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 공인 대한민국 넘버원 개그맨 이수근이 자신의 이름을 건 인생 첫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25년간 누구보다 빠른 ‘눈치력’으로 치열한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노하우와 ‘사람’ 이수근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넷플릭스표 코미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유병재: 블랙코미디>와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등을 통해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성장을 이끌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코미디언이 오롯이 혼자 이끌어가는 쇼로 해외에서는 대중적인 장르지만,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하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범인은 바로 너>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연출한 김주형 PD가 지휘봉을 잡았다. 이른바 ‘넷플릭스, 이수근, 김주형’이라는 완벽한 조합이라 주목을 끈다.
이수근과 <위플레이> 시리즈를 함께한 김주형 PD는 “어릴 때 눈치만 보고 자라서 사진들이 죄다 눈치 보는 것밖에 없다는 이수근의 말에 흥미를 느꼈고, 그것이 바로 <이수근의 눈치코치>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이수근이 너무 흔쾌히 응답해 놀랐다. 베테랑에게도 어려운 장르지만 그래서 더욱 도전해볼 장르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 이수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공개된다. 김주형 PD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수근의 모습보다 수줍고, 오래 알고 지낸 듯 편안한 동네 형, 동네 아저씨가 가볍게 털어놓는 인생 이야기”라고 전해 <이수근의 눈치코치>가 선사할 색다른 재미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최근 온라인 제작보고회와 서면 Q&A를 통해 이수근을 만났다.
이수근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넘버원 개그맨이다
이름 내 건 스탠드업 코미디 도전
데뷔 이후 첫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소감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과는 너무 달랐다.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코미디’라는 것은 현장에서 관객들의 호응과 리액션에 힘을 얻는 구조다. 코로나19로 많은 관객을 모시지 못한 상황이라 부담이 컸지만, 부딪쳐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코미디’라는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웃음을 드려야 한다는 점도 끝없이 고민하고 걱정하게 만들었다. 반면 인생 첫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개그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설레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넷플릭스가 절대 나를 놓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 시국이 끝난 후 엄청나게 큰 쇼를 기대하고 있다.(웃음)
‘눈치를 코치해준다’는 콘셉트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하다. 어렸을 때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랐다. 오죽하면 사진 속에도 눈치 보는 모습이 담겨 있겠는가. 결혼 후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더라. 아내가 “왜 눈치를 보냐”며 놀라기도 했다. 자라온 성장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본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관계에서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에 대한 팁을 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콘셉트로 기획하게 됐다. 인생 첫 스탠드업 코미디다 보니 가족사를 오픈했는데 아버지가 안 보셨으면 좋겠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를 실제 촬영한 소감은?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눈치’가 한몫했다. 눈치 덕을 많이 봤다. 그동안 짜인, 그리고 연출된 이야기로 웃음을 전했다면 이번엔 ‘사람’ 이수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이수근이라는 사람 자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도 했다. 방송에서 전하지 못했던 사람 이수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좋다. 여러모로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홀로 극을 이끄는 만큼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이 돼서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회의를 했다. 너무 긴장해 배도 아팠다.(웃음) 공개 코미디를 오래 하다 보니 관객이 없는 무대 코미디가 부담이 컸다. 말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분도 부담감이 있었다. 큰 웃음을 주기보다는 그냥 내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지금 더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공개 코미디가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관객의 박수에 코미디언들이 힘을 얻는다. 한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즉각적인 반응을 알 수 없어 코미디언 선후배들이 힘을 잃었다. 하지만 분명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행복한 세상은 코미디가 잘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 지수가 높다는 얘기다.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겠지만 업계 선후배들이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랬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낚시·축구 예능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위축될 필요 없다. 다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수근의 눈치코치>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뭔가? 그동안 내 이야기를 동네 형들, 친구들과 소소하게 했다면 이번엔 마이크를 들고 세상에 알리는 느낌으로 다 이야기했다. 내가 살아온 나의 이야기다 보니 사실에 근거했다. 재미를 주려고 살을 붙이지 않았다. 예능계에선 농담처럼 “가족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엔 조금 건드렸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개그맨은 누구인가? 호동이 형은 야생 호랑이가 아니라 사육사에 의해 잘 길러진 호랑이다. 말도 잘 듣고 음식도 나눠 먹을 줄 아는 호랑이다. 심지어 선후배 눈치도 많이 본다. 원래 호랑이는 새끼를 낳으면 절벽에 떨어뜨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고 들었다. 호동이 형도 예능 후배를 절벽에서 떨어뜨리고 살아남은 후배를 끌어올린다. 호동이 형에게 인성을 많이 배웠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방송에서도 날 써주는 것 같다. 늘 내가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라 함께 프로그램을 할 때 가장 편하다. 이경규 선배도 사실 아기 같고 순수한 사람이다. 함께 촬영을 하면 늘 ‘오늘 또 하나 배웠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방송 선후배를 떠나 내 인생의 중요한 형님들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는 소감은? 한국의 정서를 가진 작은 코미디언이 무대에 서서 이야기한다는 것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지 나 또한 궁금하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편안하게 들어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월드스타가 될 수도 있다.(웃음) 사실 내가 미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 외국 이름이 없었다. 지금 외국 이름을 만든다면 ‘재코’라고 짓겠다. 한국적이면서 외국적인 ‘재미있는 코미디언‘을 줄인 말이다.(웃음) 영어를 안 해도 웃음을 줄 수 있는 한국의 코미디가 너무 많다.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스탠드업 코미디’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하고 싶다. 내 이야기를 많이 담았고, 이야기 속에 우리의 인생이 녹아 있다고 본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다음에 넷플릭스와 더 좋은 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