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카빙이 돋보이는 화려한 몰딩, 앤티크한 소품이 가득한 이곳은 1995년부터 공간 스타일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플래그십 스토어, sk텔레콤 팝업 스토어 등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 인테리어 및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마젠타의 쇼룸이다. 2015년 이태원 소월길에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가 주거 인테리어 위주로 일을 시작하며 2021년 강남구 언주로에 약 30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쇼룸을 오픈했다. 주거 인테리어 위주로 일을 시작하며 일반 가정집의 층고와 비슷한 220cm 높이의 공간에서 프렌치 인테리어를 구현했을 때의 느낌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자 진행한 것. 과연 입구부터 공간 구석구석 프렌치 무드가 물씬 풍겼다. 프랑스 여행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를 접하면서 파리라는 도시에 매료돼 인테리어는 물론 패션, 뷰티, 애티튜드까지 파리지엔을 꼭 닮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순복. 전시 디렉팅 등의 예술계 자문도 맡고 있는 만큼 추후 한국 문화를 프랑스에 알리는 전시를 열고 싶다는 그녀의 취향을 공개한다.
마젠타 하면 곧바로 프렌치 스타일이 떠오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한 가지 분야를 고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맞아요. 처음부터 뚝심 있게 프렌치 스타일만 했던 것은 아니에요. 다양한 스타일을 했지만 역시 프렌치 스타일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더라고요. 분명 한 가지 스타일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아요. 북유럽이나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유행했을 때 그 스타일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위에서 부추기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을 꾸준히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 역사 등 프랑스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일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단연 여행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라인 프랑스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얻곤 해요. 프랑스는 지역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 여행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크더라고요. 파리와 프로방스, 노르망디 등 수많은 지역을 방문했는데 프랑스의 작은 마을, 도빌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샤넬도 이 지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도빌 라인을 만들었을 정도로 예쁜 곳이에요.
평소 권 대표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모던하거나 보이시한 스타일보다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해요. 하지만 너무 러블리하거나 화려한 무드는 지양하고 있어요. 모노톤 의상을 즐겨 입고 가끔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를 입기도 하죠. 와이드 팬츠, 파워 숄더 재킷 등 과감한 스타일도 가끔 즐겨요. 브랜드를 꼽자면 디올·발렌티노·알라이아 스타일을 선호해요. 델보, 디올, 에르메스 등 디자이너 백도 좋아하고요.
최애 패션 아이템을 하나 꼽자면요?
디올의 자도르 리본 슬링백 펌프스를 가장 좋아해요. 심플하면서도 레터링을 더한 리본 디테일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룩에 패셔너블한 포인트가 되죠. 파리지엔의 시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함 그 자체를 담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또 지미추, 로저 비비에, 마놀로 블라닉의 슈즈도 좋아해요.
메이크업 루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색조 화장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에요. 대신 간단하게 피부 톤 정리를 위해 시슬리 휘또 뗑 누드 파운데이션을 발라요. 이 제품은 예전부터 계속 사용하는 인생템이에요. 여기에 엑스니힐로 향수나 메종 프란시스 커정 향수로 마무리해 외출 준비를 하죠. 스킨케어는 아침저녁으로 각각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데, 저녁에는 좀 더 영양감이 풍부한 제품을 바르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니 제가 프랑스를 많이 방문했고, 프렌치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프랑스 브랜드 화장품을 즐겨 쓰고 있네요.
지금까지 했던 인테리어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주세요.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2017년 어느 날 만났던 알콩달콩한 신혼부부가 기억나네요. 그 당시 슬럼프가 온 건지 일에 대한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부부의 신혼집을 시공한 후 부부가 굉장히 만족해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사람들에게 집이란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 거기에 내가 큰 기여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인테리어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마젠타의 대표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과 함께 유튜브, 블로그 등 각종 SNS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유튜브는 실제 촬영과 편집, 업로드를 직접 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초창기엔 재택근무로 집에 있을 때가 많아 자연스럽게 일상을 찍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인테리어 작업할 때 촬영이 가능한 집을 영상으로 찍고 꾸준히 업로드하다 보니 어느새 아카이브 형식이 되더라고요. 고객 상담 시 따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지 않아도 고객이 미리 제 유튜브나 SNS를 살펴보고 오기 때문에 인테리어 작업이 훨씬 수월한 장점이 있어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sns는 매일 일기를 쓴다 생각하고 하는 편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끼면 저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끊임없이 도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취미나 요즘 집중하고 있는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언주로에 쇼룸을 마련한 후 마젠타 살롱을 활발히 시작하게 됐어요. 살롱 문화가 외국에서는 익숙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행하기 시작한 지 몇 년 안 됐잖아요. 지인들을 초대해 다 같이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홈 데커레이션 팁을 배우는 시간도 가져보면서 다양한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풍성해져요.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거의 살롱을 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예전처럼 여러 사람을 마젠타 살롱에 초대해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각각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곳을 찾으며 리프레시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힐링은 웬걸, 일과 자꾸 연결시키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자꾸 일 생각이 나도 가급적 즐기려고 해요.
마젠타와 권순복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일을 많이 벌리거나 확장할 계획은 없고 지금 하고 있는 인테리어 및 공간 디자인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저는 늘 퀄리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매 순간 최선과 진심을 다해 일하고 있거든요. 이 수준을 지키면서 꾸준히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제 바람은 마젠타의 활동을 영상으로 남기며 유튜브도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 밖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지인 및 새로운 분들과 함께 마젠타 살롱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K팝, K푸드만큼 중요한 우리의 아름다운 K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하고 싶은 소망도 있어요. 파리를 여행하며 느낀 건데, 아직도 유럽에서는 대한민국의 문화에 대해 생소한 것이 사실이더라고요. 유럽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