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로 손꼽히고 있는 학교 폭력(이하 ‘학폭’)이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유형의 학폭이 생겨나는 것. 교육부의 ‘2020년 학교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사이버 학폭이 한층 더 증가했다. 2019년 8.9%였던 사이버 학폭 비중은 지난해 12.3%로 높아졌다. 신체 폭력, 금품 갈취 등의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집단 따돌림과 함께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대다수 사이버 학폭은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통해 발생한다. 카톡에서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것을 ‘카따’라고 한다. 카톡 왕따를 의미하는 카따는 단톡방에서 피해 학생을 유령 취급하는 경우다. 의도적으로 채팅방에서 피해 학생의 말을 무시하며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 피해 학생이 어떤 말을 하면 다른 이들이 한꺼번에 공격성 멘트를 한다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 것이다. 떼카, 방폭, 카톡 감옥 등도 있다. ‘떼카’는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다른 멤버들이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형태이며, ‘방폭’은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방식이다. ‘카톡 감옥’은 피해 학생을 끊임없이 채팅방으로 초대해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피해 학생의 카톡 계정을 빌린 뒤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혹은 피해 학생에게 결제 인증번호를 요구해, 피해 학생의 스마트폰으로 각종 서비스를 결제하는 사례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의 몸과 얼굴을 합성해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딥페이크 방식도 악용된다. 피해 학생의 얼굴을 각종 영상에 합성해 서로 공유하며 괴롭히는 것. 그 외 강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시킨 뒤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공유 기능을 이용해 와이파이 상납을 요구하는 ‘와이파이셔틀’이나 게임머니를 갈취하는 사이버 갈취 형태도 있다.
24시간 괴롭힘 당하는 ‘사이버 학폭’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을 연상시키는 사이버 학폭은 피해자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또 사진이나 영상 등이 복제, 확산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으며,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학생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한 남학생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해당 남학생은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여학생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렸다. 여학생은 비방 글이 올라온 당일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폭 방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최초로 학폭 보험이 등장하기도 했다.
학폭 심의 위원회에서 학폭 피해자로 결정되는 경우 피해치료비와 피해 처리를 위한 행정사 또는 변호사 비용, 일상생활 속 상해로 인한 상해후유장해를 보장한다. 학폭은 가해자 및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학폭 전문 행정사와의 상담을 통해 초동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 학폭의 사례가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학폭 예방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신종 학폭을 안내하는 ‘스쿨벨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종 학폭 사례를 카드뉴스와 포스터 형식으로 학생·학부모·교사 등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학폭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