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캠핑이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만 역시 해외여행의 대안으로 캠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만에 캠핑 붐이 일어난 것은 2012년부터. 대만캠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캠핑 인구수는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인구의 약 8%에 달하는 숫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0년 전 1,000여 개에 달했던 캠핑장 수는 2021년 현재 1,700여 개로 늘어났다. 주로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일정으로 캠핑장에 방문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캠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에서 숙박하는 ‘차박’이 트렌드인 한국과 달리 대만은 자동차로 여행을 다니면서 야영하는 ‘오토캠핑’을 즐긴다. 텐트를 비롯해 자충식 에어 매트, 침낭 등을 갖춘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여점을 이용해 장비를 마련한다. 그 밖에 백패킹, 캠핑카를 이용한 캐러밴 캠핑, 저녁과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글램핑 등 다양한 형태로 캠핑을 즐긴다.
대만에 살면서 본 캠핑 중 특이한 캠핑을 꼽자면 초등학교에서 하는 캠핑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에선 폐교된 학교를 캠핑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운영 중인 학교를 캠핑장으로 개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대만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주말 동안 학교를 캠핑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특히 바닷가 주변에 위치한 학교들이 그렇다. 일반 캠핑장에 비해 1/2 가격인 500NTD(약 2만원)를 내고 학교 내 수도 시설, 전기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많이 선호한다. 일반 오토캠핑장은 캠프 사이트당 1,000~1,500NTD(약 4만~6만원)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핫한 캠핑장은 3~6개월 전에 예약하는 부지런함을 보여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끼리 단출하게 떠나는 한국의 캠핑 스타일에 비해 대만 사람들은 서너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을 즐긴다.
미국처럼 대자연 속에서 머무르는 캠핑장의 경우 오후 9시 이후가 되면 조용해진다고 하는데 대만은 자정이 돼야 불이 꺼진다. 그렇다고 음악을 크게 틀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며 조용하게 별을 보거나 캠프파이어를 하며 캠핑을 즐긴다. 날씨가 좋을 땐 반딧불을 보러 가기도 한다.
먹고 또 먹는 건 캠핑의 묘미 중 하나다. 대만의 캠핑 메인 메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바비큐다. 하지만 차가운 닭고기 샐러드인 ‘셴수지’가 사이드 메뉴로 오른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대만 사람은 아침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꼭 챙겨 먹는 편이다. 대만의 아침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만식 전병, ‘딴삥’과 토스트, 양념한 고기, 구운 소시지, 달걀프라이가 주로 상에 오른다. 캠핑 사이트를 낮 12시 전에 비워야 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은 뒤엔 분주하게 장비를 정리하고 산에서 내려갈 채비를 한다. 이렇게 주말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캠핑을 통해 새로운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