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는 시니어 모델 윤영주. 그녀는 MBN 시니어 모델 선발 예능 <오래 살고 볼일>에서 50~60대 참가자들을 제치고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찬란한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는 데 있어 윤영주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자신감’이다.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모델 출신인 며느리의 공이 크다. 외출 준비를 할 때마다 “어머니, 모델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 정말 모델 해볼까?”라고 흘리듯 답했는데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알아놓은 거다. 늙고 있음을 체감하던 시기에 만난 기회다. 모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지 못했다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슬픔에 빠진 채 살아갔을 거다.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었나? 부럽단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데 공감이 된다. 내 나이가 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내가 이 자리, 이 공간에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은 순간이 많았다. 가족들은 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고 머리도 질끈 묶고 다니던 엄마의 변신을 반가워하는 눈치다.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 꾸준한 운동이다. 주로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래전부터 걷는 습관을 들였다. 이제는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듯할 정도다. 또 정해진 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는다. 별명이 ‘배꼽시계’일 만큼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데 하루 세끼를 꼭 먹는 대신 양을 조절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건강한 몸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이전의 삶과 달라진 부분이 있을 거 같다. 인생이 즐겁다.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 1년에 13번의 제사를 지내야 했던 종갓집 며느리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예민하고 의미 없는 대화나 일상에서의 지루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은 모든 일에 의미가 있어야 하나 싶다.(웃음) 마음을 비우고 부담 없이 살기로 하니 웃을 일이 많아지더라.
모델 윤영주의 가장 큰 강점을 꼽으면? 자신감. 무대 위에서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모든 조명이 나를 비추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자신감을 무기로 한 걸음씩 걸어나가는 것이다. 모델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도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옳다고 판단한 일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알아야 한다. 시도해봐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다.
‘잘 늙어가는 것’이란 무엇일까? 아집을 버릴 줄 아는 용기다. 살면서 고집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은 태도다. 모든 관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지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웬만하면 가르치려고 하면 안된다. 또 어린 사람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늘 유념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매니저 역할을 자임한 며느리와 친구처럼 지내는 걸 신기하게 보는 분이 많은데 일반적인 고부로 지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인간이라는 동등한 존재로 서로를 바라보기에 친구 사이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도전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저지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저지른 행동이 맞았을 때 느끼는 통쾌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실패하면 어떤가? 살아보니 물질적 손해가 가장 작은 실패더라. 그러니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일단 밀어붙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