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이혼하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녀나 주위의 시선과 사회적인 체면을 중요시했는데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도 자녀 걱정을 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이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이혼의 원인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젊은 층은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하게 결혼하다 보니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중장년은 주로 경제적 문제로 이혼을 결심합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남편과 아내의 재산 편차가 큰 경우, 또 모든 재산이 남편 명의로 돼 있어 차별감을 느끼는 게 대표적이죠. 또 중장년은 재혼 가정이 많아 남편이나 아내가 데려온 자녀와의 갈등 때문에 다시 이혼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 이혼을 말리고, 어떤 경우에 이혼을 권하나요?
많은 이들이 이혼 전문 변호사는 무조건 이혼을 권한다고 오해합니다. 오히려 상담을 이어가던 중 재결합 의사를 묻는 일이 더 많습니다. 반드시 이혼하라고 하는 경우는 가정 폭력, 폭행입니다. 자녀 때문에 폭행을 당하고도 참고 사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자녀를 위해 이혼해야 합니다. 폭력은 학습 효과가 있어서 폭력을 보고 자란 자녀도 나중에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혼을 앞둔 지금 아이를 누가 데리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법원을 비롯한 공적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상황을 바꾸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친정에서 잘 키우고 있다면 굳이 아빠에게 보내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엄마가 힘들다고 집을 나갔는데 1년 동안 아빠가 잘 키웠다면 아빠 쪽이 유리한 거죠. 따라서 반드시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합니다.
이혼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재산분할입니다.
우선 전체 재산을 파악해야 합니다. 주식이 있다면 어느 증권사에 있는지, 부동산이 있다면 어느 지역에 있는지, 거래 은행이 어디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재산 형성을 하기까지 기여도가 중요합니다. 가정주부라도 자신이 얼마나 내조를 잘했는지 등을 입증할 증거가 있으면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의 출근 도시락을 싸주고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의 경리를 봐주는 것도 기여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부부간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있나요?
각서도 일종의 증거로써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행으로 인한 각서를 작성했을 때 구체적으로 언제 폭행을 가했는지 등을 적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각서에 “또 잘못하면 전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전 재산을 미리 포기한다는 각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 번 더 잘못을 하면 위로금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쓰는 게 효과적이죠. 각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친필로 작성해 도장을 받고 잘 보관해야 합니다.
동거 커플이 늘면서 사실혼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데 이혼소송이 성립되나요?
사실혼도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부부입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부부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인데 ‘여보’, ‘당신’ 같은 호칭 사용을 SNS에 녹음으로 증거를 남기고, 상대방의 경조사에 참석한 사진 등을 증거로 수집하면 사실혼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 동거의 경우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협의이혼을 할 경우 주의할 사항이 있나요?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상대방에게 재산도 아이도 포기할 테니 무조건 이혼 도장만 찍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추후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합의하고 나면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녀와 재산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혼이 급하다면 이혼하겠다는 도장만 찍는 것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 2년 이내에 재산분할 청구와 자녀의 친권·양육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이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유책주의입니다. 증거가 있어야만 이혼이 되는 것이죠. 합법적으로 점잖게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혼소송이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어 이혼하고 나면 서로 원수가 됩니다. 외국은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면 어느 배우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혼은 지극히 개인의 사생활이고 개인의 선택입니다. 이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당사자도 이혼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 연세대학교 법과대 졸업 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4기)을 수료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이혼, 가사법’ 전문 변호사로 인증받았고, 2017년에는 ‘우수 변호사’로 선정됐다. 현재 ‘법무법인 리’의 대표변호사로 이혼 상담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KBS·MBC·MBN·TV조선·채널A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 이인철TV 채널>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