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장 노동자들이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70층 건설 현장 철제빔에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사진, 아인슈타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동시대의 인물이 아님에도 어디에선가 마주치면 알아보고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느낌도 든다. 두 이미지는 <게티이미지 사진전>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렇듯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산물이지만, 유형으로 남아 영원성을 얻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의 협조로 서울에서 선보이게 된 이번 기획전은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4억 장 이상의 아카이브 중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330여 점을 엄선했다. 세대와 성별, 국적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암실. 과거 암실을 복원한 전시장에서는 사진 원본이 프린트로 복원되는 과정과 디지털화되는 일련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1988년 영국 런던의 암실에서 첫 작업이 이뤄졌던 시기부터 게티이미지가 보관한 오래된 이미지가 어떻게 세상에 소개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소개한다. 헐튼 아카이브부터 베트만, 픽처포스트 등 의미 있는 사진 컬렉션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역사적 사진들은 물론 지금도 어딘가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 종군기자들의 사진까지, 사진으로 기록된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사진이 한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명한다.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에서 수상한 게티이미지 소속 종군기자들과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 사진이 전시됐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서사를 사진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접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방’ 섹션에서는 사진기자 6명의 각기 다른 시선이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
세 번째 섹션은 지난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사진으로 기록된 각 시대상을 특정 주제로 나눠 살펴본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이주 노동자의 어머니’가 포함된 섹션이기도 하다. 네 번째 섹션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발생했지만 같은 맥락의 서사가 담긴 사진 두 점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사진이 전시됐다. 1960년 체 게바라의 행진과 1965년 마틴 루터 킹의 행진은 시선을 한참 머물게 했다. 마지막 섹션은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팬데믹 시대를 주제로 한다. 일상을 잃어버린 채 살았던 지난 2년을 돌아보면서 너무 소중해진 일상 속 기억을 더듬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티이미지 사진전>
기간 ~2022년 3월 27일
장소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8천원
문의 02-710-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