된 서류나 시청각 자료입니다. 각서, 문자메시지, 카톡, 녹음 파일, 동영상과 사진, 블랙박스 등 모든 자료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를 녹음하거나 부정행위 현장을 발견해 사진을 찍는 것, 혹은 숙박업소나 식당 등 두 사람이 방문한 장소의 CCTV를 확보해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CCTV는 데이터 저장 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전에 경비원 등을 찾아가 “법원에 증거보존을 신청하면 처리되는 데 2주 정도 걸리니까 그동안 삭제하지 말고 보관해달라”고 부탁하면 됩니다. 증거가 없으면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통장 내역, 카드 사용 내역, CCTV 등의 자료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문자메시지나 카톡 대화는 조회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증거는 바로 확보해 보관해야 합니다.
만약 단순히 직장 동료 관계인데 배우자가 오해해 이혼 재판까지 갔다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해야 합니다. 배우자가 요구할 경우 해당 동료와 주고받은 메일과 문자메시지, 카톡 대화 등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른 직장 동료의 진술서를 확보해 법원에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적절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됩니다. 또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성과 오해를 살 만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니 그 자체만으로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상황은 역지사지해야 합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다. 2017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혼, 가사법 전문 ‘우수변호사’로 선정됐다. 동시에 유튜브에서 <이인철TV>를 운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