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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과 정치

대선을 앞두고 지속되는 ‘무속 논란’. 무속인, 역술인, 관상가까지 언급되고 있다.

On March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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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 지난해 10월 1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5차 토론에서 윤 후보의 왼손 손바닥에 쓰인 ‘王(임금 왕)’ 자가 방송에 전파되면서다. 윤석열 후보 손에 새겨진 글자가 ‘말발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무속적 의미가 내포됐다고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 캠프 측은 “토론 당일 마주친 지지자가 적어준 글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건희 “나는 영적인 사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큰일을 치르기에 앞서 유명한 무속인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큰일을 치르기에 앞서 유명한 무속인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큰일을 치르기에 앞서 유명한 무속인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후보의 활동에 무속인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신천지 종교시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 반려된 배경에 ‘건진법사’라고 불리는 무속인 전 모 씨가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전 씨의 조언을 듣고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 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까지 거론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 씨가) 캠프에 몇 번 드나들었을 뿐, 영향력을 행사한 바는 없다”며 논란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지난 2월 11일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인위적으로 흰색 눈썹을 붙이고 나왔다는 ‘백미 논란’도 일었다. 관상학적으로 얼굴에 난 흰 털은 성공과 장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확산한 논란은 앞서 토론 직후 불거졌던 무속 연루설을 재점화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코바나 대표)도 무속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무속 관련 발언이 수차례 등장하면서다. 지난 1월 16일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대표는 스스로를 ‘영적인 사람’이라고 칭한 데 이어 ‘도사’를 언급했다. 김건희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줄리 의혹’에 대해 “나는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영적인 사람이라서 차라리 도사들을 만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추가로 공개된 녹취에서는 역술가의 조언에 따라 영부인이 되면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김건희 대표는 “내가 아는 도사 중 (한 명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대표와 통화를 하던 기자가 “청와대를 옮길 것이냐”고 묻자 “응. 옮길 거야”라고 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4번째 대선 도전을 앞두고 무속인의 말에 따라 부모의 묘를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4번째 대선 도전을 앞두고 무속인의 말에 따라 부모의 묘를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4번째 대선 도전을 앞두고 무속인의 말에 따라 부모의 묘를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대표가 주관한 전시회 개막 축사를 무속인 이 모 씨가 맡았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은 근거 자료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르 코르뷔지에전(展)> 개막식 사진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 씨는 실제로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며 일광종 총무원 부원장을 지냈다”며 “건진법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제2의 최순실 사태’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목회자들까지 미신에 기대는 정치 지도자에게 국가를 맡길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상황”이라며 “종교계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도 사설 칼럼을 통해 ‘샤머니스트 레이디’가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2월 15일 신천지 압수수색 영장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국민검증법률지원단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4명을 허위사실 공표·명예훼손·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정치와 무속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을 앞두고 무속에 기대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선 전, 고위 간부에게 유명 점술가를 찾아내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감정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1972년 쿠데타를 감행하기에 앞서 점술가에게 날을 받아왔다는 내용은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1987년 제13대 대선 날짜는 무속인으로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는 날짜를 받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풍수지리 요건을 따져보고 당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풍수지리 요건을 따져보고 당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풍수지리 요건을 따져보고 당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풍수지리를 따져본 뒤 당사를 옮기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전해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서울 종로 관훈동 당사에서 대선을 치렀는데,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명한 풍수지리가들을 총동원해 알아낸 명당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1년 무속인의 말을 듣고 서울 종로 관훈동의 당사를 여의도로 옮겼으며 옛 당사에 자신의 사진을 남겨뒀다고 한다. 기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무속인의 조언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그 덕분인지 이듬해인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큰 선거를 앞두고 조상의 묘를 옮기는 행위는 하나의 풍습처럼 여겨진다. 대선에서 세 번의 고배를 마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4번째 도전을 2년 앞둔 1995년 부모의 묘를 이장했다. 전남 신안에 있던 아버지의 묘, 경기도 포천에 있던 어머니의 묘를 경기도 용인시 묘봉리산에 합장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장의 연관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명당을 찾아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붐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무속인의 조언을 듣고 거주지까지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총재의 조상 묘에서는 철심 7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조상 묘소에 쇠를 박으면 자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흐르는 좋은 기운을 끊어내는 행위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김종필 전 총리, 정동영 전 국회의원 등이 무속인의 말을 듣고 조상 묘를 이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리스트로 꼽히는 김건희 대표는 공개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무속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기독교계 인사인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원로목사와 조계종 봉은사를 찾아 불교계 인사인 원명 스님을 만났다.

 

 박근혜·최순실의 무속 

20대 대선에서 주술과 관련한 이슈가 국민적 화두가 된 데는 ‘국정농단’으로 국가적 물의를 빚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영향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무속 신앙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오방낭’이 대표적인 예다. 오방낭은 5가지 색으로 지은 주머니로 중앙의 흰색은 우주를 가리키며 나머지 4개의 색은 동서남북을 뜻한다. 우주의 기운을 가리키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겼다. 앞서 최순실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도 무속 행위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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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일요신문> 제공,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2022년 03월호
2022년 03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일요신문> 제공,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