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힙’한 동네를 꼽자면 성수동이 아닐까? 블루보틀 성수 카페 뒤쪽 골목은 평일에는 다소 한적하다. 맛집과 카페로 즐비한 서울숲과는 살짝 떨어진 위치라 비교적 인적이 드문 듯하지만 알고 보면 가장 스타일리시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오소이, 마지셔우드, 힌스 등 요즘 M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뷰티 브랜드가 즐비한 곳이다. 그 골목에 자리한 새하얀 건물 속 유이라 쇼룸을 방문했다. 피부 속 이상적인 유·수분 비율을 찾아내고 지켜주는 ‘조화’의 솔루션을 담은 뷰티 브랜드 유이라.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한 피부 속 황금 비율을 제안한다는 브랜드 철학에 맞게 맑고 편안한 무드로 꾸며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모던한 투명 모듈 선반과 그 위에 가지런히 진열한 유이라 제품이 눈에 띈다. 이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화분이 싱그러움을 전한다. 곳곳에 놓인 감각적인 오브제 또한 마치 어느 아트 전시장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모두 김수미 대표의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브랜드 패키지 비주얼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물로 지울 수 있는 수성 네일을 내놓으며 피부 건강과 편안한 사용감을 놓치지 않기까지. 유이라만의 영역을 찬찬히 구축하고 있는 김수미 대표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
유이라라는 뷰티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타고난 민감성 피부라 출산 후에 피부 트러블이 심했어요. 그 후부터 직접 재료를 조합해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피부도 편안해지고 좋더라고요. 저처럼 민감한 피부에 적합한 성분과 사용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다가 제가 직접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피부 고민을 떨쳐보자는 취지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거죠.
유이라 쇼룸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포인트는 뭔가요?
아시다시피 넓지 않고 아늑한 공간이라 공간 활용에 중점을 뒀어요. 고객이 왔을 때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동선과 제품 디스플레이를 고려해 세팅했어요. 그리고 포토존도 빼놓을 수 없었죠. 디자이너와 회의 후 쇼룸 한쪽 천장에 크고 작은 물방을 모양의 거울 2개를 달았어요.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쇼룸 전경을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젠가요?
평소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고 팬이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여러 연예인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모습을 봤을 때요! 말로 다 할 수 없이 감사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한때 많은 이들의 단발병을 유발할 정도로 김수미 대표의 칼단발 헤어스타일이 화제였는데요, 헤어스타일을 바꾼 계기가 있나요?
2016년까지는 가슴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 생머리였다가, 그해 여름에 귀밑 정도까지 머리를 잘랐어요. 헤어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꿨지만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그때가 둘째 태이를 출산하고 1년쯤 지난 시기였는데, 아마 이래저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나 봐요. 일명 ‘얼태기’라고 하죠? 아무리 다양하게 스타일링해도 나 자신에 만족을 못 하고 못나 보이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해 본건데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웃음) 지금은 다시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중단발 정도까지 왔네요.
가장 애정하는 패션 브랜드를 꼽아본다면요?
너무 많은데…. 하나만 고르기는 힘들어요.(웃음) 우선 ‘포니테일’이라는 패션 브랜드는 색감이 너무 예뻐 좋아해요. 이번 시즌에는 비비드한 컬러의 의류가 많은데, 워낙 색을 잘 뽑아내 과하지 않고 오히려 상큼한 룩을 완성할 수 있어요. ‘포저’라는 브랜드는 블랙 컬러의 반팔 티셔츠, 데님 팬츠, 베이지색 셔츠 등 베이식한 아이템을 세련된 핏으로 잘 풀어내 요즘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또 평소에 원마일 웨어 룩을 즐겨 입는 편인데 ‘스포티앤리치’의 옷이 제격이에요. 집 근처에 간단한 볼일이 있을 때 입기 좋은 편안한 룩에 레트로한 감성과 건강한 무드를 보여주는 브랜드인데, 제 취향과도 맞아떨어져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고 있어요.
평소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 궁금해요.
특별히 정해놓은 스타일은 없어요.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직감적으로 의상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베이식한 흰 티셔츠에 다크한 데님 팬츠와 재킷 세트업을 입고 흰색 에어포스를 신는 편안한 룩이 끌릴 때도 있는 반면, 어떤 날엔 산뜻한 컬러 포인트 룩을 입고 싶을 때도 있어요. 요즘은 날씨도 따뜻해졌고 봄기운을 더 만끽하고 싶어 컬러감이 있는 옷과 액세서리에 자꾸 손이 가더라고요. 오늘도 평소 제가 실제로 자주 착용하는 룩 그대로 입어봤어요. 흰색 스웨트셔츠와 옐로 팬츠는 포니테일의 제품이에요. 여기에 잘 어울렸던 상큼한 오렌지 컬러 가방은 메종마레 제품이고요. 또 흰 티셔츠에 데님 팬츠를 매치한 룩을 가장 애정하는데요, 예전부터 다양한 무드의 룩을 시도해봤지만 이 심플한 데님 팬츠 룩을 제일 많이 입었던 것 같아요. 오늘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메종마레, 데님 팬츠는 레이브 제품이에요. 모두 브랜드에서 선물로 보내준 거예요. 평소 감사하게도 국내 브랜드에서 선물을 많이 보내주거든요.
요즘 가장 많이 손이 가는 패션 아이템은 뭐예요?
