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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이소연

불현듯 여름이 찾아온 어느 날,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인 오후 3시에 배우 이소연을 마주했다. 그녀는 한여름의 태양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On June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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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슬리브 스모킹 데님 점프슈트 랩, 다크 그린 뮬 스니커즈·와이드 브림 스트로 해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껏 변덕을 부리던 봄이 지나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여름이 시작된 날, 배우 이소연을 만났다. KBS2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 촬영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는 그녀는 “어제 세트 촬영을 해서 늦게 퇴근했어요”라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활짝 웃는 그녀는 드라마와 연기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반짝반짝 빛났다.

이소연은 매일 저녁 숨 막히는 전개로 하루의 고단함을 녹여주는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 1인 2역으로 활약 중이다. 드라마의 내용은 이렇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리숙한 엄마와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을 챙기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온 ‘고은조’는 친구들의 음모로 하루아침에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로부터 5년 후, 홍콩의 거물 투자자 ‘지나황’의 딸 ‘황가흔’이 되어 돌아온 그녀는 송두리째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한 복수를 시작한다.

“밝고 씩씩하고 캔디 같은 캐릭터도 재미있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온 것 같았어요. 사실 복수극은 배우에게 힘든 점이 많은데 그래도 변화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죠. 오랜만에 힘을 줘 독하고 파격적인 연기를 하니까 재미있어요.”

그녀는 복수극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맑은 눈에 선한 미소로 ‘순한 맛’의 인상을 풍기는 그녀이지만 복수극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KBS 드라마 <루비반지>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던 이소연이다. 그녀가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빛이다.

“다른 것도 많이 신경 쓰긴 하지만 눈빛이 가장 중요해요. 같은 외모일지라도 눈빛 하나로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거든요. 서늘하고 욕심이 담긴 눈빛으로 연기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죠. 목소리 톤이나 말투도 중요해요. 잠들기 전에 배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상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편이에요.”

이소연은 극에서 고은조와 황가흔으로 동시에 분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틱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가 섹시하고 매서운 여자로 변신한다.

“고은조는 제 장점을 최대한 뽑아서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믿고 있던 친구들에게 속아 물에 빠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살아나면서 황가흔으로 변신하는데 같은 얼굴이라도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화장도 과하게 했어요. 그리고 마음먹고 다이어트도 했어요. 드라마 초반보다 5kg 정도 감량했는데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해 단기간에 빼려고 노력했죠.”

MBC 드라마 <용왕님 보우하사>(2019) 이후 2년 만에 일일드라마 현장으로 돌아온 이소연은 드라마 제작 현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 근무 환경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전보다 수월해요. 현장에서 근무시간을 체크하는 사람이 있어서 주 52시간 근무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어요. 전에는 밤샘 촬영을 한다든가 쪽잠을 잔다든가 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문화가 없어졌죠. 물론 저는 워낙 촬영 신이 많아서 시간이 넉넉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요. 지난 2월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고 이제 종영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았어요. 어서 촬영을 마치고 늘어지게 쉬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미스 몬테크리스토>에는 신인 배우가 대거 등장한다. 고은조의 첫사랑 ‘차선혁’ 역의 경성환, ‘오하라’(최여진 분)의 이복 오빠 ‘오하준’ 역의 이상보, 고은조의 동생 ‘고은결’ 역의 한기윤 등이 있다. 이는 곧 주연배우이자 선배 배우인 이소연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란 의미다.

“신인 배우다 보니 현장이 익숙하지 않을 거예요. 실수하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때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많지 않더라고요. 그저 뒤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다독이면서 응원해주고 있죠.”

