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루머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내 김건희 씨가 줄리라는 이름의 호스티스로 일했다는 의혹과 검찰총장 시절 국민의힘과 접촉해 더불어민주당(여당)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지만 ‘정의’를 위해 옷을 벗고 나왔다는 기대감은,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 잡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 측은 단호하게 정면 대응 중이다. 각종 논란에 대해 ‘여당의 정치 공세’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그사이 지지율도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야권 대선 주자들 중에서는 계속 1등을 하고 있는데, 각종 논란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을 되찾을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부진했던 윤석열의 달라진 대응
윤석열 전 총장을 흔들었던 첫 이슈는 아내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이었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 호사가들 사이에서 ‘그렇다더라’처럼 떠돌던 루머가 언론에 등장했다. 벽화가 시작이었다. 이에 김건희 씨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는 호스티스 출신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에서 김건희 씨가 과거 스타 검사였던 양 아무개 전 차장검사와 동거한 사이라고 보도한 것. 해당 매체는 양 전 검사의 모친 A씨를 인터뷰해 ‘윤 전 총장과 김건희 씨가 현재 거주하는 서초동의 아파트도 A씨와 양 전 검사의 돈으로 산 것’이란 취지로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취재 방식이었다. 치매에 걸린 94세 A씨의 집에 “점을 보러 왔다”고 거짓말로 접근해 인터뷰를 했기 때문. 양 전 차장검사와 가족들이 이를 문제 삼은 가운데, 윤석열 전 총장 측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거짓을 퍼뜨리는 범죄”라며 해당 보도를 한 매체 대표와 기자 등 3명을 형사 고발한 것.
김건희 씨가 직접 나선 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각종 루머에 별다른 대응을 않던 김건희 씨는 본인이 직접 인터뷰에 응해 “제가 줄리니 어디 호텔 호스티스니 별 얘기가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히다, 소문에는 제가 거기서 몇 년 동안 일을 했고 이른바 에이스였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미인파가 아니다”라며 “제가 줄리였다면 거기서 일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것”이라고 부인했다.
캠프가 구성되기 전에만 해도,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비해 “정치인스러워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야권 관계자는 “당초 윤석열 전 총장 주변 사람 몇몇으로만 구성됐을 때는 의혹에 초기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조금 어설프다는 평이 있었는데, 줄리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부분부터 ‘여느 정치인 수준은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의혹들에 대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답을 하면서 지지자들이 더 확실하게 믿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모 최 아무개 씨 관련 의혹 때도 달라진 대응력을 보였다. 최 씨는 2013년 무자격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2015년까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여 원을 불법으로 타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때 윤 전 총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최근 최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 사건 외에도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의정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악재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노출된 리스크’라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라디오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재력가인데 그 딸이 그런 데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아무리 의혹을 품는다 하더라도 개연성이 없다”며 “(처가 리스크는) 이미 나왔던 의혹들이고 청문회 과정에서 해소됐던 것이다, 법정 구속됐다 해도 지지율에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복잡한 고발 사주 의혹에는 ‘여권 공세’ 프레임으로 맞불
하지만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이자, 갓 정치에 데뷔한 윤석열 전 총장 본인을 향한 의혹도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달 초,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에 대검찰청 소속 검사를 시켜 국민의힘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고발하라’는 취지로 사주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인터뷰한 <뉴스버스>의 보도였다.
제보자는 여당과 야당을 오가며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조성은 씨는 <뉴스버스> 등에 “윤 전 총장의 지휘를 받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국회의원(사건 당시 국회의원 후보)에게 ‘고발장 파일’을 보내며, 윤 전 총장 관련 비판을 내놓던 이들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고발하라’는 취지로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논란 초기만 해도 “지시한 적도 없고, 몰랐다”고 응수하던 윤석열 전 총장. 이윽고 조성은 씨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가지고 역공에 나섰다. 조성은 씨가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는, 여당 출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사전에 접촉해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조성은 씨의 인터뷰가 시작이었다. 조성은 씨는 지난 9월 12일 <SBS 뉴스>에 출연해 앵커와 나눈 인터뷰에서 “우리 원장님(박지원 원장)이나 제가 원한 날짜, 배려받아서 상의한 날짜가 아니었다”라는 폭탄 발언을 내놓았다. 본인이 직접 SNS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난 식사 자리 사진을 올린 데 이어, 관련 제보 여부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정치 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인터뷰 다음 날인 9월 13일, “오전 11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세 사람(박지원 원장, 조성은 씨, 그 외 동석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성은 씨 말 그대로라면 정치 공작을 공모한 것”이라며 “<뉴스버스> 보도 이후에 검찰, 공수처, 법무부, 이들 트리오가 완벽하고 신속하게 움직인 이유가 뭔지도 잘 설명이 된다”고 맞대응했다. 윤석열 전 총장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에 대한 정치 공작을 함께 상의하고 논의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는 이제 윤 전 총장이 실제로 ‘고발을 사주했는지’를 입증함과 동시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언론 보도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 단순하게 인지하고만 있었다고 해도,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가져야 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여권에는 불리해진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박지원 원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캠프의 대응 능력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법조계 관계자는 “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총장 시절 논란까지 나오면서 ‘잘 대응할 수 있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상황을 파악한 뒤 불리한 위치에서 단숨에 ‘정권의 대선 조작 피해자’라는 유리한 위치로 전세를 역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며 “막연하게 여권의 정치 공작이라고 얘기해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이젠 ‘정치적인 수싸움도 할 수 있는 캠프가 됐다’는 판단이 섰다”고 평가했다.
“바닥 다졌다” 해석도 가능
지지율도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9월 10~11일에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27.8%)에 이어, 26.4%의 지지를 받아 2등을 차지했다. 오차 범위 내(1.4%P) 접전을 3주째 이어갔다. 특히 범보수권 대선 후보 중 누가 가장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28.1%가 윤 전 총장을 선택해 7주 전(27.9%)보다 0.2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홍준표 후보가 7주 전(13.7%) 대비 15.0퍼센트포인트 상승한 28.7%를 기록, 1위를 차지했지만 여권 내에서는 ‘캠프를 볼 때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 후보 확정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선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후보로는 여성 유권자를 공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김건희 씨 이슈까지 정면 돌파한 윤석열 전 총장이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며 “여당 측에서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지지율이 단단해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