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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박주미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결사곡 2> 신드롬을 일으킨 박주미가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솔직했고, 아름다웠다.

On August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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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차 배우 박주미가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최근 종영한 <결혼작사 이혼작곡 2>(이하 <결사곡 2>)를 통해 완벽한 대사 전달과 표현력은 물론이고 이태곤과의 70분 2인극을 비롯해 춤, 수영, 애교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다.
<결사곡 2>는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 격인 임성한 작가가 '피비(Phoebe)'란 필명으로 내놓은 신작으로, TV조선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13%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극 중 박주미는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40대 여주인공 '사피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피영은 남편 '신유신'(이태곤 분)의 애교스러운 아내이자 라디오 PD로 당당히 커리어를 쌓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뒤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다가 극도의 배신감에 휩싸이는 여자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번 역할을 통해 박주미의 진가를 발견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으로 인한 극한의 감정 변화를 유연하게 연기해 시청자를 몰입시켰다. 실제로 박주미는 "<결사곡 2>는 '배움터'였다"고 말한다. 2016년 MBC 드라마 <옥중화> 이후 5년 만에 맡은 주연 배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종영 직전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박주미를 만났다.

<결사곡 2>에 올인했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인생 최고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종영 인터뷰를 하는 것도 5년여 만이다. 감격스럽다. 넷플릭스로 전 세계 이용자에게 공개된 덕분에 개인 SNS에는 영어부터 아랍어까지 각국의 언어로 댓글이 달린다. 사랑과 불륜, 이별 이야기는 만국 공통의 이야기라는 걸 느꼈다. 시장에 갔더니 힘내라고 소고기를 덤으로 주기도 했다. 자주 가는 사우나의 라커룸에서 누가 "지아 엄마!"라고 부르기에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날 부르는 거였다. 그럴 때 인기를 실감한다.

종영 소감은 어떤가? 여운이 많이 남는다.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인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다행히 아쉬웠던 부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후회는 없었나 보다.(웃음) 일단 사피영의 마무리가 행복해서 좋았다. 사실 그동안은 극 중에서 사피영이 제일 불쌍했다. 경제적으로 유복하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 않나. 과거 트라우마를 가진 채 신유신과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를 하는데 남편이 배신을 한다. 불쌍한 캐릭터였는데 마무리는 행복해서 다행이다.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임성한 작가님이 내 출연을 제의하셨다고 들었다. 처음 뵀을 때 내가 출연한 여러 작품을 보셨다면서 대본 리딩 때 보자고 하시더라. 다만 극 중 사피영은 애교가 있는데 나는 애교가 없어 애교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히트 작가'이자 '막장 대모'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신작을 택하는 데 부담감이 없었나? 내가 촉이 잘 맞는 편이다. 사피영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에 와닿았다. 흔치 않은 이름이라 나만의 이름이 되겠구나 싶었다. 캐릭터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듣고는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오랜만의 컴백이라 잘해야겠다는 부담은 있었다. 수영하는 장면이 있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단기간에 수영을 배웠다. 춤도 배웠다. 9개월 동안 함께한 작품이다. 그 9개월 동안 설렘으로 가득했다.

임성한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 임 작가님은 연기가 대본의 정확한 룰 안에 들어가야 하는 분이다. 대본을 토씨 하나까지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애드리브가 허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상황에 맞고 틀에 어긋나지 않으면 허용되는 게 있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했나? 사실 사피영은 보수적·가부장적 세대의 완벽한 여성상이다. 고전·보수 체제 안에서도 커리어를 잘 쌓으면서 남편에게 싫은 것과 아닌 것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내세운다. 사랑스러우면서 파워가 있고, 상대방에게 강단 있게 어필하면서도 속아 넘어가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연기하면서도 사피영은 멋진 현대 여성 같아서 본받을 게 많았다. 직업도, 남자도 자신이 선택한 사피영은 자기가 뒤처질까 봐 피나는 노력을 한다. 동시에 가장 불쌍하고 외롭고 짠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편한테 올인할 수밖에 없다. "네 인생에선 돌아가신 엄마보다 남편 바람이 더 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이기에 일반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파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피영을 연기하는 데 임성한 작가에게 어떤 조언을 들었나? 임 작가님은 사피영을 다면적 캐릭터라고 하셨다. 직장에선 흠잡을 데 없고, 남편에겐 애교를 부리지만 할 말은 한다. 시어머니 앞에서도 강단 있게 대처한다. 그런 부분을 반영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친정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신이었다. 애드리브보다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대본을 너무 많이 봐서 현장에서 감정이 무뎌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방송이 나가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작가님도 만족스러우셨다고 제작진에게 말씀해주셨다.