데님 재킷이요. 환절기라 낮엔 완연한 봄 날씨지만 저녁엔 쌀쌀해 이너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입고 벗기 편한 재킷을 꼭 챙겨 다녀요. 여담이지만 날이 더 따뜻해지면 어여쁜 테니스복을 잔뜩 장만한 후 테니스를 배워보고 싶어요.
파우치나 가방에 꼭 챙겨 다니는 아이템을 소개해주세요.
유이라에서 출시 예정인 모공 블러링 팩트 테스터를 항상 가지고 다녀요. 기온이 올라가면 땀도 나고 모공이 열리면서 얼굴의 나비존과 코의 모공이 더 도드라져 보이잖아요. 이 테스터를 굉장히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는데, 자연스럽게 모공을 커버해줘 감쪽같이 잘 가리고 다니고 있어요.(웃음) 또 패션&뷰티 제품은 아니지만 메가도스 비타민 C 3000이랑 글루타치온은 필수템이에요.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먹어야 해요. 특히 메가도스 비타민 C 제품은 비타민 C를 무려 3,000mg이나 함유해 먹기 전후 차이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더라고요.
메이크업 루틴에 대해 알려주세요.
먼저 토너, 앰플, 수분 크림 정도까지만 사용해 스킨케어를 끝낸 뒤 톤업 크림을 꼭 발라요. 피부 톤을 자연스럽게 밝혀줘 쿠션이나 파운데이션 등 다른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바르는 것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또 피부 각질이 들뜨거나 모공에 끼는 현상이 없는 것도 장점이에요.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제 데일리 베이스 메이크업은 톤업 크림과 컨실러까지가 전부랍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바로 매끈한 피붓결과 피부 속에서 차오르는 듯한 속 광 연출이에요. 톤업 크림과 컨실러로 티 없이 매끈한 피부를 연출했다면, 하이라이터로 인위적이 아닌 건강한 광을 표현하며 마무리해요.
환절기를 맞아 유이라에서 추천하고 싶은 제품을 꼽아본다면요?
애플 프룻 크리미 퀵 마스크요. 밤낮으로 온도 차가 심해 피부가 푸석해지기 쉬운데, 촉촉하면서 피부에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고 클레이 마스크 형태라 간편해요. 그리고 실제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플로리스 크리미 컨실러예요. 또 봄이니까 네일로 화사하게 기분 전환하면 좋으니 블러싱 네일 컬러 말리부 선라이즈와 실버레인 컬러를 추천해요. 수성 네일이라 피부에 유해한 아세톤 없이 쉽게 떼어낼 수 있어 좋아요. 특히 간호사나 요리사 등 직업상 네일을 오래 바를 수 없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수는 무엇인가요?
그날그날 기분과 의상에 따라 향수를 바꿔 사용하는 분도 많은데요, 저는 그와는 정반대 타입이에요. 향수 하나에 꽂히면 몇 년간 주야장천 그 향수만 뿌리는 스타일이에요. 실제로 5년 넘게 바이레도 라튤립 향수, 보디 크림, 핸드크림을 꾸준히 사용했던 적도 있어요. 또 재작년부터는 이솝의 태싯 향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어요. 발향이 강렬한 편도 아니고 지속력도 길지 않은데 오히려 그 점이 더 좋았어요. “나는 지금 향수를 뿌렸다!”는 듯이 향기가 세게 나는 것보다 은은하게 나는 듯 안 나는 듯한 잔향을 남기는 제품을 선호하죠.
일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이를테면 딸 태이가 가볍게 던지는 예쁜 말 한마디나 지나가다가 스치듯 보이는 다채로운 컬러 조합 같은 것이요. 사소할지라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제 안에 쌓이면 언제든 꺼내 활용할 수 있어요.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주말에는 무조건 집에 있어요. 집에서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넷플릭스나 애플TV+를 보며 뒹굴뒹굴해요. 주중에 몰아치듯이 일이 많고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 휴식을 잘 취해야 일할 에너지가 충전되거든요. 그래서 쉬는 날에는 정말 말 그대로 쉬어요.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뭔가요?
요즘 출시 예정인 제품 준비에 한창이에요. 많은 분이 만족할 만큼 제품 성분, 디자인, 사용감 등 완벽히 준비해 멋들어지게 만들어내는 데 저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바쁜 스케줄을 거뜬히 소화해내는 비법이 있나요?
비법이라고 할 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주 5일을 최선을 다해 바삐 일하고, 주 2일은 무조건 쉽니다.(웃음) 잘 쉬는 것도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몸에 해로운 것은 최대한 먹지 않는 대신에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하려고 애쓰며 식단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최대한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유투브 Q&A 영상에서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발리를 꼽은 걸 봤어요. 요즘도 발리가 희망 여행지 1순위를 차지하고 있나요?
맞아요. 향도 꽂히는 것만 꾸준히 사용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발리가 가장 좋은 걸 보니 은근히 저 일편단심 스타일이네요.(웃음) 드디어 조만간 발리로 여행을 갈 예정이에요. 스미냑에서 불같은 주말을 보내고 우붓에서 요가와 수영을 하며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싶어요. 그 외에는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마이애미에서 보냈는데 마이애미의 사우스 비치도 너무 그립네요. 그때는 미성년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마이애미의 ‘핫’함을 다시 가서 느껴보고 싶어요.(웃음) 말하고 보니 저는 바다를 좋아하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