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풍경을 액자 삼은 작은 공간에 그녀만의 취향으로 선별한 소품들로 연출한 모던한 사무실. 감도 높은 디자인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앞세운 엄마와 아이들의 워너비 브랜드로 가득한 ‘더캐리’ 이은정 대표를 꼭 닮은 업무 공간이다. 북유럽 감성의 키즈 웨어 브랜드 ‘베베드피노’로 이름을 알린 후 아이가 커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니어 룩으로 관심이 이어져 ‘아이스비스킷’을 론칭해 인기를 얻었다. 두 브랜드를 바탕으로 수십 개의 국내외 브랜드를 함께 소개하는 유아동 전문 편집숍 ‘캐리마켓’을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아이들을 뮤즈로 생각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브랜드에서 이제는 ‘2021년 대한민국패션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더캐리를 이끄는 이은정 대표의 워너비 라이프스타일 스토리를 공개한다.
자신을 대표하는 퍼스널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클래식하면서도 적당히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해요. TPO를 중요하게 생각해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에는 재킷이나 아우터를 함께 매치하는 걸 좋아해요. 주말에는 무조건 트레이닝 룩으로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재킷에 포멀한 팬츠나 데님 아이템을 즐겨 입죠. 몇 년 전부터 지금의 헤어스타일인 칼단발을 고수하고 있어요. 스타일에서 헤어가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믿거든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저의 성향을 드러내주는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옷을 입을 때 특별한 규칙이 있나요?
재킷 같은 아우터를 즐겨 입는데 그 아이템을 메인 삼아 어울리는 하의와 슈즈, 백 등을 선택해요. 작은 액세서리만으로도 스타일의 분위기가 달라지기에 신중히 선택해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어요.
유난히 집착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요?
여러 개 가지고 있어도 자꾸만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잖아요. 저는 드롭트 숄더 디자인으로 어깨는 부각되면서 허리선은 살짝 들어간 오버사이즈의 블레이저를 좋아해요. 이것만 걸치면 왠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웨터도 좋아하는 아이템이에요. 소재에 예민한 편이라 맨살에 닿아도 따갑지 않은 부드러운 촉감의 소재 선택에 특히 신경을 써요.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진 않지만 실루엣만큼은 페미닌한 아이템을 선호해요.
요즘 꽂힌 브랜드가 있나요?
볼드하고 아방가르드하지만 동시에 페미닌함이 느껴지는 잉크(EENK), 미니멀하고 세련된 중성적인 매력의 렉토(RECTO), 프렌치 감성의 빈티지한 무드가 매력적인 비아플레인(Viaplain).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이 세 브랜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유행을 타지 않는 편안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이 많아 자주 손이 갈 것 같아요.
즐겨 찾는 쇼핑 플레이스가 궁금해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보다는 작지만 트렌디한 다양한 아이템이 모여 있는 비이커, 분더샵 같은 편집매장을 선호해요.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리빙 제품 등 여러 가지 아이템을 함께 쇼핑할 수 있어 편리하거든요. 또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매장을 한번 둘러보는 데도 꽤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요.
새해맞이 쇼핑 아이템을 공개해주세요.
위시 리스트 1순위였던 아니사 케르미쉬(ANISSA KERMICHE)의 세라믹 화병을 구입했어요. 유니크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이 특징인데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화병 하나에 제작자의 영혼이 가득 깃든, 여성의 보디에서 영감받아 만든 시리즈예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모던함과 고풍스러움에 반하기도 하고, 하나만으로도 작품 효과를 톡톡히 더해주니 집과 사무실에 하나씩 두고 멋진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어요. 집 안에 두었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집들이 선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뷰티 파우치 속 필수 아이템은 뭔가요?
화장을 거의 안 하는 편이라서 미스트와 립밤, 자외선차단제 정도만 챙겨요.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잡티도 살짝 가려주는 용도로 두루 활용해요. 사무실에 오래 있다 보면 쉽게 건조해져 미스트와 립밤은 꼭 챙기며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혼자만 쓰고 싶은 뷰티템이 있다면요?
극신선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쿠오카(Kuoka)의 화이트 트러플 미스트예요. 미스트를 사용한 지 5년쯤 됐는데 이 제품은 분사력도 좋고, 수분 지속력도 최고인 것 같아요. 화학 방부제나 인공색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수시로 뿌려도 부담이 없고, 요즘같이 마스크와 미세먼지에 민감해진 피부를 즉각 진정시키고 수분을 보충해줘요. 저는 차 안, 사무실, 가방에 각각 하나씩 두고 수시로 사용해요. 건조한 가을·겨울철의 필수 뷰티템이자 이제야 만난 저의 인생 미스트예요.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장녀이자 샤넬의 뮤즈인 샬롯 카시라기예요. 처음에는 공주로 태어났기 때문에 세상 물정 모르고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귀족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잊힐 만큼 치열한 삶을 살며 무엇보다 승마에서 보여주는 그 열정과 노력은 정말 멋있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또 그녀의 스타일과 분위기도 제게 큰 영감을 준답니다.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그녀의 평소 스타일이 너무나 매력적이거든요.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예요. 그가 합류한 뒤 구찌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죠. 그만의 새로운 패션관으로 전통적인 디자인에 최신 트렌드를 적절히 버무려 색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을 지닌 진정한 천재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그런 창의력과 표현력을 저도 본받고 싶어요.
