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6분 공짜! 1990년대 017 신세기통신 CF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배우 김윤경. 이후 다양한 시트콤, 드라마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청순한 역할을 주로 연기해오다 출산 후 도전했던 KBS2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불륜녀 ‘은미란’ 역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뒤로는 언제나 극 중에서 화려하고 차가운 도시 여자로 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녀는 털털하기 그지없는 성격에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반전녀다.
도시 여자의 타운하우스
한 달 전 김윤경은 반포에서 죽전으로 이사했다. 평소 주택살이를 꿈꾸었지만 여러 여건 때문에 미루다가 절충안으로 타운하우스를 택한 것.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기에 꿈꾸던 마당은 포기하고 대신 지인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포켓 테라스가 있는 집을 골랐다. 기존 집과 비슷한 스타일로 리모델링이 돼 있는 새집을 처음 본 순간 창이 넓고 많아 집 어디에서도 햇살을 한껏 누릴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살아보니 기대 이상이라고.
쇼핑보다 캠핑이 좋은 여배우
늦둥이로 태어난 살가운 막내딸이다 보니 주말마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을 찾아다니거나 산과 바다를 좋아해 아들과 단둘이 캠핑을 떠나는 여배우. 외모만 봐서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듯한 깍쟁이 같은 이미지인데 실은 여전사 유형이다. 친구들과 카페에 차 마시러 가서 주차 때문에 끙끙거리는 손님을 보면 뛰어나가 주차를 대신하기도 하고, 철마다 나물 뜯으러 산으로 들로 다니는 그런 씩씩한 캐릭터. 사회생활을 하며 힘들 때 무턱대고 쇼핑도 해보고 여러 취미를 가져봤지만 자연을 대할 때 가장 위로가 되더라는 김윤경은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 배우기 시작한 골프, 프리다이빙, 러닝 등에 능한 만능 스포츠 우먼이기도 하다.
친구 같은 엄마
올해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들 태현이는 어떤 친구보다 엄마와 더 친하다. 어릴 때부터 함께 축구공을 차던 엄마, 공부하라는 소리보다 놀러 가자는 얘길 더 많이 하는 엄마 덕분에 무던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공부 스트레스 없이 강단 있게 키운 태현이는 표정이 늘 밝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잠깐 아빠가 직접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는데 그렇게도 기다리던 아빠의 퇴근 시간이 아이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줘 그만두었다고. 대신 방학 때 아이와 둘이 해외여행을 떠나 몸소 부딪치며 영어를 배우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생길 때만 아빠가 나섰더니 가족이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진짜 김윤경으로 작품에 서는 바람
드라마에서도 만나지만 최근 몇 년간 김윤경은 홈쇼핑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라이브 70분 방송을 감당해내는 당참 뒤엔 무던한 노력이 있었다.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서비스경영을 수료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6년째 하고 있다. 일회성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닌 제품에 대한 연구는 필수.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품에 대해 알리는 것과 연기는 다르지 않으니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을 또 하나 얻어 신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배우는 맡은 배역에 따라 변화무쌍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유난히 찰떡같은 배역이 있지 않은가. 김윤경도 다음 작품에서는 보통의 김윤경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여형사, 스포츠 코치, 액션과 코믹 연기라면 언제나 준비돼 있는 배우. 몇 년째 해온 조깅, 산악자전거, 다이빙 등으로 다진 몸은 물론이고 기질적으로 씩씩한 김윤경 그대로를 작품 속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