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이 코인으로 수백억원을 벌고 퇴사했다.” 가상화폐로 돈벼락을 맞았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가상화폐로 자산을 늘리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새로운 코인이 언제 급등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저렴한 코인을 사서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상황.
이렇자 한동안 주식과 부동산에 편중돼 있던 재테크의 화두도 자연스럽게 가상화폐로 옮겨가고 있다. 재테크 박람회, 관련 도서 등에서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이야기의 비중이 커진 것만 봐도 화제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난 2017년 뜨겁게 달궈졌던 코인 열풍이 빠르게 식어버린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의 코인 투자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미묘하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 가상화폐
지난 5월 기준 국내 가상화폐 하루 거래대금은 최대 50조원. 일평균 기준으로도 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보다 큰 금액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주 이용자는 2030세대.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이용해본 20~30대는 무려 233만 5,977명(중복 포함)이다. 올해 1분기 계좌를 개설하고 처음 투자에 나선 20대와 30대도 각각 81만 6,039명, 76만 8,775명으로 알려졌다.
코인에 열광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폭등에 있다. 성실하게 돈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인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로또’가 하고 있던 역할을 코인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달라진 인생관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 내에서 경쟁을 통해 승진하는 것이 목표였던 지난 세대와 달리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전략적인 재테크로 수입을 충족하고 사직서를 낸 뒤 편하게 사는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젊은이까지 등장해 한 방 노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일었던 주식 투자 열풍 ‘동학개미 운동’에 동참했던 이들이 대거 가상화폐로 발길을 돌리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투자하기에는 주식보다 가상화폐가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트코인 저물고 ‘알트코인’이 뜬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페)이다. 지난 2017년 열풍이었던 비트코인의 가격변동폭이 줄면서 급부상했다. 국내외에서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알트코인은 시바견이 마스코트인 ‘도지코인’.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도지코인은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띄워주면서 가격이 수천 배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10만원에 샀는데 몇 달 만에 수억원으로 투자 금액이 불어난 셈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각광받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올초부터 5월 9일까지 비트코인은 약 123%, 이더리움은 약 490% 올랐다. 이더리움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을 ‘원석’과 같다고 평가하는데,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를 탄생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고 싶다면 우선 플랫폼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근 들어 투자자를 상대로 한 가짜 거래소 관련 사기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진다.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당시에는 거래소 ‘빗썸’이 유명했는데, 지금은 거래에 편의를 더한 ‘업비트’가 대세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손잡고 회원가입 및 입출금 서비스를 하면서 국내 시장을 단숨에 제패했는데 이용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평이 잇따른다.
업비트에 가입하기 위해선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가입 시 각종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본인인증을 자세하게 할수록 입출금할 수 있는 금액 단위가 커진다. 가입 절차를 마친 뒤 케이뱅크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액수만큼 앱에서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다. 업비트에 가입하면 카카오톡으로 간편 로그인이 가능하다. 의심되는 로그인이 발생할 시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림을 전송해주기도.
입문자라면 소액으로 거래해보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이 필수다. 코인은 1단위가 아니라 소수점 단위까지 쪼개어 거래할 수 있다. 적은 금액으로 시스템을 익혀 본격적인 매매에서 실수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가상화폐 ‘지갑’의 개념도 이해해야 한다. 현물 화폐의 통장과 같은 개념이다. 지갑은 거래소에 자기 코인을 별도로 저장해놓는 사물함과 비슷한데, 거래소 간 코인을 이동시킬 수 있어 코인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외국 거래소에 있는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옮길 수도 있다. 반대로 국내 거래소에 있는 코인을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거래소별로 소정의 수수료가 붙는다.
정부, ‘세금 부과’로 가상화폐 규제
많은 이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뛰어든 만큼 부작용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시세를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세조종을 하더라도 관련법이나 피해 구제책이 없어 처벌이 어렵고, 적발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거래소를 차려놓은 뒤 막상 환전해주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아직까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명칭도 ‘가상자산’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를 ‘투기 자산’이라고 지적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세금 부과를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은성수 위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청원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코인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거둘 전망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1년 동안 매매차익에 대해 기본공제 금액 250만원까지는 면세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세율 20%가 적용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22%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 발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FT(대체 불가능 토큰)가 뜬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 화두는 ‘NTF(Non–Fungible Token)’다. NFT란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해 만든 디지털 자산인데 저작권 등 무형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NFT로 만들면 해당 저작권을 가상화폐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GIF 파일이나 이미지 등 디지털 데이터도 NFT로 만들 수 있다. 트위터 CEO인 잭 도시가 2006년에 올렸던 트윗은 NFT로 만들어져 3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로 이더리움이 NFT 제작에 사용된다. 쪼갤 수 있기에 각 부분마다 권리를 가질 수도 있다.
가상화폐는 화폐처럼 서로 교환이나 대체가 가능하지만 NFT는 단위마다 무형의 가치를 나눠 가지고 있기에 서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NFT는 복사나 위조가 불가능하기에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을 명확하게 보호할 수 있어 관련 각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린이를 위한 가상화폐 신조어 설명
1 투더문 수치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떡상’의 고급화된 표현. 달나라까지 갈 정도로 급등하자는 기원의 의미가 담겼다. 일론 머스크도 “투더문~”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이는 수천 % 급등에 쓰이는 표현이며 수십 % 급등 정도는 ‘펌핑’이라고 한다.
2 수면매매 24시간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특성에 맞춰 잠들기 전 예약 주문을 내는 것이다.
3 돈복사 코인으로 수입을 거두는 것. 복사기처럼 돈을 찍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반대 의미로는 ‘돈파쇄’가 있다.
4 단가 표현 단가 10원 미만 코인은 ‘엽전’, 10~1,000원 미만은 ‘동전’. 1,000원 이상은 ‘지폐’라고 부른다.
5 돔황챠 ‘도망쳐’라는 뜻. 버티자는 의미의 ‘가즈아’의 반대말인 셈이다. 비슷한 신조어로는 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을 대공황에 빗댄 ‘대곰황’ 혹은 ‘대구탕’이 있다.
6 주식용어 대체 단어 급등주는 ‘경주마’, 단타는 ‘딘딘하다’, 부실 종목이나 주가조작은 ‘스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