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그 이름, 레티놀
‘레티놀’은 비타민 A1의 화학명, 즉 비타민 A의 한 종류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약용 크림이나 여드름 치료제로 처음 개발되기 시작해 1990년대 초 유럽에서 레티놀을 이용한 화장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연고 스타일이었던 레티놀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히포크라테스가 언급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고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그 효과는 분명하지만 레티놀이라는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너무나 어려웠던 성분 안정화 때문. 놀랍게도 1994년부터 지속적인 레티놀 안정화 연구를 해온 아이오페가 1997년 현재의 화장품과 같은 친수성 화장품에 레티놀을 첨가해 제품을 개발했고, 이러한 업적은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말할 수 있다. 이후 ‘얼리 안티에이징’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레티놀의 인기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탔다. 안티에이징이 여성들의 평생 숙제로 남아 있는 한, 주름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레티놀의 인기는 식을 리 없다.
젊음을 부탁해
화장품에는 레티닐팔미테이트, 레티놀, 레틴알데히드(레티날) 세 성분을 이용하는데, 결국 효과를 내는 것은 세포 내에 들어가 레티노산으로 바뀌었을 때다. 레티놀은 레티날을 거쳐 레티노산으로 전환되면서 효과를 발휘하는데, 단계를 거치며 효율은 조금씩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레티놀을 최대한 안정화해 좀 더 많은 함량을 넣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거나, 다음 단계인 레티날을 안정화해 주름 개선에 더욱 효과적인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레티놀의 핵심 기능은 피부 세포를 활성화하고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것.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해 주름을 개선하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외에 수분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성분(히알루론산, 헤파린 등)을 자극해 피부가 탱탱하게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뿐만이 아니라 피지를 전체적으로 줄여주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다져 수분 가득한 건강한 피부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레티놀을 ‘제대로’ 구분하고 싶다면
시중에는 레티놀 이름을 달았지만 ‘아데노신’과 같은 다른 주름 개선 성분을 일정량 이상 넣어 주름 개선 인증을 받고, 레티놀 성분을 소량 추가해 선보이는 제품이 꽤 있다. 사실 ‘레티놀 성분’으로 주름 개선 기능성 인정을 받은 브랜드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피부에 부담감이 크고 다루기 몹시 까다로운 레티놀 관련 성분을 독자 개발해 인증까지 받으려면 오랜 연구와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 제품에 레티놀을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2,500IU/g가 주름 개선 기능성 고시 함량)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할 때 얼마나 많은 성분이 유효한 상태로 유지되는지’다. 레티놀로 기능성 허가를 받은 제품은 사용하는 동안 표시된 함량의 레티놀이 유지된다는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레티놀’로 주름 기능성 허가를 받은 제품인지 먼저 확인한 후 함량을 따져 제품을 선택하자.
슬기로운 레티놀 생활
괜찮은 레티놀 제품을 골랐다면, 이제는 제대로 된 사용법과 보관법을 익혀 그 효과를 제대로 누려볼 차례다. 모든 비타민이 그렇듯 레티놀 역시 빛과 열에 약하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기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빛이 투과할 수 없는 불투명한 패키지도 중요하죠. 구매 후에는 가급적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보관하고 반드시 저녁에만 사용하세요.” 보관 팁을 전한 피부과 전문의 김홍석 원장은 사용법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레티놀은 사용했을 때 일시적으로 가렵거나 붉어지는 등 자극이 생길 수 있어요.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증량해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량을 바르고 보습도 잘했는데 따갑거나 불편한 경우에는 바로 사용을 중단하세요. 증상이 사라지고 다시 소량을 써서 피부에 반복적으로 적응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레티놀에 의한 자극이 줄어들고 어느새 매일 사용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