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제패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속사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와 분기별 실적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팬덤 ‘아미’가 사회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아티스트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팬덤 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방탄소년단의 출발부터 지금까지 전적으로 서포트를 이어온 하이브, 아미의 센스 있는 아티스트 사랑은 업계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의 불만 글이 잇따라 게재되면서 내막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아미는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모든 이벤트에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소속사 하이브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갈등의 시작은…
방탄소년단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품절로 이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이른바 ‘방탄 코인’. 업계에서 널리 쓰일 정도로 방탄소년단이라는 타이틀이 남기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 방탄소년단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효과지만 일부 팬은 마냥 달가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물론 소속사 하이브까지 아티스트를 경제적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아미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방탄소년단 굿즈 끼워팔기’ 논란이 있다. 하이브는 지난 6월 방탄소년단 신곡 ‘버터’의 발매를 기념하며 로고가 새겨진 한정 수량의 쿠키 제품을 2만원 상당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에서 선착순으로 해당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팬들은 굿즈보다 비싼 2만 5,000원의 뮤지엄 입장 티켓을 구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매진됐다.
문제는 굿즈 판매일 전날 발생했다. 돌연 하이브가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쿠키를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판매 방식을 번복한 것. 반발이 이어지자 하이브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환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방탄소년단 굿즈를 판매하는 플랫폼 위버스샵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신고를 당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내용은 이랬다. 위버스샵은 지난해 8월부터 방탄소년단 굿즈가 담긴 ‘아미 멤버십 :머치백’(이하 머치백)을 17만 5,000원에 판매했다. 머치백은 1년에 걸쳐 분기마다 총 4번 배송되는 선물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제때 상품이 배송되지 않아 물의를 빚었고 상품이 발송되는 시기에 맞춰 배송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머치백의 금액을 미리 결제했어도 상품을 받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반품이 된 것으로 보이는 상품을 배송 받았다는 게시물도 SNS에 잇따라 게재됐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앞세운 광고 의혹도 일었다. 지난 8월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RM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테이블에 세팅된 한 제과점의 샌드위치와 케이크를 먹으며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방송을 마쳤다.
논란은 방송 이후 불거졌다. 해당 라이브 방송에 노출된 디저트 판매처인 P사가 인스타그램에 홍보를 목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언급하면서다. P사는 “말로만 듣던 방탄 코인인가?”라는 말을 덧붙였고 이를 본 팬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가게의 운영자가 하이브의 직원과 친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논란이 일자 P사는 사과문을 올리며 즉각 수습에 나섰다.
또 하이브에 소속된 직원 및 관계자들과 어떠한 친분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팬들은 SNS를 수색해 하이브 소속인 한 직원과 P사의 운영자가 친분을 드러내는 댓글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고 하이브의 후속 대응을 요구했다.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소속사 측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하이브는 별도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 외교관 여권 유료 전시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논란이다. 하이브는 ‘대통령 특별사절’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외교관 여권을 하이브의 유료 뮤지엄인 하이브 인사이트에 전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팬은 뮤지엄 입장 티켓값을 벌어들이기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고, 논란이 거세지자 하이브는 “여권 반납 시점이 당겨졌다”며 행사 조기 종료 소식을 전했다.
“탈덕해야 하나?” vs “팬덤 균열 안 돼”
팬들이 소속사에 규탄 성명을 낸 일화도 있다. 지난해 10월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 <유스(YOUTH)> 라인업을 공개한 바 있다. 위태롭고 미숙한 일곱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실명을 그대로 드라마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아미는 멤버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반인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극 중 캐릭터의 가정환경, 유년 시절이 아티스트의 실제 모습과 다르지만 같은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유년 시절을 다룬다”는 드라마 홍보 문구는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 혼동할 만한 여지를 준다며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일부 팬은 팬심을 돈벌이 수단에 이용하는 소속사에 대응해 굿즈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팬덤을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 단합심에 물타기한다며 불매운동과 이른바 탈덕을 결정하는 건 옳은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탄소년단의 활동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방탄소년단이면 다 사들일 것”이라는 하이브의 태도가 문제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작성자는 팬덤이 소속사의 행태뿐만 아니라 앨범 퀄리티, 아티스트의 스타일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음에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잇따라 불만을 게재했고, 팬덤을 균열하려는 이른바 ‘팬 코스프레’가 게재할 법한 글이라며 아미가 맞는지를 의심하는 반응이 맞붙어 다툼이 일기도 했다.
