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MZ세대의 쇼핑

누군가가 버린 물건이라는 편견을 지운 ‘중고 물품’. 이에 열광하는 MZ세대 덕에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On July 20, 2021

3 / 10
/upload/woman/article/202107/thumb/48590-460163-sample.jpg

 


자신을 위한 소비에 망설임이 없는 MZ세대(1980~2000년대생)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에서 ‘가성비’를 따진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게 된 것. 이 같은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세대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욜로 하다가 골로 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질 만큼 똘똘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이 바뀐 데는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영향이 크다. 온라인 소통에 능숙한 MZ세대는 당근마켓을 통해 물품 사고팔기뿐 아니라 맛집 추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공유하며 유대를 쌓아간다. 재미를 위해 당근마켓을 시작했다가 중고 거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중고 시장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없어서 못 구하는 희귀 아이템, 한정판 제품을 찾아 소유하는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MZ세대에게 중고 거래란 단순히 남이 쓰다 버린 물건을 쓰는 게 아니라 갖고 싶었던 물건을 소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정판을 구매한 뒤 판매하는 ‘리셀러’가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인 셈이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시즌 한정 제품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몇 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사례가 있다.
 

아이폰부터 명품까지 다 중고거래

MZ세대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군은 디지털 기기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상반기에 발표한 플랫폼 내 검색어 TOP 10에 따르면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디지털 기기가 차지했다. 검색어 10개 중 1·3·4위는 애플사의 아이폰·에어팟·아이패드 등이었다. 2위는 지난해 상반기 큰 인기를 얻어 품귀 현상까지 일었던 닌텐도의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당시 닌텐도 스위치는 2019년 대비 검색 수가 4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져 11배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도운 건 ‘명품 거래’다. MZ세대는 일상적인 물품은 물론 수백만원에 이르는 명품까지 중고로 사들인다. 지난 5월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중고나라에서 명품을 거래한 이용자의 59%가 20~30대로 집계됐다.

단순히 소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고 거래로 구매한 명품을 쓰고 싶은 기간만큼 사용한 뒤 다시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정판 스니커즈를 비싼 값에 판매하는 ‘슈테크’, 명품 브랜드 샤넬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인 ‘샤테크’ 등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한편 샤넬은 카드로 지급했던 정품 보증서를 없애고 제품 내에 칩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정품 인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정품을 인증하기 위해선 직접 매장에 방문해야 한다. 이에 따라 택배, 직거래로 이뤄졌던 중고 명품 거래도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2107/thumb/48590-460162-sample.jpg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입점한 번개장터의 ‘스니커즈 리셀 매장’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입점한 번개장터의 ‘스니커즈 리셀 매장’

대기업까지 뛰어들다

2008년 4조원이었던 국내 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조원으로 증가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상황이 이렇자 대기업들이 줄줄이 중고 거래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협업으로 ‘리셀’에 열광하는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번개장터의 리셀숍 ‘BGZT 랩(브그즈트 랩)’을 입점시키면서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던 제품을 직접 신어볼 수 있도록 한 것. 리셀 상품 중에서 구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한정판 스니커즈도 볼 수 있다. 총 300여 종의 제품과 인기 스니커즈 수십 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00명에 달하고 주말에는 300명 가까이 줄을 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원조 ‘중고나라’의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 2003년 네이버카페로 시작된 중고나라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최강자였지만, 최근 당근마켓이 급부상하면서 주춤했다. 그러나 중고 거래 시장 전반에 호황이 찾아오면서 지난해 거래액 5조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이에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300억원을 투자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인터넷 포털로 시작해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스페인 최대 중고 상거래 기업 ‘왈라팝(Wallapop)’에 약 1,550억원을 투자하면서 중고 거래 사업 확장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 거래 시장에서 6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의류·전자 기기 등 일반 중고 상품뿐만 아니라 자동차·오토바이·부동산 매매까지 이뤄진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뿐 아니라 국내 중고 거래 사업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네이버가 론칭한 스니커즈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은 매월 전월 대비 평균 121%의 거래 성장률을 기록했고, 공식 론칭 후 1년 만에 누계 거래액이 2,700억원을 넘어섰다.

유통업계도 중고 거래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2월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근마켓이 구축한 지역 커뮤니티를 이용해 GS25와 GS슈퍼마켓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 및 할인 정보 알림, 구인 구직 공고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 또 GS리테일의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점포의 구인구직 정보를 당근마켓으로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 리셀 플랫폼

프리미엄 중고 패션 성지, ‘TYN(틴)’

SNS형 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 ‘TYN(틴)’. 지난 4월 공식 출범한 틴은 언뜻 보기에 일반 SNS 피드와 비슷하다. 캐비닛(cabinet)이라 불리는 개인 계정에 데일리 룩을 업로드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미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소장품을 판매할 수 있어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제는 구매 확정 후 판매자에게 정산되는 안전 거래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안고 있던 안전하지 못한 결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사용자 맞춤 알고리즘으로 미판매 물건을 무료로 취향이 맞는 고객에게 노출하는 이점까지 갖췄다.
 

중고 명품의 편견을 벗다, ‘플라브’

중고 명품 거래의 신뢰도를 강화한 앱 ‘플라브’.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 감정서를 근거로 믿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대체할 수 없는 토큰으로 유일한 소유권을 인증하는 ‘진품 증명서’ 역할을 한다. 최근 들어 MZ세대의 중고 명품 거래량이 늘어난 현상에 주목해 개인의 양심과 상호 신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만든다. 올해 중 정식 앱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닥스·헤지스 키즈 리셀 플랫폼, ‘파스텔그린’

아동복업체 ‘파스텔세상’의 리셀 플랫폼 ‘파스텔그린’은 작아진 아이의 옷을 똘똘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9월 론칭한 파스텔그린은 자사 아동복 브랜드에 한해 제품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순환 구조로 운영된다. 닥스키즈, 헤지스키즈 등 제품을 매장에 반납하면 제품 상태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고객이 반납한 제품은 세탁, 포장한 뒤 파스텔그린에서 판매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번개장터 제공
2021년 07월호
2021년 07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번개장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