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전역 후 첫 복귀작 <대박부동산>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애초 드라마 제작 보고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해서 스스로도 큰 도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정용화는 극 중 다양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며 연기와 비주얼이 동시에 되는 주연배우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성공적인 복귀였다.
<대박부동산>은 공인중개사인 퇴마사 ‘홍지아’(장나라 분)가 퇴마 전문 사기꾼 ‘오인범’(정용화 분)과 한 팀이 되어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생활 밀착형 퇴마 드라마다. 정용화는 극 중 귀신을 이용해 돈을 버는 퇴마 사기꾼 오인범 역할을 맡아 능청맞은 사기꾼의 면모는 물론 원혼에 빙의한 영매로 액션, 분노, 오열 연기 등 열연을 펼쳤다. 그 때문일까? 매회 색다른 에피소드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대박부동산>은 종영 직후, 시즌 2를 희망하는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는 중이다.
전역 후 첫 복귀작을 성공리에 끝낸 정용화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군 제대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소감이 궁금하다.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게 촬영했다. 감을 잃었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 제약이 덜했다. 예전에는 마냥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면 이제는 그 강박에서 벗어났다. 편안하게 임해서 오히려 습득되는 게 많았다.
코로나 시국에 촬영한 작품이다. 이전과 달라진 환경이 낯설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보통 스태프와 다 같이 밥도 먹고 회식도 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없었다. 모든 스태프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면 따로 만나서 회식이라도 하고 싶다.
‘오인범’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인범은 밝은 모습도 있지만 과거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감추고 사는 인물이다. 그래서 기쁨을 표현할 때 조금은 과하게 연기해서 슬픔이 더 드러나도록 했다.
퇴마 전문 사기꾼 역할이다. 매회 귀신으로 빙의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렵지 않았나? 매회 빙의한 원귀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대본’에 의지하며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분량뿐만 아니라 대본을 통으로 읽으면서 공부했다. 덧붙이자면 많은 장르가 포함된 드라마라 빙의뿐 아니라 액션 신도 잦았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 재미있게 촬영했다. 액션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어찌 보면 정용화라는 연기자에게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다. 빙의, 감정 전달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연기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도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의 힘듦과 후유증을 연기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빙의된 모습의 연기가 중요했기에 촬영할 때마다 의논을 많이 했다. 대본을 달고 살다시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배우들도 코미디 연기를 많이 어려워한다. 독특한 소재 속에서 코미디 완급 조절을 잘했다는 평이다. 템포를 염두에 두면서 리듬감 있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지한 상황에서 웃겨야 하면 더 진지하게 연기해 오히려 코믹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촬영 전에 선배님들 앞에서 준비한 걸 이것저것 보여드리고, 선배님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을 현장에서 시도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어, 정용화 다시 보인다”는 시청자분의 반응이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군 제대 후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그 전에는 멋있게 보여야 하고 또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심했거든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았어요. 조금 어른스러워졌달까요.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상대 배우 장나라와의 호흡은 어땠나? 상대역이 (장)나라 누나라는 말에 출연을 결정했을 만큼 정말 의지가 많이 됐다. 누나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이면 내가 “으샤으샤”해주고, 내가 연기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누나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 누나는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강압적인 스타일도 아니고, 좋은 선배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덕분에 자극도 많이 받고 배운 것도 참 많다. 누나에게 나중에 곡을 써주기로 약속도 했다.(웃음) 나라 누나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자와 호흡이 잘 맞아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촬영장이었다. 다 같이 모이는 날엔 하루 종일 촬영해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찍었다.
장나라 역시 “정용화는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프로페셔널한 면이 있어 촬영하는 동안 내게 큰 힘이 됐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자처해 현장에서 모창도 끊임없이 했다. 재주가 많은 친구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정용화를 보면서 웃게 됐다. 무엇보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또 빨리 발전하는 영민한 스타일이다. 심성도 고와서 누나, 형들이 너무 예뻐하는 동생”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 <대박부동산>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했던 어떤 캐릭터보다 배역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인지 대사가 잘 외워졌다. 겪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덧붙이자면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겼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시청자가 생각하는 ‘정용화’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오컬트나 CG 장르에 처음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땠나? TV로 봤을 때는 쉽게 보이는 장면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촬영들이었다.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봤다. 나보다도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꾸준히 운동을 해오다가 촬영이 바빠지면서 운동에 소홀했는데, 역시나 체력이 안 좋아지더라. 안 되겠다 싶어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집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턱걸이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제대로 파는 성격이라 열심히 하고 있다. 재미있는 취미가 생겨 기분이 좋다.
특수 분장을 해보니 어땠나? 일단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또 분장한 채 6~7시간 동안 촬영을 하고 대기를 해야 해서 정말 답답하고 쉽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즐기려고 노력했다.
음악이든 연기든 기대에 못 미치면 자책하고 잠을 못 자는 성격이에요. 안 좋은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하는 편인데, 군대에서 어린 동생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죠.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2011)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출연한 드라마의 OST를 불렀다. 예전엔 내가 주연을 하고 내 목소리가 OST로 나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어디 있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도전했다.
군 생활 전과 후가 달라진 점도 있을 것 같다.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멋있게 보여야 하고 또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심했다. 한데 이제는 걱정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똑같이 열심히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았다는 의미다. 마음가짐이 조금 어른스러워졌달까. 요즘엔 작은 것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뭐든 꾸준히 하다 보면 성장하는 거 같다. 예전에는 도전을 하지만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주변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지나고 나면 아쉬운 게 많았다. 이번엔 눈치를 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다 싶으면 한 번 더 해보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모르는 것도 부끄러움 없이 많이 물어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몇 년 전 ‘씨엔블루’로 활동할 때도 ‘강박’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의 경우엔 배우로서 갖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보면 되나? ‘씨엔블루’로 활동할 때도 강박과 압박이 심했다. 그게 후회가 되진 않는데, 뭐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또 모든 사람에게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했다. 음악이든 연기든 기대에 못 미치면 자책하고 잠을 못 자는 성격이다. 안 좋은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하는 편인데, 군대에서 어린 동생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동생들이 칭찬을 많이 해줘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적어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좀 안 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임했다.
젠틀한 이미지가 강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도전이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번이다.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도전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맡았어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힘들어했을 것 같다.(웃음)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배우로서 변곡점이 됐을 만한 작품인데, 배우 정용화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 배우 활동의 전환점이 됐다. 오인범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배우로서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뜻깊은 작품이었다.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시즌 2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시즌 2를 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웃음)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잘 모르겠다. 주연배우들이 그대로 다 출연한다고 하면 생각해보겠다.
‘믿보배’ ‘흥행 보증수표’ 등 배우들에게 붙는 여러 수식어가 있다. 자신에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는지도 궁금하다. 팔색조. 코믹, 액션, 멜로가 다 되는 배우.(웃음)
음악 활동을 기대하는 팬도 많다. 연기와 가수 활동 사이에 균형을 잡아가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다. 넓게 보면 ‘예술’이라는 한 분야다. 연기나 노래 둘 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 체력만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콘서트 투어가 없어 체력적으로는 예전보다 괜찮다.(웃음)
향후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감사하게도 이번 드라마 끝나고 작품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관계자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얼마 전에 나라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니 텀을 길게 두지 말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라고 조언해줬다. 여건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가수 활동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