한편 하이브는 지난 6월 온라인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는 악성 게시물에 대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 사실 등을 담은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커뮤니티, 블로그, SNS 등에서 단순 의견 표출을 넘어 용인되지 않는 수준의 악성 댓글, 게시물 등을 지속적으로 작성하거나 유포한 이들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방탄 코인’ 논란 타임라인
2020 08
‘17만 5,000원 머치백’ 배송 논란
방탄소년단 굿즈를 판매하는 플랫폼 위버스샵은 ‘아미 멤버십 : 머치백’(이하 머치백)을 출시하며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격은 17만 5,000원으로 비싼 편이었지만 1년에 총 4번에 걸쳐 배송하는 참신한 시스템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제때에 배송되지 않거나 반품된 물품이 재배송되는 등 잡음이 발생했다. 팬들이 직접 상품 발송 시기에 맞춰 배송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굿즈 금액 전액을 미리 지불했어도 상품을 받아보는 데 차질이 있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2020 10
‘멤버 실명 드라마’ 아미 공식 성명 발표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 <유스(YOUTH)>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유스>는 위태롭고 미숙한 일곱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실명을 그대로 드라마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고 “방탄소년단의 유년 시절을 다룬다”는 홍보 문구를 내걸어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아미는 극 중 캐릭터의 가정환경, 유년 시절이 실제 아티스트와 상관없는 허구이지만 같은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크게 반발했다.
2021 06
‘알고 보니 추첨 판매’ 버터쿠키 굿즈
지난 6월 방탄소년단의 신곡 ‘버터’ 발매 기념으로 제작된 굿즈 ‘버터쿠키’. 신곡의 커버 로고가 그대로 새겨진 한정 수량 굿즈로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굿즈는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에서 판매한다고 알려졌고 뮤지엄 입장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하이브는 판매 하루 전 “추첨을 통해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판매 방식을 번복했고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고개를 숙였다.
2021 08
‘지인 가게 홍보’ 제과점 간접 광고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RM이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진행했던 ‘브이라이브’ 후에 일었던 광고 논란. 두 사람이 방송을 이어가면서 먹은 샌드위치와 케이크가 문제가 됐다. 라이브 방송에 노출된 샌드위치 판매처가 인스타그램에 홍보를 목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언급하면서 “말로만 듣던 방탄 코인인가?”라는 말을 덧붙인 것. 해당 멘트에 공분한 팬들은 가게 운영자가 하이브의 직원과 친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일자 P사는 사과문을 올리며 하이브 관계자들과 어떠한 친분도 없다고 해명했다.
2021 09
‘친형 브랜드 광고’ 정국
멤버 정국은 친형이 만든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가 뒷광고 의혹에 휩싸였다. 식스가이즈가 론칭한 브랜드 ‘그래피티온마인드’의 티셔츠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면서다. 이는 정국의 친형이 지난 5월 론칭한 의류 브랜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사용하는 물품이 줄줄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공식에 따라 정국이 입은 의상도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의혹이 번지던 중 과거 정국이 해당 브랜드의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21 09
‘BTS 외교관 여권’ 유료 전시
하이브는 지난 9월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발급된 외교관 여권을 하이브 인사이트 뮤지엄에서 유료 전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하이브는 전시를 공지한 지 하루 만에 “외교관 여권 반납 일정이 변경돼 전시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14일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과 붉은색 외교관 여권을 받았고 유엔총회 참석 및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