선배로서 현장을 이끌어가는 이소연이지만 동료 배우이자 친구인 최여진이 있어 든든하다. 최여진은 극에서 재벌가 제왕그룹의 외동딸로 태어나 안하무인으로 자란 오하라 역을 맡았다. 최여진은 지난 2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소연과 친분이 있는데 같은 현장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며 서로 의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여진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요. 친구이기도 하고 둘 다 매사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서로를 존중하면서 촬영하고 있죠. 또 같은 현장에 있다 보니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대화하면서 위안이 되기도 해요. 때로는 최여진과 줌바를 추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최여진이 줌바 자격증이 있어서 제가 열심히 배우고 있죠. 몸치라서 누군가에게 뽐낼 실력은 아니지만 저만의 리듬감으로 열심히 춰요.(웃음)”

그녀가 의지하는 연예계 동료는 최여진뿐만 아니다. MBC 드라마 <동이>(2010)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한효주, 박하선, 정유미, 배수빈, 지진희 등과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꾸준히 연락하고 만남을 가져요.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한 번씩 시간을 맞춰 모이려고 하죠. 그 당시 고생하면서 촬영해서인지 정이 깊게 들었나봐요. 사회에 나와 일하다 보면 오랫동안 함께하는 인연을 만들기 쉽지 않은 것을 아니까 더 소중하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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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셔링 디테일이 우아함을 더하는 슬리브리스 톱 아이스가든 A.508, 실버 이어링 엔프라임, 화이트 스티치 포인트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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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으로 포인트를 준 오버사이즈 재킷 딘트, 블루&화이트 스트라이프 티셔츠 슈가립스, 워싱 데님 버뮤다팬츠 낫어스.

사랑 베푸는 사람 되고파

올해 40대에 접어든 그녀는 지나온 20대와 30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대, 30대의 이소연을 생각하면 정말 일을 열심히 했다는 기억밖에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일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살았어요. 이젠 조금 더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주변을 살펴보면서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40대가 되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그녀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 물었다.

“여유 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을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이소연은 골프와 ‘차크닉’을 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3년 전부터 시작한 골프는 그녀에게 힐링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바쁜 스케줄로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도시락을 싸서 반려동물과 함께 한강으로 간다.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땐 지인들과 라운딩을 나가요. 푸른 잔디 위에서 햇볕을 쬐며 수다를 떨고 골프를 치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때로는 한강에 차를 끌고 가서 트렁크를 열고 앉아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요. 유튜브에서 마음이 잔잔해지는 음악 카테고리를 검색해 음악을 틀어놓고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잡생각이 사라져요. 겸사겸사 강아지들도 산책시키죠.”

그래도 머리가 복잡할 땐 레고나 퍼즐을 집어 든다. 작은 블록을 하나씩 맞춰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을 비우게 된다는 것.

“이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여 꽤 큰 것을 조립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완성까지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심할 땐 레고를 추천하고 싶어요. 과정도 재미있지만 완성될 때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입문자라면 미니 자동차 같은 것부터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배트맨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이와 함께 그녀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존재는 반려동물이다. 과거 반려동물을 자랑하고 싶어서 tvN 예능 <대화가 필요한 개냥>에 출연했던 그녀다. 반려견 ‘루이’와 ‘제니’, 반려묘 ‘밍이’를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에게서 위안을 받아요.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제 옆에 있어주는 존재니까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돼요. 루이, 제니, 밍이가 신나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이소연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부모님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다. 하얀 구름이 수놓인 푸른 하늘이 예뻤던 어느 날,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최근에 부모님이 데이트하는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굉장히 행복했어요. 꽃을 보러 홍천에 가고 바다를 보러 강릉에 가며 인생을 즐기시는데 이제 연세가 들다 보니 몸에 하나둘씩 안 좋아지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표현하지 않았지만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두 분이서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인 엄마는 이소연이 인생의 멘토로 삼는 존재다.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엄마를 볼 때마다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거든요. 제가 가끔 촬영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데, 엄마랑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깔깔 웃고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 때면 엄마를 떠올리면서 항상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하죠.”

열심히 달려온 이소연은 드라마 종영 후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그녀에게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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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블루 니트 풀오버 비아봉드비아, 도트 프린트 플레어스커트 엘조이, 블랙 비즈 네크리스 리타모니카, 블루 체인 네크리스 일리앤, 드롭 이어링 미드나잇잉크, 로고 포인트 스니커즈 베자, 네이비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김지은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이지은
헤어
지수
메이크업
시호(순수 청담본점)
2021년 06월호
2021년 06월호
에디터
정소나, 김지은
사진
천영상
스타일링
이지은
헤어
지수
메이크업
시호(순수 청담본점)