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역전됐다. 걸 그룹 'AOA' 출신 권민아의 이야기다. 지난 2020년 같은 그룹 멤버인 신지민에게 10년 동안 괴롭힘을 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고 폭로하며, 피해자임을 호소했던 권민아는 또 다른 이에게 갑질 가해자였을까? 지난 9월 8일 온라인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권민아와 신지민이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는 물론 권민아와 당시 'AOA' 멤버 신지민·설현·혜정·찬미, 전 멤버인 초아가 함께 나눈 대화 녹취록, 권민아가 매니저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 반전이었다. 원하는 것은 진정성이 담긴 사과뿐이라던 권민아의 이중적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권민아는 지난 9월 1일 유튜브 채널 <점점TV>에 출연해 신지민에게 꿈에서 사과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4월 신지민이 부친상을 당했던 때 화해했다. 권민아는 빈소를 찾아 신지민을 위로했고, 신지민은 권민아에게 사과했다. 이후 권민아는 신지민에게 "더 이상 아픈 일 생기지 마. 건강하자. 고마워 언니. 나 안아줘서"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신지민은 '사랑해 민아야'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2020년 7월 3일, 권민아는 인스타그램에서 느닷없이 신지민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AOA' 멤버들은 권민아와 만나 대화를 나눴고, 신지민은 "민아에 대해 잘 몰랐다. 울다가 빌다가 다시 울다가. (중략) 부족한 리더였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당시 권민아는 신지민이 사과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지민은 대응하지 않았고 'AOA'를 탈퇴한 후 가요계를 떠났다.
권·신 대화 녹취록 공개…
끝나지 않는 대립 디스패치가 공개한 당시 'AOA' 멤버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권민아와 신지민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신지민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 사과했고, 권민아는 기억이 없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지민은 "나는 기억을 못 하지만 너가 말한 일들(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 (오늘) 풀러 온 거야.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할게"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민아는 "기억을 못 해, 정말? (중략) 원래 기억을 잘 못하나 보다. 언니, 이거 풀러 온 거 아니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두 사람의 대화는 쳇바퀴에 올라탄 듯했다. 진전 없이 맴돌았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 같은 대화에 상황은 극으로 치달았다. 신지민은 "칼 있어? 내가 죽어버려야지" "나 때문이니까 내가 'AOA'에서 빠질게. 미안해, 얘들아"라며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함께 있던 멤버들이 중재에 나섰다. 혜정은 "(지민) 언니가 기억이 안 나서 민아가 분이 안 풀리는 것 같다. 언니는 기억하고 사과하든지 해라"라고 말했다. 'AOA'를 탈퇴했지만 맏언니로서 함께한 초아가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초아는 신지민에게 "우리 스케줄이 정말 살인적이었지. 네가 예민한 걸 민아한테 풀었을 수도 있고, 또 민아가 예민할 때 너가 그렇게(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면 되는 거야"라고 조언했다. 또 권민아에게는 "미안해. 언니가 너에 대해 잘 몰라주고"라며 위로하며, 더 이상 인스타그램에 폭로성 글을 올리지 말라고 타일렀다.
권민아, 신지민에게 폭언하고 매니저에게 갑질
하지만 대화 후에도 권민아의 폭로는 멈추지 않았고 신지민을 향한 비난은 계속됐다. 권민아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지민에게 폭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나 패러 와야지. 니가 인간이야? 이 살인마야. 우리 집에서 칼을 찾았지. 칼 지금 많거든. 와라" "너 엄마는 뭐하시나. 남의 딸이 지 딸 때문에 죽니 사니 하는데 죄책감도 없으신가?" 등의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일화도 공개됐다. 권민아가 'AOA' 활동 당시 매니저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 권민아는 매니저에게 자신을 비롯해 어머니의 병원 진료를 예약해달라고 지시했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질책도 했다. 매니저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니저들에게 '사령관'이라 불렸던 권민아는 자주 화냈고, 예민했다. 수면 부족, 저조한 컨디션이 이유였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미리 대기할 것을 요구하는 매니저들에게 "왜 못 자게 하느냐"고 화를 냈다. 트러블메이커인 권민아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지민의 리더십도 아쉬웠지만 권민아는 활동 시절 프로 의식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의 갈등에서 권민아 역시 잘못이 없지 않다는 것.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이진호>에 따르면 권민아는 수면 부족으로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며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공연에 불참해, 멤버들이 급하게 무대 동선을 다시 짜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튿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마사지를 받는 권민아의 모습이 해외 에이전트에게 목격돼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권민아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마다 신지민은 리더로서 'AOA' 멤버들을 대신해 문제를 제기했고,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이번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었다.
권민아, 인스타그램 활동 중단 선언
해당 보도 이후 권민아는 곧바로 입장을 밝혔다. 신지민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신지민의 대화에서 진심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또 10년이란 세월은 긴 시간이었고 그만큼 고통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신지민에게 폭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선 복수심에 한 행동이었다며 "해서는 안 될 발언과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 또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갑질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당분간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을 것이며, 기회가 된다면 신지민과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권민아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몇 차레에 걸쳐 인스타그램 중단 선언을 번복하고 또 다른 폭로를 이어가길 반복했다. 신지민을 향한 날 선 비난을 하던 네티즌은 이제 권민아에게 비난의 화살을 옮겼다. 권민아가 폭로를 멈추고, 심신 안정을 위한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은 소모적인 폭로는 모두를 위해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권민아·신지민 갈등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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