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벌어서 쉽게 쓰지 마라
절약은 리스크가 없이 리턴만 있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절약에 대해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자는 탈소비와 혼동을 일으키거나 무조건 싸구려만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절약은 고통스럽고 포기를 부른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절약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맛집 탐방이 비용과 시간의 낭비가 되지만 요리사를 꿈꾸는 이에겐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과정이다. 화가에겐 비싸더라도 좋은 물감이 필요하나 유치원생에겐 12색의 크레파스만으로도 충분하다. 절약이란 병적인 집착이나 극단성만 아니라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 꿈을 향한 것, 필요한 것에는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덜 필요한 것은 최대한 지출을 막는 행위이다.
우리는 종종 ‘매진’이라는 말에 무너진다. 하지만 돈이라는 건, 싸게 사서 남는 것이 아니라 덜 사서 남는 것이다. 참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인데도 우리는 수시로 망각한다. 충동적 소비의 뿌리를 뽑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보자.
▶푼돈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카페라테를 주 5회 사 먹는다고 해보자. 한 잔에 5,000원이라고 하면 당장은 부담스러운 비용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1년 치를 모으면 ‘52주×2만 5,000원=130만원’이나 된다. 이처럼 소소한 지출을 줄여 목돈을 모으는 것을 ‘카페라테 효과’라고 한다. 푼돈도 모으면 결코 푼돈이 아니다.
▶소비 기준표를 작성하라. 작성법은 간단하다. ‘꼭 필요한 것’, ‘있으면 좋은 것’, ‘가지고 싶은 것’으로 나눠 목록을 만든다. 지출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꼭 필요한 것이고, 나머지는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사거나 최대한 소비를 지연시켜 막아야 한다. 돈을 어떤 용도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까지 함께 적어 수시로 볼 수 있는 장소에 붙여놓자. 볼 때마다 실천 의지를 되새기면 단번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더라도 점진적으로 허투루 낭비하는 습관을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절약한 당신에게 스스로 보상하라. 절약 실천의 대가를 자신에게 주어보자. ‘값싼 페스트 의류 쇼핑을 줄인 돈으로 가지고 싶던 고급 구두를 산다’ 식의 구체적이면서도 한두 달이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는다. 기간이 길면 중간에 지치기 쉽고 액수가 너무 낮아도 쉬워서 효과가 없다. 이렇게 설명하면 “또 다른 소비 유발이 아닌가요?”라며 저축이나 투자라는 모범 답안을 꺼내놓길 원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제발 좀 그렇게 하길 바란다. 충동적인 지출이 강하게 밴 이들은 소비 절제를 위한 훈련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과정을 대략 2~3번 반복하면, 점차 충동적 소비 욕구를 제어하는 힘이 생겨난다. 이때 수중에 모인 돈을 보면서 물건은 원래만큼의 돈으로 다시 바꾸기 어렵지만 돈은 언제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음을 깨달아가기 쉬워진다. 즉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가진 것과 동일한 심리 상태가 되면서 자신에게 보상을 주지 않아도 지출 통제가 가능해지고, 미래를 위해 돈을 투자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카드 결제 승인 내역을 수시로 살펴라.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번들 손바닥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과 같아 카드값 갚기에 바쁜 가난한 채무자의 삶으로 들어가기 쉽다. 통제력이 떨어진다면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승인 내용을 일주일이나 열흘마다 살펴보라. 커피값 5,000원, 면 티셔츠 1만원 식의 자잘한 비용이 뭉쳐 목돈이 되는 것을 접하면 충동적이거나 불필요한 지출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래도 신용카드 사용 절제가 어렵다면 아예 지갑에서 퇴출시키자. 교통카드를 겸한 체크카드와 비상금 용도로 소액의 돈만 지갑에 넣어두고 사는 것이다. 체크카드 결제 통장엔 일주일 정도 사용할 돈만 넣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잔고 부족으로 자칫 결제 거부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충동적 소비를 막기 위함이다.
정리하면 지금은 금리 상승기로 연말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갈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변동금리 대출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조금이라도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돈을 금융기관에 맡길 때는 단기 금융상품인 예·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해 금리 상승기의 이자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돈을 굴리는 요령 가운데 하나다.
조혜경 칼럼니스트
부동산 컨설팅회사 ‘RE멤버스’ 연구홍보팀장으로 일했으며, 다수의 매체에서 재테크 패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출퇴근 30분 재테크> <경제 홈스쿨링> <요즘 애들을 위한 슬기로운 재테크 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