일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주로 가족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곤 해요. 특히 주변의 엄마와 아이들로부터요.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의 초점을 잃을 때가 있고, 고민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그때 엄마들의 고민이나 즐거움, 아이들의 생각을 듣다 보면 의외로 고민하던 문제가 풀릴 때가 많아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사치가 있다면요?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한 휴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여행지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휴가는 제게 꼭 필요한 선물이자 의미 있는 사치인 것 같아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원 없이 푹 쉬면서 재충전하기도 하고, 또 며칠은 아이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곳에서 보물을 찾기도 하죠. 아이들의 눈과 시선으로 본 아이템들이 제게 새로운 영감을 줄 때가 많거든요. 이런 사치라면 매일 누리도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행복한 순간이에요.
여행하고 싶은 도시는 어디예요?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꼭 다시 가고 싶어요. 2년 전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했어요. 그때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타이밍이 맞아 스페인에서 3일간 머무를 수 있었거든요. 춥고 눅눅했던 파리 대신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스페인의 날씨와 햇살이 어찌나 따스하고 기분 좋았던지 지금도 그 풍경이 생생해요. 아이들도 그 3일이 정말 좋았는지 “다음에는 꼭 스페인에 오래 있어보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못했네요. 하루빨리 모든 일상이 회복돼 스페인에 다시 갈 수 있길 소망하고 있어요.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공간이 있나요?
사무실의 제 공간이요. 하루의 반나절을 머물며 업무도 보고 외부 미팅도 하고 직원들과 소통도 하는, 저에게 소중한 공간이에요. 큰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과 나무들을 볼 때면 편안함과 안정감도 느끼고, 소품 위치까지 하나하나 제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서인지 애정이 많이 가는 공간이에요.
우리 집 주방으로 옮겨놓고 싶은 맛집은요?
최근에 다녀온 부산 먹방 여행에서 먹었던 광안리에 있는 문토스트와 남포동 씨앗호떡은 달콤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이가네떡볶이의 떡볶이와 새아침식당의 생선조림 정식은 짜지도 맵지도 않은 시원한 맛이라고 할까요? 없던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마법 같은 음식이었어요. 한없이 먹다 보면 몇 킬로그램씩 늘어나는 기분이지만, 당장 주방에 옮겨놓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아요.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예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받으려고 하는 마사지 시간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회사 직원들도 늘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거든요. 피로가 누적되면 일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사무실에 마사지 기계들을 들여놓은 헬스키퍼실을 마련했어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저도 직원들도 모두 좋아해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취미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패션은 늘 저의 관심사지만 요즘엔 인테리어 쪽으로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가구를 배치하거나 컬러를 고르는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기니 새로운 브랜드도 많이 알게 되고 다양한 스타일을 접해보려고 자료도 많이 찾아봐요. 다음에 이사하게 되면 새로운 공간의 인테리어를 제가 직접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에요.
어떻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첫째를 출산하고 엄마가 되니 아이가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래서 아이에게 안심이 되면서도 예쁘고 특별한 것을 입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했지만 뭔가 작은 아쉬움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그때 문득 ‘내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수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어떤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은가요?
행복을 선물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회사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처럼 베베드피노와 아이스비스킷, 그리고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캐리마켓을 통해 가족의 행복을 채워주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어떤 브랜드를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더캐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는 비법이 있다면요?
아이들의 ‘지금’이라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이 비법이랄까요? 저는 아무리 바쁘게 일하더라도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일만 생각하면 지금 당장 결정할 것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고, 누군가를 만날 약속이 끊임없이 밀려오곤 해요. 그렇지만 먼 훗날 엄마인 저와 두 아이가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일에서 벗어나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인생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인데 이 선물을 그냥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즐긴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뭐든 즐기다 보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내게 있어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는 특별하게도 남편과 함께 ‘더캐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요. 게다가 두 아이 덕분에 더캐리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은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때론 회사 일이 집에까지 연장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 업무로 다툰 것이 집에 와서까지 소심한 복수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이 모여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듯해요.
언제 가장 행복을 느끼나요?
집에 돌아왔을 때 웃으며 안기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가장 행복해요. 아이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고, 책임감도 커지죠.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이렇게나 행복하고 삶의 기쁨이 될 줄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