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7월, 11살의 어린 나이로 국립교향악단 (현 KBS교향악단)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1세대 피아니스 트 서혜경. 10대부터 주목을 받으며 성장한 그녀는 1978년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해 동양인 최초로 줄 리아드의 '윌리엄 페첵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 다. 이후 1980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 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 초로 최고상(1위 없는 2위)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50년 동안 세계적인 무대에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해온 그녀가 지난 2019년 이 후 2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9월 26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라흐마니노프 스페셜 콘서트>에 대한 소개 부탁 드려요. 지난해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한러 상호 문화교류의 해' 공식 프로그램으로 열리는 공연이 에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 히는 라흐마니노프의 인기 협주곡을 만날 수 있죠. 라흐마니노프의 곡들 가운데 가장 인기 높은 곡들 로 구성됐어요. 저는 그중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 아노 협주곡 3번을 맡았는데 평소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연주했던 곡이에요. 러시아에 유학한 후 배인 윤아인과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니엘 하 리토노프가 각각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개인적으로도 러시아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한러 수교가 1990년에 이뤄졌는데 저는 그 전부터 러시아 예술인들과 꾸준히 소통을 이어 왔거든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문화축전 기 간 중 처음으로 내한한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 트라와 한국인 대표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 주곡 3번을 협연했고 다음 해인 1999년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에 다시 방문했을 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경험이 있어요. 러시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 는 제가 뜻깊은 자리에 설 수 있어 감사해요.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았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벌써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웃 음) 나이가 들면서 음악에 살아온 삶이 묻어나는 게 느껴져요. 같은 곡을 연주해도 깊이감이 생겼다 는 생각이 들죠. 평생 피아노와 함께해왔지만 부족 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배 움에 대한 기대가 커요.
부조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 의 영예를 안았는데 이를 둘러싼 오보로 마음고생 을 했죠. 최근 최초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되찾았 다고 들었습니다. 콩쿠르 우승 경력은 긴 인생에 있어 하나의 이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크게 신경 을 쓰진 않았어요. 수상자와 관련해 잘못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어서 연연하지 않았죠. 거장 피아니스트들의 계보를 잇 는 우승자로서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 게 돼서 영광이에요.
지난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거친 뒤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불굴의 피아니스트' 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의사에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이대로 삶이 끝나는 건가 싶은 생각 에 절망스러웠죠. 치료를 마치고 회복기를 거친 뒤 2008년 무대에 올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 곡 2번과 3번을 협연했어요. 제가 병마를 이겨낸 과정을 보면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희망을 갖고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서혜경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끝까지 음악 연 구를 거듭하고 연습해서 좋은 무대를 선사하는 음 악가로 남고 싶어요. 관객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죠. 제게 주어진 날까지 도전하는 게 평생 과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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