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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상처와 이별하는 법

트라우마와 마주했다면 이제는 치유해야 할 때다.

On March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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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돌봄

스스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을 ‘자기돌봄’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행동으로 심신이 평온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자기돌봄의 첫걸음은 마음 바라보기다.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 자신을 유익하게 만드는 자기돌봄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 취하기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신을 환기시키는 음식 충분히 섭취하기 ▲거품 목욕, 마사지를 통한 심신 안정 ▲좋아하는 운동하기 ▲의사 표현의 명확한 기준 만들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습관 기르기 ▲편안한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 ▲나에게 맞는 취미 생활에 몰입하기 ▲심호흡을 통해 자신의 신체감각에 집중하기 ▲명상하기 ▲큰 소리 내어 마음껏 울기와 큰 소리 내어 마음껏 웃기 등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거짓 자기돌봄이다. 대표적으로 음주, 게임, 도박, 잠을 적게 자려고 하는 것, 쉬지 않으려고 하는 것,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것, 자기 비난,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것, 혼자 고립될 것이 두려워 억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하는 것 등이 있다. 종합해보면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시그널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순간의 부정적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다. 자기돌봄은 스스로를 아끼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회복 탄력성을 강화시켜 문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유산소운동

트라우마는 무기력감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여 체내 에너지를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잃어버렸던 통제감과 자유로움,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 뇌 속의 호르몬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기분이 좋아지는 엔도르핀은 증가하고, 기분이 나빠지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감소된다. 유산소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신경세포를 새롭게 증식시키고 집중력, 문제해결력, 충동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고강도의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산책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간혹 운동을 하다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질 수도 있는데, 쉬었다가 천천히 하면 된다. 신체 흥분 상태가 과거의 기억을 자극하거나 공황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운동하기를 꺼리거나 불안해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페이스 조절을 통해 운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낮은 강도의 운동이나 스트레칭처럼 몸을 이완시키는 운동,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일상에서의 회복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자신을 소중하게 돌봐야 한다. 몸을 돌보다 보면 마음도 함께 좋아지기 마련이다.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된다. 음악 듣기, 목욕, 심호흡, 명상,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다. 고통스러운 생각을 잊기 위해 과도하게 일하거나 몰입할 필요는 없고,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시작한다.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필요도 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 중에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다가 끔찍한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까 봐 두려워 사람을 피하고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도움이 된다. 자신의 힘든 기억이나 안 좋은 기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치유의 한 과정이다.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기 트라우마

청소년의 경우 가족의 지지, 친구들의 관심, 주변 어른들의 배려가 중요하다. 아이가 트라우마의 영향에 함몰되느냐, 아니면 트라우마의 영향을 극복하고 성장하느냐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사건을 겪은 이의 주변에 위로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트라우마 후유증은 줄어들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은 강화된다. 반면 갈등이 많은 주변 환경의 몰이해와 무관심은 트라우마에 대한 면역력을 급격히 악화하게 만든다. 특히 아직 자아가 온전히 성장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가족, 학교, 친구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변의 어른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문가들이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심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소를 모두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공감 능력 향상의 기회

누구나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트라우마를 떠안게 될 수 있고, 때때로 그 기억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들기도 한다. 트라우마를 만나면 공포, 두려움, 무력감 등 여러 가지 불쾌한 감정과 신체적 반응을 느낀다. 이는 정상적인 생존 반응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에도 한참 동안 이런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라우마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로 지나다 보면 가족을 비롯한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찾아와 지독하게 괴롭히는 트라우마. 아이러니하게도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먼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경우가 있다. 점차 회복되기도 하고 외상 후 성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트라우마는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 큰 아픔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적 성숙이 이뤄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에서 공감 능력과 트라우마의 연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년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공감 능력 지수를 측정한 후 유년 시절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부모의 이혼이나 폭력 등을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했을 때, 트라우마의 강도가 높을수록 공감 능력이 높았다고 한다. 유년 시절 트라우마가 감정적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트라우마 기억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분명 그 감정의 강도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나요? 

2월 9일부터 14일까지 <우먼센스> 구독자 82명이 답했습니다. 

1 트라우마가 있다
YES (80.8%)
NO (19.2%)

2 다음 중 당신을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는?(중복 선택 가능)
부모와의 트러블 (24.7%)
따돌림 및 폭력 (17.3%)
직장에서 받은 상처 (25.9%)
지인의 폭언 및 배신 (18.5%)
이성으로부터 거절 (6.2%)
기타(코로나19 확진으로 당했던 따돌림, 초등학생 당시 선생님의 막말) (7.5%)

3 트라우마가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63.5%)
아니다 (36.5%)

4 언제 영향을 받는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40.4%)
상처받았던 순간과 비슷한 상황 (32.7%)
영향을 받지 않음 (17.3%)
항상 (9.6%)

5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가?
느끼고 있지만 지장은 없음 (40.4%)
불편한 정도 (36.6%)
영향을 받지 않음 (19.2%)
일상생활 불가능 (3.8%)

6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종교 활동 (17.6%)
기타 (일상생활에 집중, 마인드컨트롤) (5.9%)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 (64.7%)
지인과의 수다 (11.8%)
 

트라우마 기억 치료 시 주의해야 할 점

우리에게는 트라우마 기억을 덮어두려는 습성이 있다. 이 같은 습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 기억을 의식으로 꺼내 직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를 괴롭히는 기억을 수면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뜻인데, 서둘러 꺼내다 보면 오히려 트라우마 기억에 압도돼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라우마 기억을 이야기할 때는 얘기하고 난 뒤에 일어나는 감정의 후폭풍을 견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음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트라우마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든 내 편이 돼주는 가족이나 친구, 전문 치료자도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 없이 힘들고 아픈 상처를 서둘러 꺼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연예인 SNS
2022년 03월호
2022년 03월호
에디터
김연주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연예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