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후폭풍 2차전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다. 가짜 수산업자 김 씨의 손길이 연예계에까지 뻗쳤다. 앞서 유튜브 채널 <김용호 연예부장>의 김용호가 "김 씨와 과거 연인 사이였다"고 주장한 손담비가 첫 번째 인물.
지난 8월 29일 한 매체가 공개한 선물 리스트에 따르면 손담비는 김 씨에게 포르쉐 박스터, 피아트 차량, 에르메스 버킨백과 팔찌·시계, 반클리프·까르띠에·프레디 주얼리, 루이 비통·발렌티노·입생로랑 가방 등 고가의 외제 차량과 명품을 선물 받았다. 김 씨는 손담비가 정려원에게 5,000만원을 빌린 사실을 알고, 대신 변제하기도 했다(이후 손담비는 김 씨에게 5,000만원을 변제했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선물 리스트다. 그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시크한 외모와 달리 소탈한 면모를 드러내 사랑받은 손담비였기에 대중은 선물 리스트가 공개되자 충격에 빠졌다.
보도에 따르면 손담비와 김 씨의 인연은 지난 2019년 포항에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할 무렵 시작됐다. 김 씨가 드라마 촬영 중인 손담비를 발견하고 측근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 이상형이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 후 촬영장을 기웃거리며 커피와 빵 등 간식을 사다 주며 손담비와 스태프의 환심을 샀다. 얼마 뒤 김 씨와 손담비는 따로 만나 커피를 마실 정도로 가까워졌고, 손담비는 김 씨의 포항 아파트 집들이에 초대받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자 김 씨는 손담비에게 선물한 것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손담비는 물품 및 현금 등 1억원 이상을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손담비를 통해 알게 된 손담비의 절친 정려원과도 친분을 쌓은 뒤 미니쿠퍼 차량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려원은 지난해 8월 공개된 유튜브 채널 <여은파>의 한 에피소드에서 해당 차량을 몰고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김 씨가 정려원의 집을 방문해 7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손담비 측 “김 씨에게 받은 선물 모두 돌려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자 손담비와 정려원의 소속사 H&엔터테인먼트(이하 H&) 측이 나섰다. H& 측은 "손담비와 정려원은 수산업자와 무관하다"고 김 씨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김 씨가 손담비에게 일방적으로 고가의 선물 공세를 펼쳤고, 손담비는 선물과 현금 등 받은 것을 모두 빠짐없이 돌려줬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속사 측은 정려원이 미니쿠퍼 차량을 선물 받은 것 또한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려원이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중고차를 알아보던 중, 김 씨의 친동생이 중고차 매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알고 미니쿠퍼 차량을 구해줄 수 있는지 물었고 김 씨가 이를 구해줬다는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정려원이 김 씨에게 입금한 중고차 가격 3,500만원의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또 정려원이 김 씨와 단둘이 자택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김 씨의 말에 김 씨와 정려원, 정려원의 친구까지 세 사람이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H& 측은 손담비와 정려원에 관한 허위 사실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허위 사실 유포, 악의적인 온라인 게시물, 댓글 등을 취합해 선처 없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논란 직후부터 소속사의 해명이 있기까지 손담비는 이번 논란과 관련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엔 광고 관련 게시물만 업로드되고 있는 상황. 반면 유튜브 채널 <담비손>에는 '이 세상 힙이 아닌 담비의 가을 옷 쇼핑 하울' '담비네 욕실을 공개합니다' '손담비가 픽한 향수 콜렉숀' '손담비의 쉬는 날' 등 그녀의 패션, 뷰티,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다. 정려원의 행보는 손담비와 조금 다르다. 지난 9월 1일 정려원은 인스타그램에 "저 괜찮습니다. 염려와 응원 감사합니다"라고 우회적으로 심경을 전했다.
소속사의 해명과 당사자의 심경이 전해진 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뉜다. 한 측에서는 손담비, 정려원과 김 씨의 관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는 과거 그룹 '사우스클럽' 남태현과 삼각관계 스캔들에 휘말렸던 두 사람이 이번엔 가짜 수산업자 김 씨와 삼각관계에 휘말리면서 사이가 멀어졌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다른 한 측에서는 두 사람에게 "살다 보면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할 수도 있다. 잘 대처하고 버티길 바란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김용호 “현직 걸 그룹 멤버, 성 접대” 주장
가짜 수산업지 김 씨의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박하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엔터업계에도 접근했다. 그는 연예 소속사 임원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선물을 하며 친분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배우 박하선의 매니저를 매수해 소속사 계약 만료를 앞둔 박하선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박하선의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박하선과 김 씨가 사적으로 교류를 쌓은 적은 전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2020년 말, 키이스트와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박하선이 당시 퇴사한 전 매니저에게 김 씨를 신생 매니지먼트사의 주요 관계자로 소개받아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라는 것. 이는 배우가 계약할 여러 매니지먼트사를 알아보는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며, 박하선은 김 씨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금전적인 이득을 얻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소속사 측은 근거 없는 루머로 박하선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합의 없이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해결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 씨의 사기 사건은 박연차 게이트, 김학의 별장 성 접대 등이 사회를 휩쓸고 간 뒤에도 기득권층에 잔존하는 로비 문화를 들춰내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연예계,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얽히는 순간 사건의 본질보다는 김 씨와 이들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가십성 이슈'로 소비될 가능성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서로 자택을 오갈 정도로 친한 관계였다고 보도된 후 김 씨와 여성 연예인들이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었냐는 무분별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 연예인의 소속사들이 허위 사실 유포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 같은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김 씨는 포항의 한 풀 빌라에서 유명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김용호는 "포항의 한 풀 빌라에서 현직 걸 그룹 멤버가 성 접대를 했다"며 "걸 그룹 멤버가 문제의 풀 빌라에서 찍은 셀카가 있다. 옆에선 아저씨들이 술 마시는데 혼자 사진 찍었다. 아직 실명을 밝힐 순 없다. 말하는 순간 그룹 해체 정도가 아니라 헬게이트가 열린다"라고 주장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연예계에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까? 가짜 수산업자 파문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짜 수산업자’ 김 씨는…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 출신의 김 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116억 2,000여만원을 가로챘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6억 4,000여만원, 전직 언론인 송 모 씨가 17억 4,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또 김 씨는 지난해 12월 한 사기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수행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하고(공동협박), 올해 1월 같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에게 팔았던 승용차를 회수하자 차를 받아내도록 수행원들을 교사한 혐의(공동공갈 교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사기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공동협박, 공동공갈 교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구치소에서 김무성 전 의원과 현직 부장검사 등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을 꼭 다물고 있겠다"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씨는 지난 9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7년의 구형을 받았다. 검찰은 김 씨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포함한 법조·정치·언론인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어, 김 씨의 최종 형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