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5월 어느 날,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한강에서 유튜브 채널 <서울라이트>의 제제와 준을 만났다. 두 사람은 현재 명실상부 가장 핫한 유튜버다. 남다른 비주얼과 패션 감각, 게다가 감각적인 입담이 더해진 브이로그에 많은 여성들이 열광했다. 모니터를 넘어 현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울라이트> 영상 속 모습 그대로였다. 외모는 물론이고, 귀엽게 투정을 부리는 제제의 모습이라든가 그런 제제를 리드하는 준의 모습은 영상 속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화보 촬영 중간중간 주고받는 대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30만 구독자가 그들에게 열광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웬만한 방송보다 유튜브 영상이 더 재밌는 시대, 제제와 준에게 유튜버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고 <서울라이트>에 대해 물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준 제제와 일본에서 옷 가게를 운영했어요. 한인 타운에서 제법 유명한 옷 가게였는데 반년 정도 지나자 한국이 그리워지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제가 "같이 유튜브를 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정리하고 곧장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게 <서울라이트>의 시작이에요.
제제 유튜브 시장에 사업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사실 처음에 말할 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준이 우리가 좋아하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속 캐릭터나 디즈니와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결합해 특수 분장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자고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실험 삼아 핼러윈 분장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100만 뷰를 넘은 거예요. 그래서 누구나 시작하면 이 정도의 뷰를 얻는지 알았어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시작하니까 현실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좋은 시작을 안겨줘 뷰티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겠어요.
제제 맞아요. 저희 콘텐츠 중에 조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여준 영상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제 최애 영상이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조커의 모습을 특수 분장으로 표현했는데 촬영 시간만 12시간이 걸렸거든요. 촬영부터 편집까지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만큼 애정도 크고요.
준 물론 지금 하는 브이로그도 소중한 콘텐츠지만, 특수 분장 콘텐츠는 저희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채널 <서울라이트>의 시작을 열어준 소재이니까요.
브이로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제제 주변에서 저와 준이 대화하는 것만 봐도 재미있다고 그 모습을 촬영해서 올려보라고 했어요. 처음에 들었을 땐 웃어넘겼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길래 한번 시도해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준 솔직히 말하면 브이로그를 만들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다른 분들의 브이로그를 찾아보니까 좋은 전시회를 가거나 유명한 카페 가서 보내는 일상을 담은 감성 브이로그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저희 둘의 일상을 생각해보니까 전혀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결론을 내렸죠. 반응이 어땠냐고요? 팬들이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게 오빠들의 일상이었어요"라면서 환호했어요.
제제 팬들의 반응에 브이로그를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뷰티 콘텐츠에만 너무 몰입했었다는 걸 깨달았죠. 시작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브이로그를 해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요즘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는 게 저의 숙제예요.
브이로그 조회 수가 평균 30만 뷰예요. 대중이 두 사람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제 저희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는데 사실 성향은 정반대예요. 준은 예민한 편인데 저는 수더분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자주 티격태격하고 또 금방 화해해요. 브이로그에도 그런 모습이 그대로 담기는데, 재미있고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준 자연스러운 모습이 매력이지 않을까요? 저희 둘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척하지 말자"예요. 일부러 꾸민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저희와 어울리지 않아요.
제제 맞아요. 저는 사실 콘텐츠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편인데, 예전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기획하고 대본을 써서 준에게 준 적이 있어요. 근데 준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고요. 그러더니 제게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어요. 결론적으로 준의 말이 맞았어요. 특별한 것을 계획하지 않고 평소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가장 큰 사랑을 받아요.
실제로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의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특히 제제 씨는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제제 제가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내 머리, 지금 괜찮아 보여?"라고 자주 물어요. 그래서 영상을 편집하다 보면 준에게 미안해요. 제가 한 영상에서 헤어스타일 이야기만 백번 정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다가도 제 헤어스타일 이야기로 마무리될 때가 많아요. '기승전 제제 머리'죠.(웃음)
일반적으로 한 명이 하나의 채널을 운영하는데, 두 사람이 합을 맞춰 채널을 운영하는 건 어때요?
준 워낙 오래 알아온 사이라 서로의 성향을 잘 알아 큰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사람이다 보니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있죠. 주로 콘텐츠가 나아갈 방향이 다를 때 의견이 대립해요. 서로의 주장을 말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면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조율하려고 노력하죠.
제제 준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편이에요. 제가 편집한 영상을 보고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주죠. "보는 사람들이 우리 생각을 이해 못 할 수도 있어. 조금 더 쉽게 생각을 담아야 할 것 같아"라는 식으로요. 솔직히 예전에는 둘이 함께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죠. 우리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뤄 지금의 <서울라이트>가 탄생했다는 것을요.
