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것을 보면 대충 세대를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20년 전 이상은의 목소리로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같은 가사를 아이유의 목소리로 연상할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으리라. 영화도 여러 장면이 겹쳐진다. 1919년 무성 흑백영화
<비밀의 화원>을 본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1993년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비밀의 화원>의 장면이나 2020년 개봉한 영화 <시크릿 가든>의 환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이전에 책 <비밀의 화원>이 있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쓴 이 작품은 인도에서 살던 영국인 소녀 메리 레녹스가 고아가 되면서 살게 된 영국 요크셔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고모부가 슬퍼하며 잠가버렸던 화원을 몰래 가꾸며 메리와 사촌 콜린이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은 상상 속에서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이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마음 한편에 일구게 된다. 힘들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고 조용한 정원을.
그것은 작가에게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집은 영국 맨체스터의 부잣집이었지만,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철물점 주인이었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집에서 쫓겨나 빈민가에서 살아야 했다. 이후 외삼촌의 권유로 미국으로 이주하지만 살림은 펴지지 않았다. 버넷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내성적이었던 그가 가장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종이와 우푯값을 충당해가며 잡지사에 쉬지 않고 투고했던 그의 노력이 보상받은 것은 17살 때였다. 그 이후 박한 원고료를 받으며 몇몇 잡지사에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보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학대받다가 결국엔 보상받는 영국의 여성들이 주인공이었다. 독자들은 뻔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서 위로받았다. 어린 시절의 가난했던 환경은 그가 소설을 현실감 있게 쓰는 데 밑받침이 됐다.
성인을 위한 로맨스 소설을 쓰던 그는 의사인 스완 버넷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소공자>를 쓰면서 동화작가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연이어 발표한 <소공녀>와 <비밀의 화원>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삶은 여전히 순탄하지 못했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고, 결혼과 이혼을 2번씩 겪으며 삶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정원에서 위로받았다. 영국의 그레이트 메이담에 자리 잡은 후 ‘메이담 홀’이라는 정원에서 치유받은 경험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평범한 아이가 우연히 자신이 귀족임을 알게 되고 역경을 이겨낸다는 등 허황된 신데렐라 스토리 일색으로 인기를 모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비밀의 화원>은 출간 이후 한 번도 절판되지 않았고,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현실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는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그대가 지켜보니/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뒤뜰에 핀 꽃들처럼”이라며 노래하고 있다.
엄마의 내면과 자녀의 교육을 챙기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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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관계 전문가 김지윤 소장이 들려주는 여성의 성장과 독립을 위한 심리 수업이다. 엄마는 딸이 여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간섭과 애정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한다. 저자는 엄마가 딸에게 흔히 저지르는 다양한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관계 회복을 위한 기술을 제안한다. 김지윤, 은행나무출판사, 1만3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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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상대에게 선한 의도로 모든 것을 대신하거나 도와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의 성장과 독립을 방해해 의존적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조장자, 인에이블러였던 한 엄마의 가슴 아픈 고백이자 심리 치유 이야기다. 저자는 스스로 완벽한 엄마라는 인식에 갇힌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좀 더 건강한 관계를 도모하자고 제안한다. 앤절린 밀러, 월북, 1만3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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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고려대학교 법학과 편입, 고시, 아시아 명문 칭화대 석사과정 국비 유학 시험에 합격한 이지훈 변호사가 알려주는 공부법. 평범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며 깨달은 핵심적이고 실용적인 공부법을 제시한다. 또 먼저 공부를 해본 사람의 멘탈 관리법을 더해 수험생이 멘탈과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이지훈, 위즈덤하우스,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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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전국의 영재 엄마들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하버드대학과 MIT 등 세계의 교육 현장을 돌며 자녀 교육에 성공한 엄마가 무수한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핵심 노하우와 두 아이를 서울대와 카이스트에 보낸 비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성적을 가르는 것은 의지와 재능이 아니라 공부 환경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유정임, 심야책방,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