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편은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기를 바라고 주식, 부동산이 아닌 가상화폐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아! 이거 대박이야! 오르면 두세 배 심지어 열 배도 오를 수 있어.”라며 매일 가상화폐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혼 시, 가상화폐 투자로 얻은 재산도 분할이 가능할까요?
A . 바야흐로 가상화폐 열풍입니다. 특히 2030 젊은 층이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엄두가 나지 않고, 주변에서 가상화폐로 수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있어 더 그렇습니다. 아내 몰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받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훗날 이를 안 아내가 남편의 행동이 이해 가지 않아서 혹은 전 재산을 탕진해서 이혼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상화폐에 큰돈을 투자하고 손실이 난 것으로 이혼할 수 있을까요? 만약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크게 보면 이혼 사유가 될까요? 자본주의사회에서 주식 투자는 필수적입니다. 대기업이나 상장기업이 주식 투자를 받지 못하면 회사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는 합법적이고, 이로 인해 손실을 본 것은 이혼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혼 사유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의 명의인 주택을 팔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거나, 가족의 재산을 빌려 투자해 손실을 보는 식의 이유로 아내와 갈등이 심해지면 이혼 사유가 됩니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봐서 부부 갈등이 심해진 경우 이혼 사유에 해당하죠.
문제가 되는 것은 재산분할입니다. 이혼할 경우 법원을 통해 배우자의 부동산, 주식, 예금 등 재산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결혼 후 형성되거나 증가한 재산은 모두 재산 분할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합법적인 재산은 아니지만 불법적인 재산도 아닙니다. 1개에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가상화폐도 있는 만큼 재산적 가치가 있고 거래도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죠.
그런데 문제는 법원에 판례가 축적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상화폐는 법원에서 조회해도 어디에 얼마가 있는지 알 수 없어 재산분할의 대상과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가격 차이가 있으면 사실 심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합니다. 1심은 1심의 재판 마지막 변론일, 2심은 2심의 마지막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부동산은 KB시세로 가격을 산정하고 주식은 당일 증권거래소 가격으로 산정합니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금액 변동 폭이 매우 큽니다. 어떤 날은 1,000만원이었다가 어떤 날은 100만원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특정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죠. 결국 주식과 마찬가지로 변론 종결 당시 조회일 기준 가격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원 조회 결과 남편에게 3억원의 가상화폐가 있어서 아내가 1억 5,000만원을 받기로 판결이 났습니다. 그런데 판결문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상화폐 금액을 현금화하지 않는 것이지요. 부동산, 예금, 주식 같은 경우에는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즉 압류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어떻게 압류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화폐 피해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피해 구제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모든 재산과 시간을 가상화폐에 올인하는 것은 도박과 같이 매우 위험합니다.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합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다. 2017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혼, 가사법 전문 ‘우수변호사’로 선정됐다. 동시에 유튜브에서 <이인철TV>를 운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