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황이 이어지던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시가 등장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의 대거 기증으로 화제가 된 <이건희 컬렉션>의 이야기다.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의 유족은 생전 이 회장이 수집한 2만 3,000여 점의 작품을 각각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 기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소장품은 지역별 연고에 따라 각 기관에 필요한 작품들로 선별해 배분됐고 국보급 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액수를 떠나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으로 이뤄진 미술 전시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제작된 작품을 시대순으로 전시해 미술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 3가지 주제로 분류됐다. 첫 번째 섹션인 수용과 변화에는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백남순의 ‘낙원’(1930년대), 이상범의 ‘무릉도원’(1920년대) 등 당대의 정서와 동서양 회화를 아우르는 작가의 작품이 마련됐다. 특히 ‘낙원’은 1930년대 백남순 작품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다.
두 번째 섹션인 개성의 발현에는 대한민국 해방 이후 한국전쟁의 시기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 개성 강한 거장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전시의 메인 섹션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이중섭 작가의 ‘황소’(1950년대)는 작가가 생전에 가장 애호한 작품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흰 소’(1950년대)는 현존하는 이중섭의 약 5점의 ‘흰 소’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섭의 소 그림은 지난 2018년 47억원에 낙찰된 바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또 이번 전시의 메인 섹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대형 회화 작품은 관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번 전시에 모습을 드러낸 ‘산울림 19-II-73#307’의 추정가는 약 100억원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정착과 모색에는 한국전쟁 시대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지치지 않는 활동으로 미술계에서 새로움을 도모해온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됐다. 김흥수, 이응노, 류경채, 박생광, 천경자 등 자신의 세계관을 작품에 드러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 가능하며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시간으로 관람이 제한된다. 시간당 3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해 원활한 관람에 힘을 실었다.
한편 최근 정부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컬렉션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미술품 200만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으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일시 ~2022년 3월 13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예약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사전 예약
문의 02) 3701-9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