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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역할을 팝니다

JTBC 드라마 <인간실격>의 ‘강재’가 현실에도 있다. 기상천외하고도 다양한 이색 역할 대행 서비스의 세계.

On November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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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과 전도연의 디테일한 감성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 JTBC 드라마 <인간실격>. 류준열이 연기하는 ‘강재’는 부자가 되고 싶은 모두의 오빠이자 아들이자 모두의 애인이다. 한 통의 메시지와 얼마의 돈만 있으면 누군가의 친구, 가족, 애인으로 변신하는 자칭 1인 기업가 역할 대행 서비스 운영자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시간과 역할을 파는 남자다.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임시로 가족이 돼주는 거. 친구가 없는 사람한테 임시로 친구가 돼주는 거. 나는 이게 필요한데, 이걸 해줄 사람이 현실에는 없어. 거기에서 외로움이 오는 거거든.”

강재는 자신이 하는 ‘역할 대행’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다. 극 중에서 강재는 하객 대행으로 간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온 ‘부정’(전도연 분)과 조우한다.

실제로 대행 서비스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각종 행사의 하객, 상점 오픈식 손님 등 다양한 역할을 대행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에 하객을 초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식 하객 대행은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벤트로 결혼식 분위기를 고조시켜 신랑·신부의 만족도를 높이며 하나의 결혼식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시간이 없거나 힘들고 귀찮고 불편한 내 일을 대신해주는 다양한 역할 대행 서비스가 성행 중이다.
 

오픈런 갓바타

명품 브랜드의 오픈런(Open run. 물건을 사기 위해 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물건을 사기 위해 대신 줄을 서주는 대행업체가 생겼다. 대행업체 직원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은 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한 계약자에게 자리를 넘기는 방식이다. 대행업체 직원은 “◯◯◯ 님의 아바타입니다. X시 XX분에 교대합니다”라고 쓴 녹색 조끼를 입고 대신 줄을 선다. 줄을 서기 시작하는 시간이 이를수록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
 

핏코

옷 쇼핑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스타일리스트에게 옷을 추천받고 집에서 입어본 뒤 구매할 수 있다. 40여 개 문항으로 구성된 스타일 퀴즈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한 다음, 어울릴 만한 옷을 추천해준다. 소비자는 추천 상품 중 최대 5벌을 배송받아 직접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옷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면 된다. 반품과 사이즈 교환은 무료다.
 

분리수GO

귀찮고 번거로운 일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분리수GO’는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리배출을 대행하는 서비스. 각 가정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면서 분리배출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해졌다. 이러한 쓰레기 처리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비대면 대행 서비스로, 제공된 가방에 여러 재활용 용기와 종량제 봉투 음식물 쓰레기 등을 담아 문 앞에 놓아두면 직원이 가져가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배출을 대신해준다.
 

김집사

사용자의 하루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다. 음식 배달은 기본,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다주고 세탁물을 찾아주거나 재활용품 분리배출도 해준다. 배달 앱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심부름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김집사의 경우 아파트 커뮤니티와 결합해 서울 강남·송파, 경기 하남·분당 등의 아파트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와줘!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위치기반 모바일 용역 중개 플랫폼이다. 집 청소, 가구 옮기기·버리기, 못질하기, 서류 및 물건 배달 등 귀찮거나 어려운 일을 도와줘!의 서포터가 대신해준다. 24시간 운영되어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애니맨

나를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시간과 장소, 요청 내용을 입력하면 본사 신원 인증을 통과한 믿을 수 있는 헬퍼를 매칭해준다. 가구 조립부터 조명 교체, 배달과 구매 대행, 벌레잡기 방역 등의 집안일, 중고 거래, 매장에서 급하게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한 경우 등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바이바이

퇴사 대행 서비스로 퇴사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준다. ‘채용을 도와주는 회사는 많은데, 왜 퇴직을 돕는 회사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서비스로 이용자는 20~30대 사회 초년생이 많다. 퇴사 상담 컨설팅, 사직서 대리 제출, 임금 정산 서비스까지 노동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박현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박현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