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뷰티 시장의 급성장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최근 1~2년 사이, 우리가 먹고 입고 피부에 바르는 것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비건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뷰티업계에도 비건 뷰티 영역이 확대되며 스킨케어에 국한됐던 비건 뷰티가 아이섀도, 립스틱, 립글로스, 마스카라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범주를 넓혀 일반 화장품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세계 비건 화장품의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17조원에서 2025년까지 약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비건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평균 6.3% 성장률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이처럼 비건 뷰티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치솟고 있으며, 비건 뷰티의 선두 두자인 해외 못지않게 한국 뷰티 시장 또한 비건 뷰티 브랜드가 등장하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하기 충분하다.
가치 소비 의식이 일으킨 비건 뷰티
왜 비건 뷰티일까?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과 비거니즘을 지향하기도 하지만, 비건 뷰티 제품을 선택하는 데는 보다 윤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한몫한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 동물성 성분인 꿀, 비즈왁스, 달팽이 추출물, 스콸렌, 밀랍, 콜라겐 등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명과 자연이 희생된다는 것이 문제.
특히 피부 탄력에 좋은 젤라틴은 소나 돼지의 뼈, 껍질에서 추출하는 단백질 성분이다. 화장품의 유화제 역할을 하는 라놀린은 양털에서 추출한 지방으로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를 얻기 위해 양털을 깎을 때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빨간 립스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적색 염료인 카민도 암컷 연지벌레의 희생으로 얻은 것이다.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관행처럼 해온 동물실험 역시 비윤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마스카라의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토끼와 소의 눈에 마스카라를 바르고, 화장품의 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글과 기니피그, 쥐 등이 실험 동물로 사용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비극적인 사실.
이에 더 이상 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의 무고한 희생을 원치 않고, 잔인한 동물실험을 거부하며, 동물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지구와 환경을 생각한 실천의 행보가 바로 비건 뷰티의 급성장과 발전을 가져온 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뷰티업계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으며, 스킨케어에 국한하지 않고 색조·향수·보디 제품 등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군을 늘리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비건 파운데이션, 비건 팩트, 비건 아이섀도, 비건 마스카라, 비건 글리터, 비건 립스틱, 비건 립글로스, 비건 메이크업 픽서 등만 봐도 비건 뷰티의 진화를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비건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뭐가 다를까? 친환경·오가닉·식물성 뷰티와 다른 별개의 것일까? 비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 인증을 받은 제품을 말한다.
즉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식물성 화장품, 그리고 유기농 원료만을 담은 친환경&오가닉 화장품과 달리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어떤 동물성 성분도 포함하지 않을 것(동물 뼈를 원료로 사용해 생산되는 꿀, 밀랍, 백설탕 등도 포함된다), 둘째,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것. 셋째, 비건 인증 기관의 인증 마크를 획득할 것. 비건 화장품의 국내외 공식적인 인증 조건 3가지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에 부합한 제품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토끼 모양이나 초록색 나뭇잎 모양 심벌이 찍힌 비건 인증 로고를 제품에 부착 가능하며, 우리는 이러한 인증 로고를 통해 비건 화장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비건 뷰티, 뉴욕 패션 위크에 서다
비건 뷰티의 가파른 성장과 인기에 힘입어 주로 메이크업 브랜드가 도맡아 진행해온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에 처음으로 비건 뷰티 브랜드가 스폰서로 함께했다. 2020년 미국에서 론칭해 뉴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친환경·웰니스 스킨케어 브랜드인 슈요니(xuyoni)가 2020 S/S 뉴욕 패션 위크에서 100% 자연 유래 성분의 유기농 및 비건 성분으로 이루어진 슈요니의 4단계 스킨케어를 선보인 것.
화려하고 과장된 메이크업 대신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스킨&메이크업 트렌드인 만큼, 비건 화장품이 패션 위크의 런웨이 모델 메이크업에 사용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일지도.
이처럼 비건 뷰티의 유행과 흐름은 관례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원료와 제조법, 노동환경,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게 함으로써 나와 모두를 위한 착한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이는 뷰티업계로 하여금 보다 윤리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만드는 데 힘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즉 나와 모두를 위한 선순환의 시작에 비건 뷰티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