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고민을 받아주는 모 상담 프로그램에서 한 엄마가 물었다. “게임을 자꾸 하니까 아이가 공부를 점점 더 못하는 거 같아요.” 엄마의 불평에 진행자가 대꾸했다. “어머니, 공부를 못하니까 점점 게임에 빠지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공부 잘하는 최상위권 아이들도 당연히 게임을 하지만 게임에 몰입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비교적 적을 것이다. 게임이 아니어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공부라는 분야가 있으니 굳이 게임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공부로 성취하면 격려를 받고, 그래서 그 자신감으로 다시 공부하며 성취감을 키운다.
반대로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왜 게임에 더 몰입할까? 공부로 인한 성취 경험은 적고 게임의 성취 경험은 많기 때문이다. 한다고 했는데 점수가 오르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주위에서 듣게 되는 질책의 소리는 아이를 점점 공부에서 멀어지게 한다. 게임은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되고 점수가 형편없다고 꾸지람을 듣지도 않는다. 게다가 몰입할수록 실력이 늘어 점수가 높아지니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게임은 더 재밌어진다.
게임의 성취처럼 공부도 그렇게 경험해간다면 조금은 재밌어지지 않을까? 문제는 그 성취감의 시작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엄마의 눈높이를 한 단계 내려 기대감을 낮추는 것으로 시작하자.
엄마가 생각하는 잘하는 점수는 몇 점인가? 늘 60점을 받던 아이가 70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엄마의 기대치인 90점이 아니라고 해서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 적게라도 성취했다면 적극 격려하고 인정해주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작은 성취의 첫걸음이 다음 단계를 만든다. 작은 목표라도 성취할 수 있도록 일단 기대치를 아이에게 맞춰주자.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흥미로운 영상 하나를 봤다. 유튜브 진행자가 명문대에 입학한 자신의 매형에게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었다. “문제를 풀 때면 누구에게든 설명할 수 있도록 공부를 했어. 설명할 사람이 없으면 하늘에 대고 설명하면서 풀었어!”라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풀 때는 아는 것 같았는데 정작 다시 풀려고 보면 도무지 안 풀리는 문제들. 그건 아는 게 아니라 안다고 착각한 문제들이다.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실력이 된다.
큰아이가 중학생 때, 시험 때면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집에 와 시간에 쫓기는 일이 허다했다. 쉬는 시간에 공부 좀 할라치면 수학 문제를 물어오는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느라 공부할 시간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로 인해 도움을 받은 건 친구들이 아니라 오히려 큰아이였다. 친구들을 이해시키는 설명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것이고 실력은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중학생 자녀의 성적이 낮은 편이라면 선행으로 진도를 빼기 전에 현재 공부하는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챙겨보는 일이 더 시급하다. 특히 아이가 어려워하는 문제일수록 스스로 설명하면서 풀도록 유도해보자. 설명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큰 조력을 하는 것이다.
작은아이가 중학생일 때 나는 문제 풀이 설명을 곁에서 많이 들어주었다. 스스로 설명하면서 풀면 이해가 한결 쉬워진다. 상급학교에 올라갈수록 1, 2점으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과목은 스스로 설명이 가능해야 이해되는 수학 같은 과목들이다. 그 기본적인 이해를 비교적 여유 있는 중학교 때 몸에 배도록 준비해야 한다.
글쓴이 유정임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