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학교폭력(이하 학폭)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기 시작했던 지난 2월.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했던 가수 진달래를 시작으로 그룹 ‘에이프릴’ 이나은, ‘몬스타엑스’ 기현, ‘스트레이키즈’ 현진, 배우 박혜수·김동희·조병규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타 배구 선수인 이재영·이다영 자매도 학폭 의혹으로 선수단을 떠나는 등 수없이 많은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학창 시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폭 관련 폭풍이 몰아친 지 3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들의 대응은 명백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시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재개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진실 공방의 영역에서 다투고 있는 이도 있다. 쏟아지는 의혹 제기 중 구체적인 증거들이 제시된 경우도 있었지만 억울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경우도 있었다. 학폭 논란 그 후를 짚어봤다.
논란에도 굴하지 않는다
최근 활동 재개 소식을 전한 배우 박혜수. 지난 2월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순한 이미지로 잘나가는 여자 배우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게재됐고 곧 박혜수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후 박혜수의 인스타그램에 과거를 언급하는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박혜수가 주인공을 맡았던 드라마 <디어엠>의 방송을 대체 편성했다. 당초 2월 26일 방송 예정이었으나 거세지는 학폭 논란으로 방송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후속 예정이었던 드라마를 먼저 방영하기로 한 것.
그렇게 두 달이 흐른 4월 30일, 박혜수가 활동 재개 소식을 전했다. 박혜수의 소속사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박혜수가 독립영화 <너와 나> 촬영에 들어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자에게 사과나 명확한 해명 없이 방송 복귀를 결정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 박혜수는 지난 2014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4>로 데뷔해 JTBC 드라마 <청춘시대>(2016),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등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JTBC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출연했던 가수 요아리도 학폭 의혹을 부인하고 예정대로 프로그램 출연을 강행했다. 당시 피해자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요아리가 일진 출신이었으며 학폭 가해자라고 폭로했다. <싱어게인> 파이널 TOP6 무대를 앞둔 시점에 터진 폭로에 요아리는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경연에 참가했고, JTBC 역시 별도의 편집 없이 요아리를 방송에 내보냈다.
학폭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인정하며 자숙과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그룹 ‘스트레이키즈’ 현진은 그룹 자체 콘텐츠 영상에 편집 없이 등장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과문을 게재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얼굴을 비춘 것을 놓고 “자숙한 게 맞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떳떳하게 나섰다가 ‘망신’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가 반강제적으로 자숙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의 이야기다. 수진은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여러 차례 공식 입장을 통해 “떳떳하다”고 부인했고, 중학교 동창인 배우 서신애와 관련된 학폭 의혹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사이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신애가 직접 SNS에 글을 올리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서신애는 자신의 SNS에 “(수진에게)근거 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소속사는 “신곡의 구성과 가사를 수정해 5명의 ‘(여자)아이들’ 멤버들이 파트 재분배 후 재녹음을 완료했으며 수진이 없는 5인 체제로 발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4월 말, ‘(여자)아이들’ 신곡 ‘라스트 댄스(Last Dance)’ 뮤직비디오 예고편 영상 2편이 올라왔는데 해당 영상 티저 화면에 수진을 포함, 나란히 서 있는 ‘(여자)아이들’ 멤버 6명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담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음원을 제작한 유니버스뮤직 측은 지난 4월 19일 “막대한 비용과 여러 파트너사의 제작 인력이 투입된 뮤직비디오의 경우 수진 출연 분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편집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배우 조병규는 학폭 진실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그를 둘러싼 학폭 의혹은 지난 2월 처음으로 제기됐다. 이에 소속사에서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폭로자는 허위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병규 측은 재차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결국 조병규는 출연하려던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서 하차 수순을 밟았다.
불똥 튄 방송국과 광고계 초강수
방송업계가 비상이다. 활동하는 연예인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 배우 지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수는 지난 3월 초 학폭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인정했고, 결국 출연 중인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촬영 중단을 결정했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이미 대부분의 촬영을 완료한 상태였지만, 배우 나인우를 대신 투입해 다시 촬영해야만 했다.
이 밖에도 앞서 언급한 박혜수, 조병규 등 라이징 스타들이 잇따라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송에 차질이 생기자 방송국들은 ‘계약서 조항’에 학폭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경우 1회분을 제작하는 데 많게는 10억원 이상이 투입돼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보통 배우 매니지먼트사에서 1차적으로 배우를 상대로 학폭 논란 가능성 등을 확인한 뒤 이를 보증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각서처럼 쓰거나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업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식품 브랜드 ‘동서식품’(이나은), 뷰티 브랜드 ‘페리페라’(수진)와 ‘클리오’(스트레이키즈) 등은 광고 모델의 학폭 논란으로 광고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최근에는 학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기업과 브랜드, 제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더 신중하게 모델을 고르게 됐다”며 “필요하다면 피해로 인한 구상권을 청구하는 부분도 계약서에 포함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자동차용품 불스원은 지난 2014년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된 개그맨 이수근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피해를 입자 소송을 제기했고, 이수근 측은 불스원에 7억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실제 기업의 이미지 손해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 학폭의 경우 보통 5년이나 10년 전 사건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등을 확보해 형사적으로 유죄를 받아내는 게 쉽지 않아 재판까지 가기는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계약서 등에 이를 명시해 책임을 확실하게 물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예계 학폭 논란 타임라인
2019. 5. 23.
‘잔나비’ 유영현
말이 어눌한 동창생 학폭 의혹 ▶ ‘잔나비’ 탈퇴
2020. 9. 28.
‘블락비’ 박경
중학생 시절 친구들 돈과 소지품 빼앗음 ▶ 사과문 게재 후 군 입대
2021. 1. 30.
TV조선 <미스트롯2> 진달래
중학생 시절 친구 구타 ▶ <미스트롯2> 하차
2. 16.
배우 조병규
뉴질랜드 유학 시절 언어폭력 의혹 ▶ 출연 예정 방송 프로그램 하차
2. 19.
그룹 ‘(여자)아이들’ 수진
친구 폭행 및 왕따 논란 ▶ 활동 중단
2. 20.
배우 박혜수
중학생 시절 폭행 논란 ▶ 두 달 후 활동 재개
2. 22.
그룹 ‘이달의 소녀’ 츄
학창 시절 학폭 의혹 ▶ 폭로자 ‘허위 사실’ 유포 인정
3. 1.
‘에이프릴’ 이나은
전 멤버 이현주 따돌림 의혹 ▶ 광고 잠정 중단 및 방송 하차
3. 2.
배우 지수
학창 시절 학생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는 등 학폭 논란 ▶ 드라마 하차 후 군 입대 예정
3. 8.
배우 심은우
중학생 시절 정서적 폭력 가해 의혹 ▶ 공개 사과 후 자숙
3. 10.
개그맨 홍현희
학창 시절 외모 지적 등 왕따 가해 논란 ▶ 피해자 ‘기억 오류 있었다’고 주장 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