'완벽한' 사피영과 실제 박주미의 싱크로율도 궁금하다(극 중 사피영은 누구보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워킹 맘이다). 사피영을 연기하면서 참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데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기가 쉽지 않다. 사피영을 연기하면서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작품을 하면서 집안일을 내려놔 집이 엉망진창이었다.(웃음) 연기 활동보다 주부 역할이 더 힘들다. 집안일은 바깥일보다 범위가 넓고 일해도 티가 안 나지 않나. 실제 나와는 다르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피영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사실 사피영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행복하기도 했다. 물론 극 중 남편은 바람을 피웠지만.(웃음) 덧붙이자면 <결사곡 2>를 만나 가치관의 변화도 컸다.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없더라. 정말 일일이 말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압도적인 대사 분량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사실 잠잘 때도 머리맡에 대본을 뒀다. 자다가도 대사가 생각 안 나면 불을 켜고 다시 들여다봤다. 오죽하면 대사 외운다고 큰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못 갔을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9개월 동안 '결사곡'에 올인했다. 가족이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과 드라마를 함께 보지 못했다. 괜히 민망하더라.(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이태곤과의 케미는 어땠나? 대본 리딩 첫날부터 합이 좋다고 스태프가 칭찬을 많이 해줬다. 그 덕분인지 후반부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좋은 케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는 내가 이태곤 씨보다 연상이다. 극 중에서는 부부이면서 신유신이 나보다 4살 많다.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이태곤 씨에게 존댓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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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영은 참 지혜로운 사람이다.
나 역시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데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기가 쉽지 않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 행복했다.

미모 칭찬? 카메라 감독님 덕분이에요

어느덧 데뷔 30년이 됐다. 사실 20~30대 시절의 출연 작품이 많지 않아 감히 30주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지금 같은 마인드로 작품 활동을 했으면 연예계에 한 획을 긋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그만큼 소중함을 몰랐다. 30대에는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40대 들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사곡 2>가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나이나 내가 가진 여러 수식어를 배제하고 오로지 '박주미'로 연기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하며 경험에서 오는 연륜을 무시 못 한다는 걸 느꼈다. 예전부터 많은 선배들이 직접 부딪쳐서 얻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씀했는데, 여러 경험을 통해 수많은 감정을 간접적·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연기할 때 파장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시즌 3 가능이 있는지? 비밀이다.(웃음)

임성한 작가는 늘 파격적인 전개로 시선을 모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사피영과 신유신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한 회를 채우는 2인극을 선보여 이슈가 됐다. 축복 같은 회였다. 작가님의 배포와 필력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회 대본은 저와 이태곤 씨에게만 전달됐고 극비리에 촬영이 진행됐다. 잘하고 싶어 올인했다. 여느 부부 싸움처럼 몸싸움이나 욕이 난무하는 신이 아니라 두 지성인이 너무나 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었는데도 연기를 마치니 진이 빠졌다. 나중에 알았는데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하더라. 이 작품은 평생 남을 나의 커리어다.

부담감은 없었나? 촬영장이 워낙 친숙해서 막상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오히려 편안했다. 현장 분위기가 그랬다. 물론 대사 외우는 건 힘들었지만 배우 간의 호흡이 어렵지는 않았다. 뭐랄까,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드라마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임 작가님이 5부부터 시청률이 오를 거라 하셨는데 진짜 그렇더라. 잘 쌓아둔 작가님의 서사에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 시청자들의 공감이 모여 시청률이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 외모가 빛났다.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 다 조명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 덕분이다. 솔직히 실제 내 나이보다 10살 어린 캐릭터라 부담이 됐다. 외모는 솔직히 하루이틀 사이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결국 감독님들이 잘 찍어주시는 것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조명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 덕에 외모 칭찬을 많이 받았다. 너무 감사했다.

차기작 계획은 있나? <결사곡 2> 촬영 중에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사피영에 올인하고 싶어 모두 거절했다. 그만큼 집중했던 보람이 있었다. <결사곡 2> 촬영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러브 콜을 받았는데 조만간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극소심주의자'라서 돌다리도 열 번은 두드려보고 가는 스타일이지만, 현재 느끼는 연기의 재미를 이어가고 싶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뛰겠다. 늦지 않게, 곧 다시 돌아오겠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곽희원
사진제공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2021년 09월호
2021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곽희원
사진제공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