수익 배분의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제제 모든 수익은 나눠 가져요. 준이 수익은 정확히 분배하자고 했어요. <서울라이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는 수익도 있지만 외부 활동으로 얻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화보 촬영해서 버는 수익 같은 거요.
유튜브로 굉장한 수익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실제로 그런가요?
준 비밀이에요. 주위에서 수익에 대해 묻는 분이 많다 보니 제가 숫자에 민감해지더라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울인 노력보다 '몇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몇만 뷰의 유튜브 채널' 등으로 평가되니까요. 저를 소개할 때, 숫자가 수식어로 붙어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 때 무엇에 중점을 두나요?
제제 명확한 주제요.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피하려고 해요. 그래서 편집할 때 메시지가 될 만한 장치를 넣으려고 하죠.
준 일상을 소재로 해도 기승전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흐름이 있고 명확한 결과가 있어야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을 거 같거든요.
편집이 중요하겠어요.
준 맞아요. 갈수록 편집에 공을 들여요. 요즘엔 촬영하지 않는 시간에는 편집을 하고, 편집하지 않는 시간에는 촬영을 할 정도죠.
제제 뷰티 콘텐츠는 전문가에게 맡겼었는데 브이로그는 직접 편집해요. 전문가에 맡겨보려고 했는데 우리의 일상을 지켜본 분이 아니니까 저희의 생각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 제가 다시 편집한 적도 있죠. 그렇게 편집을 하다 보니까 점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주위에선 제게 "네가 봉준호냐"며 '봉제제'라고 놀리는데, 저희의 영상을 기다린다고 말하는 분들이 늘어나니까 부담감도 커지더라고요.
기획과 촬영, 편집을 반복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것 같아요.
제제 '우리가 왜 유튜브를 하고 있는가'란 물음에 빠진 적이 있어요. 지금도 진행 중인 고민이에요. 지치지 않고 우리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죠.
준 저희 둘이 번갈아가면서 번아웃이 오고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아요. 유튜버가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소모가 많은 직업이에요. 매주 영상을 찍고 편집해 업로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희망을 갖는 건 '슬럼프'라는 단어 자체에 이겨낼 의지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에요.
침대 위 곰 인형 같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늘 같은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되길 꿈꿔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제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면서 재정비하죠. 예전엔 게임을 했는데, 요즘엔 편집하면서 모니터를 많이 봐서인지 쉴 때는 컴퓨터 앞에 앉기 싫더라고요.
준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었는데, 최근엔 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대신 음악을 크게 틀고 듣는 시간을 가져요.
제제 요즘엔 국악을 자주 듣더라고요.
준 국악이 아니라 경기민요입니다. 클래식이나 재즈, 올드팝 장르도 자주 들어요. 가요는 고 김광석이나 김현식의 노래를 좋아해요.
제제 저는 슬픈 발라드를 좋아해요.
두 사람의 이런 티키타카를 구독자들이 좋아하는군요.(웃음) 구독자들과의 관계도 굉장히 끈끈한 것 같아요.
준 항상 감사해요. 저희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큰 애정을 주시니까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내적 친근감이 커요. 하나의 영상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편인데 읽다 보면 팬들이 저희를 아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요.
제제 댓글에 준이 칭찬이 많아요. 준이가 제 보챔을 다 받아주는 게 대단하다고요.(웃음)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해요. 제 여동생도 준이 오빠에게 고마워하라고 말하더라고요.
구독자를 '개미'라고 부르잖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제제 구독자들을 애칭으로 부르고 싶어 단어를 찾던 중이었는데 한 구독자가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이라는 뜻의 '굄'이란 단어를 추천했어요.
준 그런데 '굄'이 발음하기 어려워 말하다 보니 '개미'로 진화했죠. 또 개미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는 이미지가 있어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구독자들께서 "우리는 열심히 일을 할 테니 너희는 열심히 영상을 만들어라"고 해요.
'개미'들에게 <서울라이트>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준 '침대 위 곰 인형' 같은 존재. 곰 인형이 큰 위로를 주는 존재는 아니지만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잖아요. 신경 쓰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제제 독특한 두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채널이요.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제제 우리 가족 이야기요. 준이 자주 제안했던 콘텐츠인데, 얼마 전에 준이 아버님을 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으셨어요. 소위 말하는 연예인의 '끼'가 다분했죠. 몇 마디를 나누고 바로 '조만간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준 아버지가 굉장히 유머러스해요.
제제도 여동생과 '케미'가 좋아요. 가족 시리즈만 만들어도 10편의 콘텐츠가 나올 거 같아요.
끝으로 서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제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말자.' 바람을 가지면 꼭 실망하게 되고 우리가 함께 일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저는 앞으로도 보여드리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일해야 해요.
준 제제가 제 말을 잘 들어주면 좋겠어요.(웃음) 그 외에는 제제의 생각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